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
김성수 지음 / 보누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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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소'하면 학창시절 원자번호, 원자기호, 원자이름이 세트로 담겨있던 주기율표를 외워야했던 화학 시간의 곤욕스러움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원자'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원자'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의 근원으로 세상 모든 만물이 주기율표의 원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고,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이 영원불멸의 원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원소 어원 이야기를 접한다고 원자의 전모를 알 수야 없겠지만 물질의 이해에 대한 첫걸음은 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더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원자의 존재가 문득 궁금해지는 요즘 원자를 안다고 인간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원자구조를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원자를 이해하면 화학의 관점에서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살짝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고분자 물질이 탄소 소재로 전환되는 과정과 결과를 연구하는데 힘을 쓰고 계신 저자님은 스페인어를 비롯한 각종 외국어를 공부하는 별난 연구자이시라고 한다. 어떤 명칭에 대한 어원을 파헤치는 이야기, 같은 개념에 대한 다양한 언어 표현을 비교 및 분석하는 이야기, 화학 원소의 발견과 관련된 이야기 등 서로 다른 개념과 영역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지금까지 화학수업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화학 원소의 '이름과 어원'에 촛점을 맞춘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학 원소란 무엇이고, 원소의 이름 짓는 방법, 번역은 어떻게 했는지부터, 금속원소와 기체원소 등 39개의 원소에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에 대한 어원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원소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부터 어떤 특성이 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각장이 끝날때마다 <잠깐! 화학자 상식>코너를 통해 저명하신 화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는데 원소 이름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 용어를 한자어로 번역한 일본의 우다가와 요안, 인류를 납중독에서 구한 미국의 위대한 과학자 클레어 패터슨, 중국 기술의 종합 백과사전 <천공개물>을 출간한 송응성, 명석한 두뇌로 화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근대 화학의 아버지 프랑스의 앙투안 라부아지에, 샤를의 법칙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조제프 게이뤼삭, 전기 분해를 통해 소듐Na과 포타슘을 분리해내고 마이클 패러데이를 조수로 채용한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 초악티늄족 월소들을 반견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러시아 물리학자 유리 오가네샨 그리고 비활성 기체 발견의 선구자로 언어를 익히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윌리엄 램지님 이렇게 여덟분의 화학자가 소개되어 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등 외국어에 능통했던 덕분에 많은 유럽 화학자와 어려움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는 램지님은 원소의 어원을 파헤치는데 관심이 많으신 저자님과 비슷한 분이 아이었을까 하는 상상해봤다.  


 화학 원소는 핵 안에 같은 수의 양성자를 가진 원자들의 종류라고 하는데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인 화학 원자는 원자핵 내의 양성자 수와 원자 번호가 같고, 현재까지 118종의 원소가 알려져 있다고 한다. 원소 이름이 넘, 륨, 슘과 같은 글자로 끝나다 보니 화학 원소 이름만 잘 알아도 끝말잇기 게임에서 유리하다하니 아직도 종종 끝말잇기를 하는 10살 아들의 귀가 쫑긋한다. 


 인류에게 중요한 물질인 구리Cu 납Pb 주석Sn 금Au 은Ag 철Fe 수은Hg 일곱가지 금속 원소이야기는 생활속에서 가까이 접했던 원소들이라 낯설지 않아 좋았다. 한국어 원소 이름 체계는 대한화학계의 명명법 개정으로 1998년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새 원소 이름이 30여년 전 내가 중고등시절에 배웠던 옛 원소 이름과 사뭇 달라서 낯설었다. 예를들어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 요오드는 아이오딘 이라고 하니 옛날 사람인 나에게는 옛 원소 이름이 더 익숙했다. 납, 비소, 수은 이야기에서는 과거에는 독성의 심각함을 모르고 가까이 하다가 원인 모를 증상을 겪으며 죽어갔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화학을 알면 좋겠구나 싶었다. 포타슘K 소듐Na 칼륨K 나트륨Na 등 두 이름을 가진 원소들의 어원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고, 원소 주기율표에서 아인슈타인, 멘델레예프, 퀴리, 러더퍼드같은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딴 원소 이름들도 이색적이었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6장 고귀하신 기체원소 아르곤Ar 크립톤Kr 네온Ne 제논Xe 라돈Rn 헬륨He 이야기였다. 원자의 존재는 기체 연구에서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는데 공기중에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물 이외에도 아르곤Ar 크립톤Kr 네온Ne 제논Xe 과 같은 비활성기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주 전체로 보면 수소에 이어 가장 흔한 원소인 헬륨이 태양에만 있는 금속 원소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태양을 의미하는 고전 그리스어 헬리오스Helios에 금속 원소 접미사 -ium을 붙여 helium 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이후 윌리엄 램지가 지구에서 헬륨을 발견하면서 헬륨이 비활성기체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원칙대로 하자면 이 원소의 이름을 비금속 원소 접미사인 -on이 붙은 형태로 수정해야 했으나 헬륨이라는 이름이 등장한지 수십년이 넘었고, 사람들이 잘만 부르고 있는 이름을 단번에 고쳐 부르게 하기가 쉽지 않아 비활성 기체 원소들 중에서 유일하게 -on을 포함하지 않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진보는 시행착오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록되지 않을 뿐,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은 법이다. 

-윌리엄 램지William Ramsay



 어원을 통해 풀어낸 흥미로운 원소 이야기로 원소의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원소 어원 사전이 편찬되었다. 화학은 어렵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원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화학식이나 어려운 원자구조가 아닌 원소의 이름에 숨은 꿈잼 과학사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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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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