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르누아르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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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수업하면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던 것이 전부인 나는 대학에서 교양수업으로 그 흔한 서양미술사 수업도 듣지 않았을 만큼 미술은 나의 관심밖의 분야이다. 그런데 아이가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겨 이 책과 함께 가볍게 미술수업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술학을 공부하신후 수많은 전시회를 가지신 저자님은 대학에서'미술사', '미학특론', '소설론', '아동문학' 강의를 하시며 장편소설 「모짜르트가 살아 있다면」로 등단도 하시고 어린이를 위한 책「해바라기를 사랑한 고흐」,「비행기구를 사랑한 다빈치」,「동그라미를 사랑한 피카소」도 집필하셨는데「작고 아름다운 르누아르 미술수업」은 어린이와 예술가들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184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상주의는 전통적인 그림 기법과 달리 밝은 빛의 그림을 제시한 미술 사조의 새로운 흐름을 말하는 것으로 인상주의를 추구한 화가를 인상파 화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상파 화가는 태양 광선이 어떻게 풍경 속에서 색채를 변하게 만드는지를 연구했기 때문에 빛과 색채에 관한 과학자라고 불리는데 이전의 화가들은 역사와 신화를 배경으로 한 장면을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묘사했다면 르누아르와 그의 친구들 모네, 바지유, 시슬레, 피사로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평범한 자연과 일상의 모습을 빠른 시간 안에 즉흥적인 붓질로 그려 어둡고 칙칙했던 구시대의 그림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어린 르누아르가 딱부리 영감 올르왜 선생님댁의 담벼락에 그림 낙서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재봉사 아버지가 옷감을 재단할때 사용하는 검은색 쵸크로 루브르궁 왕비님 행렬 그림 낙서를 한다. 이후 르누아르는 아버지를 따라 도자기 기술 훈련소 공방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딱부리 영감 올르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담벼락에 낙서질을 하던 꼬맹이때부터 르누아르를 눈여겨 보았던 올르왜 선생님이 훈련소 공방에도 오게 했던 것이었다. 재단사였던 아버지는 르느와르가 어려서부터 그림 솜씨가 좋았음을 알아채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이곳에서 일을 배워 그림 기술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3살의 어린 르누아르를 이 공방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기술자 첨화 직공으로 일하게 한다. 



 도자기 그림을 그리며 진짜 그림에 목마르던 르누아르는 어느날 올르왜 선생님의 초대로 댁에 방문해 진짜 그림들을 보게 되는데 올르왜 선생님은 르누아르에게 유화 물감을 한가득 선물로 주시며 야간에 그림을 가르치는 무료 미술 강습소에 가보라고 제안하신다. 올르왜 선생님의 제안으로 저녁마다 그림을 배우러 다닌 르누아르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미술강습소에서 만난 친구들로부터 '루벤스(르누아르가 존경하는 17세기 벨기에 화가)'라느 애칭도 얻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락거리며 루벤스, 프라고나르, 부셰 같은 화가들을의 그림을 보면 가슴이 벅찼던 르누아르는 기술자의 길이 아닌 화가의 길을 꿈꾸게 된다. 


 손재주가 좋아 뭐든 쉽게 배우고, 그림 그리는 속도도 재빨랐던 르느와르는 도자기 기술 훈련소 공방에서 도자기 그림에 그림을 그려 넣으며 품삯을 받을 수 있었는데 도자기에 그림을 붙이는 기계의 발명으로 훈련소 공방이 문을 닫게 되자 그동안 모은 돈으로 국립 미술 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하게 된다. 1861년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한 르누아르는 글레르 선생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게 되는데 묵묵히 그림 공부에 전념하며 수업이 끝나면 루브르 박물관으로 달려가서 들라크루아, 앵그르, 코로, 프라고나르 같은 대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부셰의 <목욕하는 다이아나>를 직접 모사하기도 하며 작품 속에 숨어있는 그림 비법을 찾는 자신만의 공부를 한다. 


 매일매일 배고픔과 싸워야 했고, 물감을 살 돈이 없어 그림을 맘껏 그릴 수도 없었던 르누아르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쓰레기통에서 쓰다버린 물감 튜브들을 주워쓰게 되는데 나도 종종 쓰레기통에서 물감을 주워쓴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네를 만나게 된다. 르누아르와 모네가 절친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시슬레와 바지유와 함께 <라 그루누예르>로 야외 스케치를 나간 일화를 고등학교 미술선생님께 배웠던 기억이 언뜻 났다. 


 센 강변에 있는 라 그루누예르는 파리 시민들의 주말 휴식처로 자유와 낭만이 숨쉬는 곳인데 르누아르와 모네는 강변에 앉아 이젤을 펼쳐 각자 강가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글레스 선생, 시뇰 교슈, 잔소리꾼들은 모두 싹 다 잊어버리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며 자신의 느낌을 자신의 직감대로 과감한 붓놀림으로 맑고 선명한 색채로 그려낸다. 뭔가 덜 채워진 듯, 그러면서도 꽉 찬 느낌의 아주 새롭고도 신기한 그림을 그려낸 두 사람은 가슴이 쿵쿵 뛰었다. 엉성한 것 같은데 태양의 빛도 그렇고, 물결, 사람, 시원한 바람 소리까지 실제로 들리는 것 같은 아주 생생한 그림을 르누아르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직감을 믿어라! 눈에 보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네가 받은 인상 그대로!


 

 르느와르와 모네는 자신들만의 화풍을 더욱 발전시켰는데 붓자국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색채 또한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 자연의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그들의 풍경화는 동료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되며 태양 빛의 움직임에 다라 시시각각 변해 가는 풍경을 담았다고 해서 그들을 '외광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새롭고 자유분방한 걸 선호하는 학생들은 르누아르와 그 친구들의 활동에 찬사를 보냈지만 글레르 선생은 '외광파'라 불리는 친구들의 과격한 시도가 못마땅했고, 시뇰 교수는 밑칠도 안된 풍경화를 그린답시고 껄렁대며 돌아다닌다고 무시했다. 살롱전에서 원하는 화풍과 르느아르가 원하는 화풍에 커다란 차이가 있어서 외광파 네명의 친구는 단 한 명도 살롱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젊은 예술가들의 단골 아지트인 게르부아 카페에서 르누아르는 평소 존경하는 마네 선배를 만나게 되는데 박식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마네 선배는 친구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통했고, 미래의 미술은 마네로 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범한 시민들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마네 선배, 살롱전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모네, '무명 예술가 협회'를 만들어 우리끼리 전시회를 열자는 바지유를 주축으로 새로운 미술을 위하여 살롱전을 거부하려 하였으나 프랑스 정부의 선전 포고로 보불 전쟁이 터지고, 무명 예술가 협회의 전시회 계획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바지유는 자원입대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모네는 영국으루 피난 짐을 꾸리고, 시슬레와 르누아르는 징집명령이 떨어져 전쟁터에 나가 총을 쏘게 된다. 전쟁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화가들 사정은 별반 나아진 게 없었고, 살롱전은 여전히 고리타분한 스타일만 강요해 당분간 풍경화는 접어두고 인물화를 그리는 선택을 하게된다. 하지만 모네의 작품이 거부당한 사람들의 방에 전시되는 사건을 계기로 르누아르는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다. 무명 예술가 협회 전시회를 주도하여 평소 살롱전에 불만이 많던 화가들이 뜻을 함께 하며 1874년 4월 15일 드디어 무명 예술가 협회의 첫 번째 전시회가 열린다. 


 잡지사 기자 루이 르루아가 해돋이 풍경을 담은 모네의 풍경화 <인상, 해돋이>를 보고 인상파 전시회라는 말을 하게 되면서 르누아르와 그의 친구들에게 '인상파'라는 별칭이 생기게 된다. 한때 '외광파' '무명 예술가 협회'로 알려졌던 그들이 미술계의 새로운 화풍을 상징하는 인상파 화가라고 불리게 된 건 풍자 신문에 실린 바로 그 기사가 시작이었다고 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프랑스 화단에 새바람을 몰고 온 혁명가들이었습니다. 빛과 색채는 그들의 도구였고, 자연은 그들의 화폭이었습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르누아르는 따스함이 감도는 그림들을 그렸는데 솜털처럼 부드러운 화법과 투명하게 반짝이는 화사한 색채의 물결이 그의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본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르누아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따뜻한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책이다. 


르누아르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슬프로 괴로운 일들이 너무도 많아.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행복한 그림을 그릴거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런 그림.'



 무엇보다 열림원어린이 출판사만의 작고 아기자기한 매력에 르누아르의 따스함이 함께 잘 어우러져서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표지가 따뜻하고 예뻐서 자꾸만 손이가는 매력적인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르누아르의 인상파 미술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열림원어린이 출판사의 작고 아름다운 미술수업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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