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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ㅣ 슬기로운 철학수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미조 편역 / 파랑새서재 / 2024년 8월
평점 :
가난했던 십대시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삶은 고통이라 말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이 그냥 좋아서 노트에 끄적였던 기억이 난다. 어릴적 삶이 힘들다 느낄때 쇼펜하우어의 문장에 기대어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불혹을 훌쩍 넘긴 지금의 나에게 그의 문장들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들꽃이야기였다. 타인의 좋은 평가에 허영심이 충족되어 속으로 기뻐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쇼펜하우어 저자님의 말씀에 위로를 받았다. SNS를 통해 나의 행복을 남의 시선에서 판단하는 세상이다보니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어 충분히 행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들꽃의 아름다움에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이렇게 완벽하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화려하게 피었다가 시들어 버리네."
그러자 꽃이 말했다.
"바보야. 내가 남에게 보이려고 꽃을 피우겠니?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꽃이 피는 거야.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피는 것에 있고,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 있어. "
올여름 소설「퀸의 대각선 」을 읽어서 그런지 대각선, 대척점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금을 만들고자 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자연의 법칙을 발견한 연금술사처럼 파도가 거센 삶의 바다를 오늘도 굳건히 헤쳐나가보리라 다짐해본다. 현재에 완전히 몰두하는 동물처럼 나만의 행복을 알아차리고 만끽하면서!
인생행로는 우리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요인, 즉 언제나 서로 맞물려 서로를 변화시키는 수많은 일과 수많은 결정의 결과물이다. 또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보는 시야가 좁다. 그렇기에 결정을 미리 예언할 수 없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할 수 없다. 우리가 그나마 아는 것은 현재의 결정과 현재의 일뿐이다.
우리는 항상 목적지에 가까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지금 처한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일과 우리 의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두 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생겨나는 대각선이 우리의 인생행로다.
시간은 흐르고 사물은 덧없다. 그러니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의 대척점을 바로 생각해 보라. 행복에는 불행을, 우정에는 적의를, 좋은 날씨에는 나쁜 날씨를, 사랑에는 미움을, 신뢰에는 배신을 그려보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항상 사려 깊게 행동할 수 있으며, 쉽게 속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세상을 사는 지혜며, 이렇게 해야만 앞으로의 일을 예견할 것이다.
고단한 인간의 삶은 '끝이 있는, 현실의 집합체'이므로 삶을 괴롭게 만드는 정체를 파악해 '내가 나로 사는 것', '나의 인격을 높이는 것', '건강을 지키는, '다른 이의 견해에 휘둘리지 않는 것', '미래의 두려움을 미리 끌고 와 두려워하지 않는 것' 등의 나름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씀을 하신다.
인생의 형식은 끝이 없는 현재다.
우리 삶의 모든 과정은 '단 한 순간만 존재한다'일 뿐이고, 그다음에는 영원히 '존재했다'가 된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즐기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만이 가장 현명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한번 존재한 것은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결코 존재한 적이 없던 것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음 순간 이미 존재했던 것이 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현재가 아무리 하찮더라도 '지금 내가 사는 현실'이기에 의미 있으며 과거보다 우월하다.
행복에 대한 말들도 참 많이 등장했다.
행복의 대부분은 건강으로 결정된다.
행복이나 고난은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의 행복을 막는 두 개의 적은 아픔과 무료함이다. 궁핍과 결핍은 아픔을 낳지만,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한쪽이 멀어질수록 한쪽이 다가온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사유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행복의 90퍼센트는 건강에 달려 있다. 건강이 모든 즐거움의 원천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무엇을 가졌든 그것을 즐길수 없다.
생명의 본질은 운동에 있다.
생활방식이 단조로워야 행복해진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다.
나의 어릴적 기억속 쇼펜하우어를 떠올리며 8월의 어느 더운 여름날 가평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고 앉아 머리를 비우며 편안하게 읽었다. 글밥도 적고 비교적 쉽게 씌여져 있어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어렵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사람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계기로 저자님의 대표작「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도 한번 도전해보아야겠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쇼펜하우어 저자님의 글을 읽어보고 지금의 나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겠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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