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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8
윤혜은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쾌청한 여름날이 떠오르는 표지를 보며 어떤 청춘의 풋풋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일지 또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해주는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살수록 '사는 운'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고 믿는다는 저자님은 좋아하는 모든 일 중에 노래 부르기를 가장 좋아하시는데 오랜 시간 지망생의 마음을 심어 준 노래와 소설을 하나로 이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씀하신다. 자신의 노래에 대한 사랑을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통해 진심으로 담아내신 느낌이라 작가님의 취향과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책은 모두 각자의 길을 가는 정인고 5인방 이나래, 윤이나, 양유림, 문소영, 서정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면서, 원하는 것을 계속 원하면서 그런 단숨함을 유지하는게 자꾸만 어려워지는 세상을 살아가며 앞으로 무엇을 좇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것만으로도 막막한 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진짜 적응이 안되는 건 우리를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꿈을 가지라면서 갈림길 전부를 겪게끔 두지 않고, 제한된 보기 안에 원하는 걸 선택하라고 채근하고 재촉하는 어른들. 시험을 치를 때마다 나래는 생각했다. '답을 찾으시오'가 꼭 '답이 되시오'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지금 하는 일이 좋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누가 점검해 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게 되는 것들이 있거든.
가끔은 나를 구원해주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지금의 나'와 '되고 싶은 나'사이의 간극을 아직 셈하지 않은 우리의 주인공 이나래에게는 틀림없이 더 긴 가능성의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나래는 자신만의 선택을 하며 좀 더 현명한 상태로 가을을 맞았기를 바란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실력에서가 아니라 선택에서 나온다.
한낮을 맘껏 게으르게 뒹굴다 문득 정신을 아려 보면 그냥 텅빈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스스로 내버려진 느낌.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 내 것은 아닌 듯한 하루.
친구들과 둥그렇게 무리 지어 앉는 시간이 뭔가를 마구 털어놓으면서 가벼워지는 기분이라면, 지금처럼 잠시나마 혼자 보내는 순간은 시간을 껴안는 기분이 든다. 흘러가지 않고 곁에 머무는 시간.
중간중간 등장하는 노래들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삼아 들으며 책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나에게는 모두 추억돋는 노래들이다 보니 윤이나래의 음악 분위기를 연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나의 가난했던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구매한 LP판이 바로 휘트니휴스턴의 앨범이었을 정도로 휘트니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은 내게 익숙한 노래인데 실패하든 성공하든 나는 내가 믿는 대로 살거라는 가사의 뜻도 너무 좋았다. 성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대로 사는 모습은 쉬이 상상되지 않지만, 우리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보다 당장 뭘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데에 흥미를 느끼는 어른이 더 많은 날이었다는 나래의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나래 엄마가 노래방에서 부른 원미연의 <이별 여행>도 내가 한때 정말 좋아하고 즐겨 부르던 노래여서 추억돋았고, 스티비 원더의 <Overjoyed>를 들으면서도 , 레슨곡 다이애나 디가모의 <Don't Cry Out Loud> 를 들으면서도 역시 나래의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곡이라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나래와 이나가 축제때 부른 아리아나 그란데의 <Breathin>은 이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었다.
" I keep on breathin! 난 계속 숨을 쉴 거야!"
친구 이나를 따라 제 꿈을 정해버린 나래이지만 생기부랑 자소서 빈칸에 넣을 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지켜 가는 일을 하며 뭐든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붙잡고 살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나래는 우선 자신이 어떤 템포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그동안은 멈춰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리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너무 빠른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인생이 노래라면 나래는 제 삶을 쓴 작곡가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거냐고.
답답하다고 등을 돌려 버리는 게 아니라 친구 소영이가 그랬듯이 그럼에도 조심조심 다가가는 용기를 쌓아가면서...
나래는 소영을 보면서 뭔가를 아주 잘 알게 되기를 바라기보다 모르는 채로 조심조심 다가가는 태도를 배우고 싶어졌다. 친구에게도, 제 삶에도. 몰라서 답답하다고 등을 돌려 버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다가가는 용기를 쌓아 가면서.
학창시절, 십년후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를 적어봤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며 지금으로부터 십년후 나는 나중에 내가 뭘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또 뭘 좋아하게 될지도. 사실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좋아하는 걸 찾는게 너무 어려워도 그런 나를 내가 계속 기다려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찾을때까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땐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 각자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든 서로에게 손을 흔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 나래처럼. 좋아하는 걸 모아두는거 그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고2 여름방학을 보내는 나래처럼 나도 특별한 성취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내 아이에게도 그 힘을 전수해주고 싶다.
인생은 결국 '나'를 공부하는 과정이래.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그걸 왜 하고 싶은지, 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계속 알아 가야 한대.
꿈이 이뤄진다는 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깊어지는 걸지도 몰라.
아직 무엇도 되지 않은 미래 때문에 지금을 닥달할 필요는 없겠지.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얼만큼의 간극이 있는지 몰라도 벌써 미래에 지는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는 않겠다. 조바심이 나지만 너무 빨리 해석하려다 보면 탈락되는 감정들이 생길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은 ' 인생은 끝나지 않는 자습 시간 같은 것 ' 이라는 문구였다.
달갑지 않은 미래. 아니, 미래라는 말은 너무 희망적이다. 아직 자신이 원한 미래를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래는 불공평한 게임에 계속해서 강제로 참여하는 약속에 가까웠다. 미래를 위해서 공부해야지. 지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야. 세상은 아이들에게 겉으로나마 그 말을 성실히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면서 교과서 밖의 질문들, 일테면 지금 당장 행복할 순 없는 걸까 하는 의구심은 죄다 자신의 영역으로 밀어 두게 한다.
가끔 인생이 다 내 뜻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
아니, 어른들이 우리 보고 주체적으로 살라고 하잖아. 난 학교에서 제일 싫은 게 자습 시간인데.
표지를 보면서 내가 " 와, 책이 참 청량하네 !" 했더니 옆에서 내가 책읽는 모습을 바보던 초4 아들이 " 엄마, 청량한게 뭐예요? " 하고 물었다. 그래서 " 음, 맑고 시원하고 풋풋한거야, 너처럼." 라고 했더니 사전을 찾아보잔다. '청량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맑고 서늘하다, 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인품이나 성격이 깨끗하고 선량하다' 라고 나와있었다. 사전의 뜻을 확인한 아들은 " 그럼, 나는 청량하지 않아요. 저는 열이 많아서 늘 덥거든요." 한다. 아들의 말을 들으며 문득 학생들을 위해 월요 인사맛을 준비하시는 담임 선생님 인사말 하나가 생각났다.
알고 있었니? 청소넌의 청(靑)에는 '푸르다'는 뜻 말고도 '고요하다', '잠잠하다'는 뜻이 있데.나란히 두고 보니 푸른 것은 왠지 의무나 결실 같은데, '고요하다'는 쉼, 다음으로 향하는 준비처럼 느껴지더라. 쌤은 이 편이 지금의 너희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너희는 어때? 11반 청소년들아, 필요한 걸 발견하는 방학이길 바란다.
탁 트인 곳에서 친구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머무는 휴식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열여덟의 나의 꿈과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청소년 소설이 발간되었다. 올여름 풋풋한 정인고 5인방의 청량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쉼의 마음으로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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