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위로 앉은 위로 모해시선 1
윤미경 지음 / 모해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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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와 동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저자님은 깨달음의 순간 고양이가 되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사력을 다해 살았지만 도착점이 점점 멀어지며 닿을수 없어서 고양이처럼 애쓰지 않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고싶다는 이 말씀이 무슨뜻인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1부 시간을 듣다>, <2부 위로를 품다>, <3부 기억을 되짚다> 세 파트아래에 총 51편의 시가 담겨 있다. 


 '바다의 애간장이 끓고 있다', '달빛은 내가 다 마셔 버렸다', '갈매기가 가난한 안부를 물고 난다', '아침마다 너는 지랄을 밥에 비벼 깨작거렸지 남은 지랄은 국에 빠뜨리고 휘리릭 휘저었지 나는 네가 떨어뜨린 지랄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는 번번이 탈이 났지' 등 분명히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언어이면서 동시에 시인만이 특수한 의미를 넣어주는 것 같은 그 어떤 것이 있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대놓고 합법적인 거짓말을 하는 표현 문구들이 등장할때마다 역시 알쏭달쏭했지만 시인의 페이소스가 느껴지며 부조리한 세상에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시인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산문시집이다. 


 어제 힘들었으니 오늘은 좀 쉬고 내일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숙취>를 읽으면서는 지친 시인의 어깨를 토닥이며 용기의 기운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사는 동안 한 번도 꽃 같지 않았던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백합처럼 고운 모습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낙화>를 읽으면서는 곱게 잘 늙고 잘 내려놓아야겠다 생각했다.  


  가장 마음에 들어온 시는 <쉿!> 이었다. 나와 비슷한 동지를 딱 만난 기분이었는데 내 마음을 마치 나인듯 알고 있는 듯 하여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안부를 묻는듯한 느낌인데 오늘 하루도 만만치 않았지만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은 소소한 행복도 있었다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것 같아 따뜻했다. 


 일상에 지친 나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시집 하나 달랑 들고 강원도 홍천의 어느 숲길을 산책하며 여유롭게 읽었다. '다람쥐처럼 하루를 돌면 쥐꼬리로 환산되는 복붙의 나날들'에서 벗어나 그냥 두기, 텅 비어있기 놀이를 하면서 숲속의 시원한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노루오줌꽃과도 사진 한장 찍고, 여우오줌꽃과도 한장 찍고, 이 시집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를 읽으면 바로 나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데 고요히 숲을 거닐며 시집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 마음을 읽어보았다. 힘든 세상을 건너는 시인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나의 피곤한 삶과 몸과 마음에 와닿으며 토닥토닥하는 시간이었다.  


 인생이 '시'가될 수 있다면 시가 그렇게 찬양될리 없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 속 고단함과 그에 대한 섬세한 위로를 건내는 시인의 페이소스가 궁금하다면 고통이든 기쁨이든 진정 자기 것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노력을 발견하고 싶다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세지로 위로와 통찰을 건네는 이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좋은 차오름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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