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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고고학이라고 하면 영화 <인디애나 존스>나 <TV쇼 진품명품>이 떠오르는데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며 가늠하기도 어려운 아주 먼 옛날의 유물들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초등학교때부터 꿈꾸던 고고학을 평생의 업으로 살고 계시다는 저자님은 고고학의 진정한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힘쓰고 계시다고 한다. 옛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인 유물을 근거로 지식과 상상력을 들이부어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고고학자라고 하시며 기원을 알려주는 서른 두개의 유물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일상과 옛사람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투탕카멘 미라의 저주' 설은 초자연적인 신비가 아니라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현장성에서 비롯된 결과이자 서구 열강의 옐로저널리즘의 결과라는 발굴 괴담 이야기, 죽은 사람을 위로하는 주술적 의미가 깃든 고대의 마스크 이야기,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의 지위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고대인들의 가장 원초적이며 인간적인 화장술 문신이야기 등 영원(Permanence)한 삶을 욕망한 유물들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중고등학교 역사 수업을 통해 배웠던 석기, 벽화, 금관 등 많은 유물들의 숨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죽음을 통해 남은 자들의 삶을 결속하는 제의였다. 예를들어, 제사와 의례의 공간이었던 고인돌이 그것을 대변하는 유물중 하나이다. 제의는 공동체를 결속하기 위한 축제 그 자체였는데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그 영혼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인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유지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피라미드나 고인돌처럼 육중하고 거대한 고대의 문화유산들은 무리를 이끄는 이의 지도력 아래 다수의 공동체 일원들이 협동하고 합심한 결과물로 고고학자의 눈에는 공동체의 안위를 바라며 하늘에 제의를 올리던 청동기인의 둥글고 어진 마음을 엿볼수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중에 하나는 '죽음'을 바라보는 고고학자 저자님의 시선이었다.
고대의 황금 유물을 보면 그들의 찬란했던 문화가 감탄스러운 동시에 인생무상의 쓸쓸한 감정이 찾아든다.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나도 황금 유물은 그 자태를 잃지 않고 후세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그것을 두르고 있는 인간은 뼈만 앙상한 채로 발굴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온몸을 황금으로 치장한다 한들, 인간은 결국 언젠가 모두 죽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플렉스 해야 할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아닐까?
메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의 격언은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인데 제사는 인류가 메멘토 모리의 교훈을 실천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애도하고 그 영혼의 영원한 안식과 화합을 유지했고, 죽은 이들에게 산 자들의 소원을 이루어주기를 갈구하는 의식이자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고대 중국 상나라의 왕은 점을 치는 역할도 수행했는데 '정인'이라고 불리는 용한 점쟁이들과 모여 매일 저녁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들은 술에 취한 상태 즉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조상신과 소통하고 국운을 점쳤는데 술로 인해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점괘를 따로 메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짐승의 뼈로 만들어진 점을 치는 데 쓰던 도구인 복골유물에서 불안을 잠재워주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점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복골 위에 점복을 기록하는 것이 갑골문의 기원이라고 한다.
내세를 믿었던 이집트인들이 죽은 이의 시신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한 의도로 만든 미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현대에 이르러 미라를 만드는 기술을 계승한 나라가 20세기 초반의 소련이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레닌 이후 북한의 길일성과 김정일 부자를 비롯해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사후 미라로 만들어져 공개되었고, 체내 혈액 등을 제거하고 영하 200도 온도에서 인체를 급속도로 얼리는 냉동인간(Cryonics)을 만들어내는 급속 냉동 기술이 시도되기 시작되었다는 점, 레닌과 아인슈타인의 뇌도 따로 꺼내어 이런식으로 표본을 만들어 보존중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오늘날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슈퍼 리치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면서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불멸의 삶에 투자하는 슈퍼 리치들 덕분에 경제는 부흥하고, 기술은 발전하며, 미래의 고고학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유물을 남길 것 같다는 저자님의 시선이 신선하다.
우리를 둘러싼 물건과 역사에 대해서 새로운 기원을 제시해주는 고고학자의 서른 두개의 흥미진진한 유물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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