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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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산왕시 산달동, 허름한 단독주택에 엄마와 딸이 살고 있다. 힘없는 사람을 도와줘서 세상은 든든하고 힘내어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겠다는 포부로 경찰이 되기를 꿈꿨으나 3년째 경찰시험에 낙방한 딸 오태경은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었을 때 입에서 끔찍한 악취가 나고, 왼손 검지의 황갈색 털과 끄트머리에 갈고리 형태의 긴 손톱이 자라 있음을 발견한다. 몸의 변화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엄마와 함께 산왕산 박수 무당을 찾아간다. 우리 몸에는 수천, 수만가지 전생의 혼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세포와 같이 우리 몸과 정신을 이룬단다. 그런데 무려 150년 동안 산왕산을 다스리신 산신령이 태경의 몸으로 환생했다고. 산왕산을 지나 한양에 가는 가난한 젊은 선비들을 많이 해해서 현생에 관리가 될 복을 받지 못했으니 마음을 비우고 사람들 얘기를 잘 들어주면서 일백 명 마음의 한을 풀면, 귀문은 닫히고, 산신령도 귀토(흙으로 돌아간다, 영원한 안식을 얻는다)하여 관직운이 열린다는 박수무당의 말에 따라 태경은 경찰서 앞에 '액운타파 사주112' 사주카페를 차린다. 


 호랑이 영혼이 들어온 태경은 청력이 기가막히게 좋아지고, 억울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 호랑이로 변신하는데 억울한 마음이 크면 클수록 변화 부위가 많아지고 기간도 늘어난다.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그 덕으로 변신이 회복된다. 취직도 못하고 호랑이 저주에나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억울함에서 싹트는 분노를 경험할때마다 호랑이로 변신하는 태경은 호랑이의 기운을 느끼는 특별한 시간들이 좋다. 어려운 이웃의 일을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저버리는 것은 멋없었다고 느끼는 태경은 몸이 아파 환청을 듣게된 환자의 사정을 헤아려주고, 떼인 월급을 못받아 괴로워하는 청년을 돕는다.



단순한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엄마 말이 맞다. 사람을 돕는 건 호랑이 기운처럼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약간의 오지랖이나 사고방식의 전환 아닐까?



 마치 영화를 보듯 단숨에 순삭 읽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아동 실종사건, 연쇄 살인 사건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무속과 변신을 넘나들며 억울한 이웃의 일을 모른채하지 않는 산달 미용실 미애살롱 딸내미 호랑이 아가씨 오태경이 멋있다. 철저히 비과학적인 통쾌한 영웅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나는 어떤 이웃이었던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호랑이아가씨#허태연#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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