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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특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소설가로 평가받는다. 나 역시 25년 전 베르베르의 역작인 [개미]를 읽고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탐구심에 매료되었다. 그때의 추억에 이끌려서 "꿈"을 소재로 한 신작에 큰 기대를 갖고 읽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 그의 탐구는 과학으로도 문학으로도 그리 신선한 것이 되지 못했다. 잠을 읽으면서 잠이 왔다고 표현하면 너무 혹독한 평이 될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은 28세의 의대생으로 그에게는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유명 항해사인 아버지가 있고, 신경 생리학자로서 수면을 연구하는 엄마 카롤린이 있다. 아버지는 어린 자크에게 언제든 그가 꿈에서 원한다면 머물 수 있는 안식처인 붉은 모래섬을 갖게 해준 자상한 분이었지만, 자크의 나이 열한 살이던 해 불행히도 항해 도중 일어난 전복 사고로 가족에게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한 체 세상을 떠난다. 엄마 카롤린 역시 수면장애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다. 그것을 치료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그녀를 수면 연구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소설에서 주요 소재는 카롤린이 연구하는 수면에 관한 과학적 탐사다. 카롤린은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깊은 수면 단계를 지나 그보다 더 깊은 수면 단계를 의도적으로 진입하려는 연구를 실행하다가 피실험자인 요가 수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아들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카롤린이 그토록 찾고자 했단 수면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잠을 잔다. 우리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형태의 수면 상태를 가진다. 처음에 잠으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얕은 잠, 깊은 잠으로 이어지는 약 70분가량의 꿈 없는 수면 상태와 그보다 더 깊은 수면 상태인 약 20~ 30분가량의 꿈꾸는 수면 상태가 있다. 하루 8시간의 수면을 취한다고 할 때, 90분가량을 한 번의 주기로 하여 하룻밤 동안 대략 5번 정도의 순환을 반복하면 우리는 매일 90분~2시간가량 꿈을 꾼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잠은 일반적으로 짧아지고 얕아지며 또한 꿈과 관련된 수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서 꿈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즉 의식이 활동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정보를 바탕으로 잠을 자는 동안 재해석하고 분류하여 장기기억으로 처리하거나 재연하는 리플레이와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더욱 좋은 성과를 내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잠을 꿈이 없는 상태와 꿈을 꾸는 상태로 구분하는 생리적 특징은 뇌파 활동과 눈의 움직임 그리고 근육의 긴장 정도이다. 수면 시간의 3/4을 차지하는 '정수면' 상태는 뇌파가 얼마나 느리냐, 진폭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다시 4단계로 구분된다. 이 시기에는 뇌파 활동이 점점 느려지고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으며 호흡은 깊고 규칙적이다. 피부 혈관이 팽창해 약간의 땀이 나기도 하지만 뇌와 내장 온도는 내려가고 소변도 적게 만들어지도록 항이뇨호르몬이 나온다. 이때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움직여 뼈와 근육이 자라고 신경세포막은 수리에 들어간다. 고개를 꾸벅이며 코를 골지만 근육의 힘이 약간 남아있어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로 앉아있을 수 있다.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꿈꾸는 상태에 진입하면 근육은 완전히 이완되어 자세를 유지할 수 없고 간혹 얼굴이나 손가락이 갑자기 수축하는 경련을 일으킨다.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의 자율기능도 불완전하고 동요한다. 이때 척수는 운동신경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지만,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동일한 양상을 보이며 '정수면' 상태보다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 시각과 청각의 신경세포와 감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편도체까지 활성화된다. 눈동자가 이쪽저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급속 안구 운동 Rapid Eye Movement 즉, REM '렘수면'이라고 흔히 불린다.
수면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잠을 안 자면 반사 감각이 무뎌지는 등 뇌의 정교한 기능에 타격을 입는다. 또 무기력해져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예민해지고 때로 환상을 겪기도 한다. 수면 부족 상태로 며칠을 보내기만 해도 포도당 신진대사 장애가 나타나며 식욕 증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꿈을 꾸며서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자각몽'을 소재로 한 영화도 개봉되었다. 꿈을 자각하는 훈련을 통해 꿈을 꾸면서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결론은 잠은 알맞은 시간만큼 푹 자야 한다는 것이다. 몸도 오랜 진화로 적응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