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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박은진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제목만 읽어도 벌써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책은 표지에 등장하는 서어 나무에 마음이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초록의 나무가 주는 우아함과 단아함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매력이 느껴지며 바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딱맞는 조언을 해줄것만 같다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편집자이자 작가이신 저자님은 복잡다단하고 때론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나무를 통해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이 책에는 모질고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라는 바오바브나무, 건조하고 더운 기후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영양이 풍부한 열매를 맺으며 1000년 가까이 그 결실을 이어나가는 올리브 나무, 지구의 북쪽 끝자락인 극한의 땅에서 자라는 잎갈나무, 험난한 환경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생존의 길을 열어가는 낙우송, 모진 바람에도 적응하고 살아남는 법을 아는 산사나무, 다양한 생명과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북미측백나무 등 총 60그루의 나무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나무들에서 "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를 배울 수 있다.

회복력과 유연성의 달인으로 꼽히는 개암나무에게서 '강인하지만 유연하게'의 철학을 그리고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 무슨 일이 닥치든 묵묵히 감내하고 적응하며 놀랄 만큼 유연하게 진화해온 '발삼전나무'에게서 변화에 순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유달리 높이 자라지도 않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으며 수천 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기 자리에 단단히 뿌리 내리며 강인하게 자라는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표지의 '서어나무'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장 나의 마음에 들어왔던 나무는 멈춤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낼줄 아는 '참나무'였다. 여름내 광합성을 하느라 분준한 나날을 보낸 나무가 겨울에 하는 일은 오로지 잠,잠,잠이란다. 숨을 고르듯 가지를 하늘로 쭉 뻗은 채 기나긴 겨울밤이 지나길 기다릴 뿐 거의 아무것도 하지않으면서, 아주 느긋하게 기다린다는 참나무처럼 덩달아 느긋해지고 조금은 차분하고 평온해진 기분이다.

주말의 어느 여유로운 오후, 남편과 함께 이 책 한 권 달랑 들고 강원도 숲속을 산책하며 책속의 나무들을 찾아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삶의 속도가 더딘 산속의 단풍나무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개울에 발 담그며 나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기도 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마음에 잔잔한 위로가 일었는데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나무처럼 잠시 멈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며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나무의 단단함은 인생의 절반을 지나는 나이에 더더욱 필요한 처방이다. 공자는 나이 오십에 천명(하늘이 내려준 운명)을 알았다는데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그냥 나이만 먹는 것 같고, 나의 운명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틀 속에 갇혀 사는 것이 싫어 주말 여행자로 살고 있지만 인생 절반을 지나고 보니 세상의 시계가 아니라 나만의 시계에 세상을 맞추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남은 절반의 인생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며 하늘 한 번 보고 햇볕을 좀 쏘이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눈앞에 빛나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누리고 매 순간 충만하게!

삶이 우리에게 준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현명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데 나무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한다. 내가 가진것에 감사하고, 안분지족하며 나무처럼 지혜롭고 여유롭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마음의 주름을 쫙 펴고 편안하고 우아하게 익어가겠다 다짐해본다.

잠시 쉬었다가 정신의 찌꺼기를 비우는 해우소와 같은 책이 발간되었다.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나무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산문 시집같은 책이다. 오랜만에 편안한 인생책을 만난 기분으로 행복해하며 읽었고, 이 책과 함께 숲에서 산책을 하며 마음과 영혼이 맑아지고 여유로워지는 마법같은 시간을 보냈다. 움직이지는 못해도 제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법을 아는 나무에게서 꿋꿋이 견뎌내는 의연함을 배웠고, 푹 쉬는 법 그리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보듬는 법, 삶이 더 행복해지는 비결을 배우며 나 스스로가 나무처럼 우아해보이기도 하고 덩달아 품격있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가끔은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 책과 함께 삶에 힘과 위안을 주는 나무의 철학을 배우고, 자신에게 느린 쉼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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