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 저도 어렵습니다만 5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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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이름 " 바틀비" 에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본 미자모 서평책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출판사 이름 바틀비는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에서 따왔단다. 소설 주인공 바틀비(Bartleby)는 I would prefer not to(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으로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최소한의 소극적인 저항자이다.  '~해야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한 인물의 이름을 출판사 명으로 내건 소신이 뚜렷한 출판사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늘 고구마 100개 쯤 먹은 것 같은 기분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나에게 뭔가 시원한 탄산수 한 잔(나는 달지않은 뽀글이물을 좋아한다.) 건네줄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살펴보면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글씨와 그림으로 되어있는 책표지는 첫인상부터 요란하지 않고 참 심플하다. (책 뒤를 찾아보니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다른 시리즈 책들도 모두 하얀색 바탕에 파란글씨와 그림이다.)


 이 책의 저자 한승혜님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 서평집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비평 칼럼집<다정한 무관심>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살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 대부분을 소설을 읽으며 익혀왔고, 살면서 혼란스럽거나 답을 잘 모르겠는 경우 역시 소설이 그 답안지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는 행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상황과 처지와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간 소설을 읽으며 발견하고, 깨닫고, 느꼈던 과정에 대해 가감 없이 적은 이 책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궤적 자체라며 이 기록이 공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차례를 살펴보니 내가 읽은 소설은 딱 한편 <파친코>였다. 나머지는 모두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제목들이라 생경했지만 뭐 나는 워낙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지라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여서 사실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이 책 읽어보고 마음가는 소설 있으면 한번 연계독서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첫번째로 작가가 소개한 소설은 <가해자들>. 소설책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 그리고 출판년도와 함께 책속 한 단락이 소개된다. 프롤로그를 읽었음에도 아 이제 이 소설 줄거리와 함께 요약 설명이 나오겠지 하고 뒷장을 넘겼다. 그런데 갑자기 공동주택 층간소음 이야기가 나온다. 예상과 달리 자신의 인생경험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서사에 나는 살짝 당황한다. 소설을 핑계로 살면서 겪었던 작자 자신의 불편했던 속내를 아무런 포장없이 정말 가감없이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사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의 작가의 서사라기 보다는 나의 관점의 서사인 것만 같아 더 놀랐다. 

이건 내 얘기야 하면서 저자의 감정선에 휘둘리며 폭풍공감하며 읽었다. 


[quoted]

결국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세균과 어느 정도 조율해 나가며 우리의 신체를 유지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unquoted]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일상 <모래의 여자>이다. 


[quoted]

우리네 삶이라고 이 모래마을 주민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고, 다시금 먹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하고, 다음 날 다시 먹기 위해 설거지를 하고, 출근하기 위해 잠을 자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살아 있는 이상은 여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 모래를 퍼내는 게 싫다면 모래마을을 떠나면 되듯이 이러한 일상이 지겹다면 말 그대로 죽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모래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unquoted]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은 늘 텐션이 있는 삶을 사는 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 주는 시간은 급여의 의미일뿐 나는 늘 퇴근후의 삶을 꿈꾸고 새로운 관계와 문화를 꾼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부지런함이 나 자신을 노예 상태로 몰고가서는 안된다. 무리하게 일하는 사회는 노노! 이에 저항하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되 열심히 살지 않는 적절한 게으름이 필요하다. 


 층간소음, 불법카메라영상, 차별, 뫼비우스의 일상, 삶의 권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절망과 불안에 익숙해지는 법, 까탈스럽고 예민한 나, 채워지지 않는 욕구, 도둑질, 인간의 나약함, 청소년 폭력, 클론, 트루먼쑈 등등 이 책 속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처음에는 아 이건 내 얘기야 하며 폭풍공감 하였으나 출퇴근 짬짬이 독서로 이틀만에 모두 다 읽고 나서 내 기분은 뭐랄까 뭔가 불편했다. 작가가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에는 낭만이나 밝음은 없고, 불편함과 적나라할 정도의 불쾌감이 가감없이 보여져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이런 불편한 것들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데 그걸 굳이 드러내서 내 마음속에 분란을 일으키고 상기시키는 작가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내 삶을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다. 


살면서 참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생기는데 사실 알면서도 몰랐던/모르고 싶던/회피하고 싶던 책속 이야기들은 불안이 크고, 대인 관계 민감도가 높은 나에게 배설의 쾌감과 함께 나의 삶에 대한 자각으로 다가왔다.  사실 작가가 풀어낸 이 모든 불편함과 고민들은 나한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런 소설들도 만들어지고 그 소설에 대해 논하는 이 책도 태어났을것이리라. 내가 미처 모르던 소설, 숨겨진 소설을 통해 내 안의 무엇이 소설 속 이야기에 공명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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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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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여년전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 작가를 꿈꾸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 친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며 내게 이야기했었더랬다. 그 당시는 국민학생이 소설책을 구매하여 본다는게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던지라 나는 <개미>를 구매해서 읽고 있는 그 친구가 참 신기해 보였다. 아무튼 그 친구 덕에 <개미>라는 책을 나도 살짝 들춰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그 당시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후 성인이 되어서는 충분히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장편 소설의 벽을 넘지 못하여 아직도 책장에 잘 모셔만 두고 있을 뿐 나는 아직도 <개미>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중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작 <행성>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이번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한번 읽어볼까 하는 알 수 없는 의욕이 생겨 서평단도 신청하고, <고양이>시리즈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한국의 독자들은 왜 이 작가에 열광하는 거지 하는 궁금함이 있는지라 <개미>는 완독하지 못했지만 <고양이> 시리즈는 꼭 완독해 보리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제목이 <행성>인데 수금지화목토천해 중 어떤 행성 이야기 이려나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평일에는 출퇴근 짬짬이 독서로 주말에는 아이를 해변에 풀어놓고 나름 비취리드도 해가며 즐겁게 완.독.했다.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더라.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이라서 그런지 완독해 본 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일까 고양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35년 이상 글을 쓰고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라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집고양이였던 바스테트가 주변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소통을 시도하며 쥐들의 세계 정복을 저지하고 우주의 원소들을 상호연결하여 지금의 대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행성>은 위기 앞에서 종을 뛰어넘는 소통을 통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심감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바스테트. 정수리에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고(USB단자에 검은색 동글을 끼우면 집사의 마이크 달린 이어폰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 원격 무선 연결상태에서 칩에 내장된 번역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인간의 말이 고양이 소리로 변환된다) 목에 ESRAE(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Etendue)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 - 목걸이를 달고 다니며 평범한 고양이이면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여왕임을 자처한다. 이러한 바스테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재미를 주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바스테트 어머니의 어록!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고 책을 펼쳐보시기를... 바스테트 엄마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

또한 이디스 골드스타인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자 과학자를 통해 크리스퍼(CRISPR)를 응용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쥐의 돌연변이 DNA만든다는 내용이나, 젊고 열정적인 과학자 로망 웰즈 교수가 고양이 바스테트 정수리에 제3의 눈을 이식하는 수술을 해주고 백과사전 집대성했다는 내용, 고양이와 쥐에 제3의눈(USB단자)를 달아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머릿속으로 웹서핑이 가능하고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다는 설정, 보스턴 MIT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전공한 공학도 제시카 넬슨이 안티바이러스 개발 하며 LSPFQD5(La Science est Plus Forte Que Dieu)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 라고 말하는 대목 그리고 로봇 공학자 마크 레이버트와 함께 등장하는 로봇 개 스폿과 로봇 고양이 카츠 등은 작가가 어느 정도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상상력을 통해 소설에 잘 녹여내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 흥미로웠다.

내전 발발 후 대혼란에 빠진 뉴욕이 쥐 떼에 점령당했고, 쥐 군단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한 여정을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에서 그려낸 소설 <행성>은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 올린 인간의 문명이 붕괴하는 중임을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 감염병, 쥐들이 인간의 뒤를 이어 행성 지구를 지배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 모든 설정들과 거대 도시의 기괴한 풍경은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인간들을 용서해 줄 순 없어?

넌 이해 못 할 거야. 이 문제는 나 개인의 사소한 원한 차원이 아니라 훨씬 거대한 문제와 연결돼 있어. 인터넷에 접속하고부터 나는 인간들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됐어. 대멸망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한계를 한참 넘은 상태였어. 인간들은 쓸모도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소비하고 낭비했어. 그 식탐은 또 누가 따라갈 수 있겠어? 인간들이 수시로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는 뿌연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고 기온을 상승시켰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숲이 불타고 야생종들이 사라졌지. 인간들이 가축화된 종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그들의 노예나 다름없어. 소, 돼지, 닭, 양 같은 동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소비되기 시작했지. 쥐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험 대상이 됐어. 어린애들이 학교에서 해부 실험을 한답시고 마취도 제대로 안 된 내 동족들을 해부용 칼로 난도질했지.

그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본래 나는 SF나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더랬다. <승리호>, <토탈리콜>, <월e>, <혹성탈출>, <레디플레이어원>, <매트릭스>, <아바타>, <블레이드러너>, <엘리시움> 등등의 영화나 <더 기버>, <1984>, <멋진 신세계>등의 소설을 보기는 했으나 허무맹랑하고 그저 상상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뿐 큰 관심은 없었더랬다. 그랬던 내가 코로나시기를 거쳐오면서 기후 위기와 생태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뉴스를 접하며 잔혹한 테러와 전쟁범죄가 실제하는 요즘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스며든다. 다 읽고난 지금, <오징어 게임>의 "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어 " 라고 말하는 일남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고, 코로나는 점점 잠잠해지고 있지만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원자재 문제 등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말로 대멸망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소설을 통해 보아왔던 것 중 어떤 디스토피아로 가게될까도 상상해 보게된다.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월e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인간들은 지구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파란 행성 지구가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의 운명과 인간의 문명, 과학기술이 만들어 낼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다면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행성> 지구이야기를 읽어볼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행성1#행성2#베르나르베르베르#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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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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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여년전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 작가를 꿈꾸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 친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며 내게 이야기했었더랬다. 그 당시는 국민학생이 소설책을 구매하여 본다는게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던지라 나는 <개미>를 구매해서 읽고 있는 그 친구가 참 신기해 보였다. 아무튼 그 친구 덕에 <개미>라는 책을 나도 살짝 들춰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그 당시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후 성인이 되어서는 충분히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장편 소설의 벽을 넘지 못하여 아직도 책장에 잘 모셔만 두고 있을 뿐 나는 아직도 <개미>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던 중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신작 <행성>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랄까 이번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한번 읽어볼까 하는 알 수 없는 의욕이 생겨 서평단도 신청하고, <고양이>시리즈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한국의 독자들은 왜 이 작가에 열광하는 거지 하는 궁금함이 있는지라 <개미>는 완독하지 못했지만 <고양이> 시리즈는 꼭 완독해 보리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제목이 <행성>인데 수금지화목토천해 중 어떤 행성 이야기 이려나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평일에는 출퇴근 짬짬이 독서로 주말에는 아이를 해변에 풀어놓고 나름 비취리드도 해가며 즐겁게 완.독.했다.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더라.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이라서 그런지 완독해 본 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일까 고양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35년 이상 글을 쓰고 꾸준히 사랑받는 작가라는 점이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집고양이였던 바스테트가 주변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소통을 시도하며 쥐들의 세계 정복을 저지하고 우주의 원소들을 상호연결하여 지금의 대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 <행성>은 위기 앞에서 종을 뛰어넘는 소통을 통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심감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바스테트. 정수리에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가 있고(USB단자에 검은색 동글을 끼우면 집사의 마이크 달린 이어폰과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 원격 무선 연결상태에서 칩에 내장된 번역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인간의 말이 고양이 소리로 변환된다) 목에 ESRAE(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Etendue)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 - 목걸이를 달고 다니며 평범한 고양이이면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여왕임을 자처한다. 이러한 바스테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재미를 주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바스테트 어머니의 어록!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고 책을 펼쳐보시기를... 바스테트 엄마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

또한 이디스 골드스타인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자 과학자를 통해 크리스퍼(CRISPR)를 응용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쥐의 돌연변이 DNA만든다는 내용이나, 젊고 열정적인 과학자 로망 웰즈 교수가 고양이 바스테트 정수리에 제3의 눈을 이식하는 수술을 해주고 백과사전 집대성했다는 내용, 고양이와 쥐에 제3의눈(USB단자)를 달아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머릿속으로 웹서핑이 가능하고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다는 설정, 보스턴 MIT에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전공한 공학도 제시카 넬슨이 안티바이러스 개발 하며 LSPFQD5(La Science est Plus Forte Que Dieu)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 라고 말하는 대목 그리고 로봇 공학자 마크 레이버트와 함께 등장하는 로봇 개 스폿과 로봇 고양이 카츠 등은 작가가 어느 정도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상상력을 통해 소설에 잘 녹여내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 흥미로웠다.


내전 발발 후 대혼란에 빠진 뉴욕이 쥐 떼에 점령당했고, 쥐 군단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기 위한 여정을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각에서 그려낸 소설 <행성>은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 올린 인간의 문명이 붕괴하는 중임을 보여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 감염병, 쥐들이 인간의 뒤를 이어 행성 지구를 지배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이 모든 설정들과 거대 도시의 기괴한 풍경은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인간들을 용서해 줄 순 없어?

넌 이해 못 할 거야. 이 문제는 나 개인의 사소한 원한 차원이 아니라 훨씬 거대한 문제와 연결돼 있어. 인터넷에 접속하고부터 나는 인간들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됐어. 대멸망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한계를 한참 넘은 상태였어. 인간들은 쓸모도 없는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 소비하고 낭비했어. 그 식탐은 또 누가 따라갈 수 있겠어? 인간들이 수시로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배와 비행기는 뿌연 오염 물질을 만들어 내고 기온을 상승시켰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숲이 불타고 야생종들이 사라졌지. 인간들이 가축화된 종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그들의 노예나 다름없어. 소, 돼지, 닭, 양 같은 동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소비되기 시작했지. 쥐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험 대상이 됐어. 어린애들이 학교에서 해부 실험을 한답시고 마취도 제대로 안 된 내 동족들을 해부용 칼로 난도질했지.

그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본래 나는 SF나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더랬다. <승리호>, <토탈리콜>, <월e>, <혹성탈출>, <레디플레이어원>, <매트릭스>, <아바타>, <블레이드러너>, <엘리시움> 등등의 영화나 <더 기버>, <1984>, <멋진 신세계>등의 소설을 보기는 했으나 허무맹랑하고 그저 상상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뿐 큰 관심은 없었더랬다. 그랬던 내가 코로나시기를 거쳐오면서 기후 위기와 생태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 뉴스를 접하며 잔혹한 테러와 전쟁범죄가 실제하는 요즘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스며든다. 다 읽고난 지금, <오징어 게임>의 "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어 " 라고 말하는 일남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고, 코로나는 점점 잠잠해지고 있지만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원자재 문제 등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말로 대멸망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소설을 통해 보아왔던 것 중 어떤 디스토피아로 가게될까도 상상해 보게된다.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 월e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인간들은 지구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운 파란 행성 지구가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의 운명과 인간의 문명, 과학기술이 만들어 낼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싶다면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행성> 지구이야기를 읽어볼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행성1#행성2#베르나르베르베르#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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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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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결혼 11년차 주부인 나는 불혹이 훌쩍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요리에 있어서 만큼은 여전히 미숙하다. 태어나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늘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을 먹거나 외식을 하며 살고있다. 결혼후에도 친정가까이 살면서 식사는 주로 친정에서 해결하고, 이벤트성 요리는 남편이 종종 해주기에 사실 나는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나는 주로 주변 정리와 설겆이를 한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그리고 내 몸이 나이들어감을 실감하게 되면서 잘 먹는 것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먹는 식재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나와 같은 요리 초보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며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의 말을 필두로 일곱개의 챕터로 되어있는데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로 TV에서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이용재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무던한 식재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동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식탁에 흔히 오르는 재료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일상의 최전선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이들에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을 즐겁게 소개하고 싶었단다. 집에 있어도 회사에 출근해서도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기대감을 가지며 책을 펼쳤다. 

 캠핑가는 차안에서 읽고 싶은 식재료를 골라가며 편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제일 먼저 읽은 식재료는 우리 가족의 최애 식재료인 고구마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해남에 계신 시어머니께서 택배로 해남 꿀고구마를 보내주시는데 그 맛에 반해 고구마를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시집와서 해남 고구마를 먹고는 세상에 이런맛이 있다니 하며 감탄을 했더랬다. 회사동료에게 맛보라고 나누어 주었더니 이 맛난 고구마 어디서 살 수 있냐고 구매처를 묻길래 시어머니께 전화해 확인해 보니 베니하루카란다. 그때 처음 베니하루카를 알게 되면서 검색을 했봤더랬는데 이렇게 이용재 작가님의 고구마 이야기에서 만나니 참 반가웠다. 아 해남 꿀고구마 별명이 '이렇게 달수가 없다' 해서 달수였구나 하며 재미지게 읽었다. 다년간 고구마 굽기에 달인이 된 남편이 최근 드디어 고구마 맛있게 굽는 최적의 방법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구우면 맛있단다 ) 을 터득했다며 기뻐하며 말했더랬는데 알고 보니 이 책에 아주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여러 유수의 TV 요리 프로그램등을 통해 어설프지만 귀동량으로 들어봤던 요리 용어나 단어들이 책에서는 설명과 함께 등장해서 어렵지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요리나 식재료 방면에서는 문외한인지라 식재료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지만 마치 소설처럼 묘사가 뛰어나고, 설명이 꼼꼼하여 이해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식재료를 의인화하여 표현하시는게 참 맛깔스러웠다.

"토마토는 웬만한 육해공 식재료와 두루두루 어울린다. 일단 감칠맛으로 풍성함을 깔아주고 단맛으로 지루함을 잡아준 다음 신맛으로 표정을 관리하는 원리인데, 야들야들한 흰살생선이면서도 덩치가 큰 대구라면 토마토에 주눅 들지 않는다."

 모르는게 많아서인지 조리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살짝 아카데믹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생활에서 늘 접하는 식재료 이야기여서 그런지 부담없이 친근하게 다가왔고, 직접 실생활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샐러드를 참 좋아하는데 내가 즐겨먹는 발사믹 소스가 비네그레트였다는 것도 책을 읽고 알게되어 좋았다. 식재료의 기초 지식을 습득하여 일상의 식탁에 살짝 다양성을 주고싶은 사람이라면 요리에 관해 많은 팁을 제공해주는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오늘브로콜리싱싱한가요#이용재#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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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복면 클럽 1 - 학교 히어로의 탄생! 6학년 복면 클럽 1
마커스 에머슨 지음, 최린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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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TV에서 마커스 에머슨 작가와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선량한 인상의 작가님과 미쉘님과의 유쾌한 대화 모습에 이끌려 아홉살 아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릴때 액션과 모험, 미스터리, 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했다는 이 책의 저자 마커스 에머슨님은 본인이 어려서는 재미있는 책이 많지 않았고, 독서는 중요할 수는 있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본인이 열살로 돌아간다면 읽고 싶을 것 같은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고. 본인이 어려서 좋아했던걸 오늘날 어린이 친구들도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레오 과자를 포함하여 어린 시절 작가 본인이 읽고 싶은 걸 모두 다 넣어서 이야기 책을 쓰셨다고 한다. 

 10년 전에 구상했고, 두달만에 글을 쓰고, 한달만에 그림을 그려 이 책을 완성하셨는데 평소 만화책을 많이 보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단다. 그리고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철이 없는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책의 곳곳에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책을 부담없이 접하게 하고싶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싶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시는 부분에서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초2 아들에게 이 책을 계기로 책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서두에 작가의 말을 포함하여 총 12개의 챕터로 나누어져있는 <6학년 복면클럽1> 은 차례에 이어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로 시작된다.

 만화가가 꿈이었고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신 작가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은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관점에서 바라보고자해서 그런지 실제로 오레오 쿠키를 애정하는 우리 아이가 복면을 쓰고 비밀요원이 되고자하는 귀염뽀짝 모습이 상상되어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책은 만화책 읽기와 아빠와 함께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열한 살 체이스 쿠퍼가 비밀이 많은 뷰캐넌 학교에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기 형식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깡마르고 인기없는 아이 체이스가 전학 첫 날 체육관 옆 운동장 가장자리 나무가 울창한 나뭇잎들 속에서 복면을 쓴 누군가를 처음 보게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어린이 관점에서 나름 서스펜스도 있고, 검정색 복면을 쓰고 나무 위를 풀쩍 날아다니는 비밀요원 흉내를 내는 남자아이의 모습에 초2 우리 아들의 모습이 로버랩된다. 체이스가 학교와 친구들을 위해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딱이겠다 싶었다. 아이에게 지루하지 않게 웃으며 책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면 책과 함께 놀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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