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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필사 - 별과 바람 그리고 나를 힐링하는 시간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12월
평점 :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유명해서일까. 이 책에는 서문도 추천사도 에필로그도 없다. 말해주기 보다는 비워두는 쪽을 택한 이 책은 세상의 윤곽만 그려놓고, 그 안을 채우는 일은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책의 많은 여백은 장식이 아니라 질문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읽는 독자에게 "이제 너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을 건다.

지상에 머문 시간은 겨우 스물아홉 해.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조차 넉넉하지 않았지만, 시인에게는 민족과 독립이라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그의 고뇌의 마음은 바다를 불러낼 만큼 크다. 하지만 그의 시가 위대한 이유는 과거의 비극을 증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가슴에 새기듯 천천히 따라 쓰고 싶어지는 윤동주의 시들. 소란해진 마음을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문장들이다. 든적스러운 삶을 살아가며 모든 것을 소진해버린 것 같은 고단한 하루에 쉼표를 찍듯 시인의 문장을 찬찬히 따라 쓰다 보면, 문득 물음표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펜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 속에 머문다. 손으로 문장을 익히고, 머리로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시나브로 단단해진다.

윤동주의 시는 삶이 고단한 날에도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하고, 조금은 더 용기 내어 살아가도 괜찮겠다는 마음을 남긴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위로, 그래서 그의 시들은 오늘의 삶을 견디게 하는 조용한 중심이 된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마음속의 이상과 순수함을 끝내 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문득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만드는 힘, 삶을 버티게 하는 중심에는 언제나 별이 있다. 닿을 수는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존재. 어둠 속에서도 끝내 빛을 잃지 않는 별처럼,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 역시 오늘도 나를 앞으로 걷게 만든다.

시인의 문장을 따라 읽고 쓰는 동안,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소중한 마음 하나를 다시 만났다. 그 위에 나만의 생각과 언어를 덧대며 단 한 번뿐인 나의 인생과 ‘나’로 살아간다는 일의 의미를 천천히 되짚어보는 시간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다정한 힐링이었다.

시를 읽으며 나는 오늘의 행복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장은, 마치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다름 아닌, 네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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