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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 :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 ㅣ 철학 쫌 아는 십대 3
서정욱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7월
평점 :

어릴 때는 행복이 참 단순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했고,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면 행복했고, 좋아하는 친구와 실컷 놀면 행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은 점점 어려운 문제가 된다. 돈이 생겨도 부족하고, 목표를 이루어도 허전하고, 바라던 것을 손에 넣어도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행복 쫌 아는 10대 플라톤 vs 칸트」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착하게 살면 무조건 행복할까?" "매일 즐겁기만 하면 행복할까?" 어른들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10대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철학책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행복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행복에 대해 함께 묻는다. 플라톤은 "좋은 삶"을 이야기하고, 칸트는 "옳은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둘의 대화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플라톤의 영혼 삼분설이었다. 플라톤은 인간의 마음 안에 이성, 기개, 욕망 세 친구가 산다고 말한다. 욕망은 게임을 더 하고 싶어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한다. 기개는 포기하지 말자고 등을 떠민다. 이성은 지금 무엇이 옳은지 판단한다. 플라톤은 행복이 욕망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어른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더 벌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 그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욕망이 운전대를 잡을 때다. 플라톤은 이성이 마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은 삶인지 스스로 판단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역시 오래 남았다. 평생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그림자는 진실이다. 하지만 어느 날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은 태양과 나무와 하늘을 보게 된다. 그제야 깨닫는다.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플라톤은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돈이 행복일까? 성공이 행복일까? 남들의 인정이 행복일까? 어쩌면 우리가 쫓고 있는 것들도 그림자일지 모른다고. 이 대목을 읽으며 하이데거가 떠올랐다. 하이데거가 말했던 "고유한 삶" 역시 결국은 그림자를 벗어나 자기 삶의 진실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였으니까.

반면 칸트는 조금 더 엄격하다. 플라톤이 "좋은 삶"을 물었다면, 칸트는 "옳은 삶"을 묻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선의지 이야기였다. 칸트는 선한 행동의 결과보다 선한 행동을 하려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남을 도울 때 "나중에 칭찬받으려고" 돕는 것이 아니라, "도와야 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참 낯선 생각이다. 우리는 늘 결과를 계산한다. 손해는 아닌지, 돌아오는 보상은 있는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하지만 칸트는 말한다. 행복은 계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선한 일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행복을 대하는 태도였다. 행복은 무엇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였다. 플라톤은 말한다. 이성이 욕망을 잘 이끌 때 행복하다.칸트는 말한다. 선의지에 따라 옳은 행동을 할 때 행복하다. 그리고 책은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처음에는 10대를 위한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성적과 직업으로 설명하려는 아이에게도, 연봉과 성과 속에서 행복을 잃어버린 어른에게도, 이 책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을 남에게서 찾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질문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중요한 질문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리고 어쩌면 행복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도.

행복을 가르치는 책은 많지만,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드물다. 「행복 쫌 아는 10대 , 플라톤 vs 칸트」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 속에서 조금씩 발견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플라톤과 칸트의 철학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고, 어른들은 잊고 지냈던 행복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철학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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