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한국 색연필 컬러링북
종이비행 지음 / 보누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에 가을빛으로 물든 남산과 남산공원의 성곽길이 담겨 있다.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풍경은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천천히 산책을 시작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한국」은 한국의 아름다운 명소와 풍경을 색연필로 채워가는 컬러링북이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단순한 관광 명소 컬러링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종이비행님은 여행과 산책을 좋아하고, 한국의 풍경과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선은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며, 색감은 수채화처럼 부드럽다. 실제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기기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담아낸다. 고즈넉한 한옥, 한강의 노을, 벚꽃길, 축제의 풍경, 맛있는 한 끼. 작가는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걸으며 만난 한국의 순간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유명한 장소'보다 '내가 기억하는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님은 컬러링 기술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한국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추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답을 따라 칠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원작자의 가이드를 따라도 좋고, 나만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완성해도 좋다고 말한다. "잘 칠하는 것"보다 "즐겁게 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그래서 이 책은 정답이 있는 컬러링북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한국, 내가 느끼는 계절을 표현하는 책에 가깝다.


 컬러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기초 연습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다. 단계별 면 칠하기를 통해 색연필 압력을 조절하며 색을 조금씩 쌓아가는 연습을 해본다. 힘으로 눌러 진하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덧칠하며 균일한 색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라데이션 연습에서는 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칠하며 색을 쌓는 방법을 익힌다. 혼합 색 그라데이션을 연습하다 보면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색의 연결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무 표현 연습이다. 밑색을 깔고, 중간톤을 올리고, 그림자를 더하고, 마지막으로 깊은 부분을 표현하는 순서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연한 초록에서 초록, 진한 초록, 그리고 가장 짙은 초록으로 이어지는 색의 층을 만들며 나무를 완성한다. 잎 한 장 한 장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잎이 모여 있는 덩어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정교한 기술보다 색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즐거움이다.


 차례를 보는 재미도 크다. 벚꽃길과 열차, 경복궁, 한강 라이딩, 내장산의 단풍, 남산 둘레길, 푸른 바다와 해녀, 크리스마스 야경 같은 풍경이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붕어빵, 분식, 화장품, 치맥, 찜질방, 전통놀이 같은 일상의 장면들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한국은 랜드마크보다 생활 속 추억에 더 가까운 듯하다. 우리가 스쳐 지나가며 무심코 보았던 풍경들. 방과 후 들렀던 문구점, 겨울 저녁 손을 녹이며 먹던 붕어빵, 벚꽃이 흐드러진 철길, 골목 끝 작은 분식집. 이 책에는 그런 기억들이 담겨 있다.


 첫 작품으로는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는 고양이와 참새 민화」를 골랐다. 집 앞마당에 가득 피어 있는 능소화와 동네를 오가는 치즈냥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능소화를 닮은 주황빛 꽃과 참새들, 그리고 고양이가 어우러진 그림은 전통 민화를 현대적인 색감으로 재해석한 듯했다. 검은 그림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황과 연두, 초록을 중심으로 표현해 전체적으로 포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복잡한 원근법도 없고 넓은 면을 칠할 필요도 없어 색연필의 압력을 조절하는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어 만난 「조선 시대 여인의 멋내기 장신구」 페이지에서는 또 다른 한국의 색을 만날 수 있었다. 노리개, 비녀, 꽃신, 버선, 댕기와 자수 주머니. 전통 공예 특유의 화려한 색감이 담겨 있지만 자세히 보면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주황이 살짝 섞인 붉은색, 남색에 가까운 파란색, 맑은 옥색의 초록. 그래서 전통 색채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완성해 가는 재미도 크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한국이 아름답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순간이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단풍도, 겨울 골목의 붕어빵도, 벚꽃 아래를 지나던 열차도, 모두 내가 한 번쯤 가 보았고 지나쳐 온 풍경들이다. 그래서인지 색을 칠하는 내내 낯설기보다 편안했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한 장씩 들춰보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한국의 유명한 장소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계절과 순간들을 천천히 다시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색연필을 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쁘게 칠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색으로 한 장씩 채워가면 되니까. 한국을 여행하는 가장 느리고 따뜻한 방법. 색연필 한 자루로 사계절의 추억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컬러링북이 발간되었다. 잘 칠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좋아했던 풍경과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색을 쌓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이토록아름다운한국#색연필컬러링북#종이비행#보누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