조작된 시간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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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알아주는 굴지의 토건회사 사장인 와타나베 쓰네조의 외동딸 미카가 어느 날 하굣길에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자, 현경 본부장인 모리타의 진두지휘 아래 합동 수사본부가 설치된다. 범인은 미카의 어머니로 하여금 1억 엔이 든 가방을 다리 밑으로 던지라고 요구하지만,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단 한 번 뿐이다."라는 범인의 말을 새겨듣지 않고 무시한 경찰의 저지로 인해 1차 검거작전은 실패한다. 그러나 ⁠그 뒤로는 연락을 시도하지 않는 범인. 도대체 그는 누구이며,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무슨 목적으로 미카를 유괴했단 말인가? 과연 미카는 아직 살아있을까 궁금하다. 며칠 뒤 미카는 숲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믿기지 않는 딸의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리던 미카의 아버지 쓰네조는 딸의 사망시간에 집착한다. 범인이 미카를 유괴한 즉시 해쳤는지 아니면 돈을 건네받지 못하게 되자 살해하기에 이르렀는지를 알고자 함이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사망 추정 시간'이다. 왜 사망시간이 중요한 지가 소설의 핵심 소재다. 미카의 사망 추정 시간을 분명히 알고 싶어 하는 쓰네조의 기대와 달리 사망 추정 시간을 밝힐 수 없는, 조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세력 그리고 또 다른 사연 간의 얽힘이 미카라는 어린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다.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너무 무지하고 그렇다고 그를 도와줄 마땅한 가족도 없는 어눌한 청년 고바야시 쇼지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서에 잡혀 들어온다. 그는 포획되어 우리에 갇힌 한 마리 동물처럼 외로운 신세로 경찰의 노련한 취조에 당한다.


곳곳에서 틈틈이 조작과 거짓이 이어진다. 섬뜩하다. 사건의 진실이 조작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과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쯤은 조직의 요구라는 암묵적 지시 앞에서는 어렵지 않게 타협할 수 있도록 숙련된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 사실은 조직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인 것을 마치 스스로가 믿는 바 신념이나 정의감이라고 생각하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치밀하게 얼개를 짜고 덤비니 쇼지가 살인자가 아님을 알고 보는 독자로서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전문 지식까지 독차지한 인간들의 술수를 문외한인 개인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며칠 동안 두렵고 힘든 취조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돌아온 쇼지에게 그제야 어머니가 넣어준 차입품이 지급된다. 그곳을 거쳐간 뭇 사내들의 땀과 오물 그리고 찌든 소독약 냄새 사이에서  자신이 집에서 늘 입던 트레이닝복과 티셔츠는 어머니의 손길이고 집 냄새였다.
'쇼지는 목소리를 죽인 채 울었다. 이젠 아마 집에 갈 수 없으리라는, 거역할 수 없는 예감 때문이었다. 집이 아득히 멀어지고 말았다.'
가슴 아프다. 그가 비롯 밥벌이도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살망정, 몇 번의 절도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기는 했지만 집에서 잠 자지 못하고 어머니를 다시 보지 못할 만큼 벌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떠올랐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책임지고 달래줄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량하지만 어리숙한 정신지체자가 걸려들었지.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의 아픔은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차이가 없는데, 한 인간의 슬픔도 한 인간의 인권도 그가 어떤 지위와 재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달리 취급되는 현실의 불합리함을 목격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이 책은 현직 법조인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사법체계를 고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광범위하게 조작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힘을 가진 조직의 비리와 그 안에서 동조와 야합으로 힘에 빌붙은 자들의 작당을 다루었지만 이 소설은 특히 목넘김이 좋은 맥주처럼 깔끔한 문체와 빠른 진행으로 지루할 틈 없이 읽고 탄식하고 깨어있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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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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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다. 카페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손만 뻗으면 닿는 위치에 맛난 아메리카노를 끼고 핑크빛 냄새가 솔솔 풍기는 최 갑수님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란다는 표지의 문구를 읽는 순간,  작가의 진심 어린 구애는 애인의  따뜻한 입김처럼 내 마음을 살랑거리게 한다.

"영원히 살 수 없으니까 사랑을 하는 거다."     ㅡ 허연, 「 신전에 날이 저물다 」  47p.
책은 작가가 사랑하는 영화, 책, 노래의 문장들이 작가의 사진과 글과 함께 엮여져있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설레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몸짓의 언어들이다. 사람들은 그 구절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소싯적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끌려 시를 짓고 편지를 썼던 추억을 떠올렸고, 혹시 그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같은 버스정류장을 두 번 세 번 지나갔던 기억도 소환되었다.  사랑에 목말라하고 사랑에 몸부림쳐본 사람만이 꺼낼 수 있는 마음의 편린들이 곳곳에서 후드득 떨어져내린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ㅡ 119p.
그의 책은 갈피마다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다. '지난해 이맘때 포크로 반듯하게 잘라 당신 입에 넣어주던 카스텔라'가 존재하는 그 봄을 쫓아간다.
사진들은 쓸쓸한 그의 마음을 닮았다.  정면으로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풍광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 보다 자신의 프레임 속으로 사랑을 자연을 음악을 들여놓는다. 그는 사랑이라는 물체에서 한 걸음 물러나있다.  작가가 사람들의 채취를 훔쳐보고 소유했듯이, 사진 곳곳에 남겨진 여백 속에서 나는 그의 쓸쓸함을 엿보았다.  해변의 모래사장, 텅 빈 도로, 연한 잿빛 하늘, 검푸른 수면, 작가는 그런 빈자리에 사랑을 채우려는가 보다. 

그래서 그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광과  사랑에 빠지고 돌아와서는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면서 여행과 나눈 사랑의 달콤함을 되새긴다. 
아마도 그는 여행이라는 연인을 만날 때 가슴 설레고 돌아와서는 두고 온 연인을 그리워하며 가슴앓이 하다가 또다시 만날 새로운 연인을 꿈꾸는 사랑을 나누나 보다. 사랑은 삶이어야 하는데 그에게 사랑은 여행이다. 눈 감고도 짓는 아침밥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 여전히 길을 찾아 헤매는 낯선 이방인이다. 그것이 그의 사랑 방식인 것 같다. 그의 사랑은 뜨거운 삼바 리듬의 열정적인 춤사위가 아니라 쨍하게 청명하고 쌀쌀한 가을날 호수의 잔물결 같다. 그가 남겨둔 사진의 빈자리를 응시하면서 빈 마음을 채우고픈 사람들은 그의 사랑 예찬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이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그대의 손길이고 눈빛이고 입술이어라.' 그리고 '사랑해'라는 달콤한 말 한마디다. 이것은 해석을 거치지 않고 전해지는 원초적인 언어다.  들어도 들어도 닳지 않고 모자람이 없는 '사랑'이라는 울림은 가식과 거짓을 초월한 순수한 고백이며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을 맹세하는 아름다운 헌신이다.
우리의 삶은 이런 순간의 모음이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천국이고 안식처이며 여행의 종착역이다.

"우리의 하루는 오늘도 하루만큼 지나갔고, 언제나 시차 부적응인 이 삶의 허망을 위로할 방법은 어쨌든 사랑밖에 없을 테니......" ㅡ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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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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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인 김 하나가 짬짬이 써놓은 5장을 넘지 않는 분량의 에세이 모음이다. 1부는 한국에서 고양이와 친구들과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는 일상을 소재로 했고 2부는 여행지 남미에서 반 년을 지내는 동안에 겪은  사연들로 채워져있다.

목차가 쓰인  페이지의  여백 사이로  표지에서 본 수영복 차림의  여자가 둥둥 떠다닌다. 아등바등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치고 나가는 수영이 아니라 편안하게 단지 부유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거기서부터 벌써 힘 빼기의 기술을 제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프롤로그 부분에서 소개되고 있는 작가의 집안 분위기는 내가 자란 환경과 너무 달라서 이질감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힘 빼기가 안돼서 힘든 것이  집안 분위기 탓인지 모른다. 우리 집은 한 푼의 돈도, 한 시간의 노동도 의미 없는 곳에 허투루 소모되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던 분위기라, 나 또한 쓸데없이 빈틈없게  살려고 애썼던 게 아닐까? 여전히 진지하고 심각한 태도를 버리지 못해 대충 살기를 어려워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 제목을 본 순간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강한 끌림으로  선택했고  새로운 얘기들이 나를 이끌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작가의 표현마따나 "만다꼬"는 상대의 행동에 대해 살짝 핀잔주는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다. 무엇을 시도하려는 사람의 의욕을 꺾는 허무주의와 무기력을 조장하는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는 너무 오랫동안 자주 집에서 들어 무의식에 강력하게 자리 잡은 단어가 '만다꼬'라는데 그럼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하면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세월을 만들어간 걸 보면 어떤 태도를 갖는가는 집안 분위기 탓 만은 아닌 것 같다. 암튼 나에게는  당찬 모험을 즐기는 그녀의 일상이 부러웠다.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좀 뺀 것들이 세상의 긴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든다."
     ㅡ44, 46p

짧은 이야기라 읽는 부담이 없다.  그러나 짧다고 해서 대충 얘기를 하다마는 함량 미달의 글은 없다. 각 꼭지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지가 카피라이터다운 깔끔한 문체와 솔직한 성격을 반영한 소탈한 표현  속에  따뜻함까지 묻어서 다가온다. 유쾌하지만 지나치게 친한 체하지 않고 유익하지만 조금도 가르치려는 권위는 없다. 딱 술 한 잔 하면서 일과 우정과 연애에 대해 오손도손  담소 나누기에 적당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단숨에 읽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었지만, 더운 여름날 달리 갈 데가 없고 특별히 일을 벌이기도 싫다는 핑계로 책을 든 김에 내쳐 읽어버렸다. 덜렁덜렁하지만 호기심 많고 항상 친구들을 위해 집을 개방해두는 낭만적이면서 화끈한 작가의 매력에 빠져 더운 여름날을 잘 쉬었다. 이 책은 다음에 또 휴가처럼 쉬고 싶을 때 꺼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여름 둥둥 떠다니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힘 빼고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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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 일본 최고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7가지 심리대화 기술
오카다 다카시 지음, 정미애 옮김 / 카시오페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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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듣고 싶은 말'이란 무엇일까? 네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떠오른다. 내 생각, 내 감정, 내 행동, 내 욕구를 잘못됐다고 부정하지 않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고 그랬겠다고 공감해주고 그렇게 해보라고 응원하면서 함께 도와주겠다고 손 내미는 말.  그런 말을 듣기 원한다. 그런데 네가 바로 그런 말을 내게 하겠다니 이 얼마나 설레고 기쁜 일인가?

이 책은 인간의 일반적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대화 기술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접근 방법을 쓸 것인가에 대한 얘기하는 안내서이다.
저자는 많은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답게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누구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쉽게 설명한다. 내용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 마음을 여는 접근법은 공감을 통해 상대방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주체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접근법임을 소개한다. 2장,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에서는 문제가 있는 곳에 근본 원인이 있지 않거나 알아도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문제 해결에 우선을 두는 단기적 방법을 쓸 것을 권한다. 3장, 사람을 움직이는 접근법은 양가적 갈등상태에 빠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를 다룬다. 4장, 인지 방식을 수정하는 접근법은 특정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인지 방식에 영향을 주는 대화법이다. 5장, 자기 부정을 극복하는 접근법은 어떤 부정적 상황에서도 감정, 행동, 생각을 부정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그것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6장, 불안정한 애착 유형 접근법에서는 애착 유형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대화법이 있음을 얘기한다. 7장, 행동과 환경 접근법은 단지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그 사람의 주변 환경을 더불어 다루어야 함을 지적한다.
다양한 대화법이 소개된 만큼 상대방이 현재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어떤 심리적, 인지적 상태인지를 파악하여 그에 따라 적절한 접근법을 시도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

좋은 대화의 효과와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삶이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화는 그 관계를 만드는 주요 재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중요한 핵심은 대화의 기술이 아니다. 대화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일침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알아질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란 그리 자연스러운 것도, 쉬운 것도 아니어서 어쩌면 대화법을 학습하고 실천하려는 의욕과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키워나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상담자의 관점에서 씌었다. 하지만 이 대화법은 비단 상담실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를 몰라 고민할 때  적절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자신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막힐 때도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일깨워줘 자기계발에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어느 책이든 누가 어느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책은 읽을 때마다 현재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에 맞는 유용한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네가 듣고 싶은 말이 곧 내가 듣고 싶은 말이고 그래서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말은 곧 네가 하기로 다짐할 말이기도 하다. 그것이 좋은 관계의 요건이며, 좋은 대화는 좋은 관계를 만든다.


*** 이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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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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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소설가로 평가받는다. 나 역시 25년 전 베르베르의 역작인 [개미]를 읽고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탐구심에 매료되었다. 그때의 추억에 이끌려서 "꿈"을 소재로 한 신작에 큰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그의 탐구는 과학으로도 문학으로도 그리 신선한 것이 되지 못했다. 잠을 읽으면서 잠이 왔다고 표현하면 너무 혹독한 평이 될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28세의 의대생으로 그에게는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유명 항해사인 아버지가 있고, 신경 생리학자로서 수면을 연구하는 엄마 카롤린이 있다. 아버지는 어린 자크에게 언제든 그가 꿈에서 원한다면 머물  수 있는  안식처인 붉은 모래섬을 갖게 해준 자상한 분이었지만, 자크의 나이 열한 살이던 해 불행히도 항해 도중 일어난 전복 사고로 가족에게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한 체 세상을 떠난다. 엄마 카롤린 역시 수면장애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다. 그것을 치료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그녀를 수면 연구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소설에서 주요 소재는 카롤린이 연구하는 수면에 관한 과학적 탐사다. 카롤린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깊은 수면 단계를 지나 그보다 더 깊은 수면 단계를 의도적으로 진입하려는 연구를 실행하다가 피실험자인 요가 수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아들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카롤린이 그토록 찾고자 했단 수면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잠을 잔다. 우리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형태의 수면 상태를 가진다. 처음에 잠으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얕은 잠, 깊은 잠으로 이어지는 약 70분가량의 꿈 없는 수면 상태와 그보다 더 깊은 수면 상태인 약 20~ 30분가량의 꿈꾸는 수면 상태가 있다. 하루  8시간의 수면을 취한다고 할 때, 90분가량을 한 번의 주기로 하여 하룻밤 동안 대략 5번 정도의 순환을 반복하면 우리는 매일 90분~2시간가량 꿈을 꾼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잠은 일반적으로 짧아지고 얕아지며 또한 꿈과 관련된 수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꿈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즉 의식이 활동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정보를 바탕으로 잠을 자는 동안 재해석하고 분류하여 장기기억으로 처리하거나 재연하는 리플레이와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좋은 성과를 내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잠을 꿈이 없는 상태와 꿈을 꾸는 상태로 구분하는 생리적 특징은 뇌파 활동과 눈의 움직임 그리고 근육의 긴장 정도이다. 수면 시간의 3/4을 차지하는 '정수면' 상태는 뇌파가 얼마나 느리냐, 진폭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다시 4단계로 구분된다. 이 시기에는 뇌파 활동이 점점 느려지고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으며 호흡은 깊고 규칙적이다. 피부 혈관이 팽창해 약간의 땀이 나기도 하지만 뇌와 내장 온도는 내려가고 소변도 적게 만들어지도록 항이뇨호르몬이 나온다.  이때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움직여 뼈와 근육이 자라고 신경세포막은 수리에 들어간다. 고개를 꾸벅이며 코를 골지만 근육의 힘이 약간 남아있어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로 앉아있을 수 있다.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꿈꾸는 상태에 진입하면 근육은 완전히 이완되어 자세를 유지할 수 없고 간혹 얼굴이나 손가락이 갑자기 수축하는 경련을 일으킨다.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의 자율기능도 불완전하고 동요한다.  이때 척수는 운동신경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지만,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이며 '정수면' 상태보다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 시각과 청각의 신경세포와 감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편도체까지 활성화된다. 눈동자가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급속 안구 운동 Rapid Eye Movement 즉, REM '렘수면'이라고 흔히 불린다.

수면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잠을 안 자면 반사 감각이 무뎌지는 등 뇌의 정교한 기능에 타격을 입는다. 또 무기력해져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예민해지고 때로 환상을 겪기도 한다. 수면 부족 상태로 며칠을 보내기만 해도 포도당 신진대사 장애가 나타나며 식욕 증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꿈을 꾸며서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자각몽'을 소재로 한 영화도 개봉되었다. 꿈을 자각하는 훈련을 통해 꿈을 꾸면서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결론은 잠은 알맞은 시간만큼 푹 자야 한다는 것이다. 몸도 오랜 진화로 적응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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