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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을 찾아서 - 거대한 도시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자립과 연대의 기록
윌리엄 제임스 도슨 지음, 오수민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5년이 되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수많은 숫자와 데이터를 보고, 회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음 일을 준비한다. 일을 통해 성장했고, 좋은 동료들도 만났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AI가 등장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데 왜 우리는 더 여유로워지지 못할까? ", " 먹고사는 일 말고도 삶에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 " 내 아이에게도 내가 사는 방식을 물려주고 싶은가? "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 책이다.

처음에는 그저 시골 생활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평범해서였다. 이 책은 120년전 저자가 살아가는 삶에서 마주했던 좌절과 무력감으로부터 무엇을 갈구했고 무엇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기록으로 전원생활 예찬서가 아니라 "어떤 공간이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서로 읽힌다.

1907년에 출간된 이 책의 저자님은 산업혁명기 런던의 평범한 사무원이었다. 저자님은 런던을 사랑했고, 도시가 주는 활기와 문화, 가능성을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동시에 런던을 감옥이라고도 표현한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감각 등 그가 묘사한 런던 사무원의 모습은 때때로 강남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과도 겹쳐 보이며 내 마음을 후벼팠다. 120년 전 런던 옥스포드 스트리트는 거부할 수 없는 중력처럼 나를 사무실 책상 앞으로 끌어다 놓는 2026년 서울 강남대로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고, 저자가 느낀 무력감은 2026년을 살아가는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이유는, 25년 동안 강남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어떤 삶의 리듬을 강요해 왔는지 이미 온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생계를 꾸리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일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느라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과감하게 질문한다. " 살아갈 수단을 얻기 위해 살아갈 능력 자체를 잃어버린다면 그게 과연 현명한 삶일까? " 120년 전의 질문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AI 혁명이 시작된 지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바꾸었다면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바꾸고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업무는 더 빨라지며 정보는 더 많아진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더 자유로워지고 있을까? 최근 업계는 모두 AI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경쟁력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실행에서 발생한다. 이 책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행복의 차이도 결국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무엇이 본질인지 구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저자가 시골로 떠난 이유보다 그가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거창한 성공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맑은 공기, 가족과 보내는 시간, 직접 만든 집,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 좋은 책을 읽는 여유, 별을 바라보는 밤 등 너무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몇 달 전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한 후 남편이 정원을 가꾸고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가꾸는 일에는 생각보다 큰 기쁨이 있다. 성과나 KPI로 측정할 수 없는 종류의 만족감이다. 어쩌면 인간은 원래 무언가를 창조하고 돌보면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저자는 인간적 교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혼자만으로는 완전해질 수 없다. 자연도 필요하지만 공동체도 필요하고, 고독도 필요하지만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정답은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다. 성공도 아니고 은둔도 아니다. 인간적 교류의 즐거움과 자연이 주는 평온함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어쩌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삶의 방식이 아닐까?
나에게 이 책은 먹고사는 일의 애환과 인간다움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어디에 살든 깨어서 살라." 는 소로의 말처럼 월든 호숫가에서도 욕망의 노예가 될 수 있고, 강남 한복판에서도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왜곡된 관습의 충실성에서 벗어나 어떻게 나만의 월든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저 간신히 버티고 지내며 어떻게 더 많이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물으며 의식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를 가져보려한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당신은 지금, 생계를 꾸리고 있는가 아니면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 돈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립이다. 그리고 독립의 시작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120년 전 산업혁명기의 한 직장인이 남긴 기록은 2026년 AI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이성적인 존재로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생계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며, 삶을 살아갈 힘을 희생하면서까지 삶의 수단을 확보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진짜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삶이란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이 제 역할을 다하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태, 그리고 모든 부분이 완벽한 리듬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즐거움은 상대적이며, 가장 단순한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가장 희귀한 즐거움 못지않은 커다란 기쁨을 줄 수 있다. 꽃 한 송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대관식 행렬을 보는 것만큼이나 강력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예민해진 귀를 가진 사람에게는 새 한 마리의 노래가 베토벤의 소나타만큼이나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가장 단순한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것이며 가장 평범한 기쁨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활력을 주고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가장 좋은 행복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겠는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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