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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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케임브리지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하며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한 청년이 있다. 진지한 생물학적 철학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학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관하여 도덕적인 견해를 세우려면 그 문제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험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지 알기 위해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유기체들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뇌가 하는 역할을 알기 위해 신경과학을 공부하면서 의미, 삶, 죽음 사이의 관계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그는 인간의 관계성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며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임을 알게된다. 


 그런데 신경외과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전도유망한 35세 청년이 어느날 갑자기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다.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하는 힘겨운 멍에를 짊어진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중요했던 그에게 폐암 진단이 확정되며 그의 환자들이 대면했던 실존적 문제를 그 역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일하는 동안 무척 익숙했던 죽음이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며 마침내 죽음과 대면하게 된 그는 죽음과 마주한 채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한다. 


 40년의 인생 계획을 짰던 그는 본래 첫 20년은 외과의사이자 과학자로, 마지막 20년은 작가로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마지막 20년에 들어서게되며 암 진단과 함께 부서져버린 현재와 미래, 미래를 아는 고통과 알지 못하는 고통,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어려움 등을 직면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게 된다. 불치병 진단을 받고 나서 죽음을 의사와 환자 모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그는 의사가 아닌 환자의 삶을 살게 되면서 남은 삶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고뇌에 빠진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살고, 숨 쉬고, 대사 작용을 하는 유기체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속수무책으로 살아간다. 죽음은 당신이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예전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부단히 버둥거리는 그의 고통이 구체적인 느낌으로 실감나게 전해진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인 그는 병에 걸린 자신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있는 이 책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며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말하는듯하다. 


 열역학 제2법칙(모든 질서는 엔트로피, 쇠퇴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의 전형적인 사례가되어 죽음에 직면하게되면서 청년은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환자가 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려고 계속 애를 쓰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그의 모습이 눈물겹다.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지만 "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 "라고 결심하며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기로 한다.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폐암이라는 불치병이 찾아오며 실제로 자신의 죽음을 대면하면서 그는 다시 문학을 읽기 시작한다. 문학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청년은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오랜 시간 씨름했고 그 본질적인 영역을 탐구한다. 죽음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정의하고 다시 전진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어휘를 찾아 충분히 사색한 후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필한다. 그 책이 바로 「숨결이 바람될때」이다. 



몇 년 전, 나는 다윈과 니체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삶을 이와 다르게 설명하는 건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후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등 삶에서 부딪치는 무거운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 삶의 혼란스러움과 무게감에 대해 느끼며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나의 죽음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나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등 죽음에 직면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내 삶이 의미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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