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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평점 :
기술 변화 속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인 요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인사이트를 갖고 싶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전 세계의 기업으로부터 수천억대의 투자를 받는 세계적인 메타버스 기업 임프라버블(Improbable)의 공동 설립자이나 CEO이신 저자님은 강력한 가상 세계가 우리의 사고방식, 여가 활동, 의사 결정 과정에 미치는 전례 없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셨다고 한다.
제일 먼저 메타버스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피라미드와 괴베클리 테페처럼 모두에게 이로운 메타버스는 한 문명을 대표하는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인류는 예부터 더 성장하고 느끼고 배우고 관계를 맺고자 가상 세계를 만들어왔는데 이 오랜 여정의 절정기가 가상 사회이며, 가상 사회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세계와 사건, 개념, 사람의 존재를 믿고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 탁월했는데 피라미드 건설의 원동력이 된 이집트의 사후 세계 신앙부터 경기 결과에 따라 거리 행진 또는 폭동으로 번질 수 있는 프로 스포츠 팬의 열정까지, 역사상 인간이 상상한 세계는 현실 세계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소통해왔던 것 처럼 두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는 성질이 메타버스의 핵심이라고 한다.
메타버스의 정의를 살펴보면, 현실 세계와 하나 이상의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의미와 영향력의 연결망으로서 세계 내, 그리고 세계 간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가 이동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즉, 메타버스는 의미의 연결망으로 참여자의 규모와 각 참여자가 경험하고 상호 작용으로 생산하는 만족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곳으로 메타버스 가상 기업의 목적은 상품이나 데이터가 아닌 충족감 생산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충족감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메타버스는 강력한 경험 제조기로서 ' 더 좋은 경험으로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다 '는 말씀, 산업화 시대에는 생산성을 풍요와 동일시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원을 무한정 많이 소비할 수도 없고 물건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공식의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메타버스는 과거와 미래의 중요한 경험을 담는 그릇으로써 영향력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씀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광범위한 경험을 수용할 수 있는 포스트휴먼 사회 즉, 무한히 다른 사회가 무한히 많이 존재하는 미래, 다양한 종으로 분화하는 첫걸음이 메타버스라고 하는데 가장 파격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는 포스트 휴먼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 세계를 탐색하고,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도움으로 행복한 경험을 생산하고 소비하면 점차 우리는 다양한 종으로 분화할 것이라고 한다.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발전이나 처음부터 컴퓨터 코드로 태어난 존재의 분화, 또 그밖에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 방식의 발달 등은 너무 급격한 변화라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인간성을 잃어버릴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로 메타버스의 이상을 설명하시는데 가상 세계에서 자기 의지로 정신을 시뮬레이션에 연결해 풍성한 삶을 누리려는 사람도 많아지는 가상 사회가 오면 우리 삶도 더 확장되고 풍성해진다고 한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25년에 걸쳐 물리적인 경제에서 데이터 경제로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 등의 큰 기업들이 새로 탄생했는데 마찬가지로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한 번 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페르미의 역설에 대하여 수없이 다양한 현실을 살아가며 그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미래의 우리가 바로 외계 생명체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저자님은 가상 세계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출해 사회를 통합하고 구성원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현실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순기능을 강조하시며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하나가 아닌 여러 종으로 진화하고, 한 사회가 아닌 여러 사회를 이룰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메타버스를 개발하며 장단기적 영향에 대비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현실의 삶을 살면서 일에서 인간의 3대 근본 욕구인 자율성, 유능성, 유대감이 충족되지 않아서일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7장 가상 직업과 '보람' 경제였다. 인간의 행복이 생산과 소비에 좌우된다는 산업화 경제의 출발점은 오류가 있고 오래 가기 어렵다는 저자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했고, 이제는 생산성에서 관점을 바꿔 사회와 개인의 만족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씀이, 사회에 만연한 목적의식 부족의 위기를 인정하고 해결해야한다는 말씀에 폭풍 공감했다. 보람을 찾고 내적 만족을 찾을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대안으로 자기 결정성의 길을 걸으면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하니 진심으로 마음이 혹했다. 길게 보아야하겠지만 가상 사회가 도래하여 인간이 누구나 지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창의 경제가 싹트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가 일해서 돈을 벌고, 돈으로 물건을 사고, 물건을 쓰다가 버리기를 반복하다가 은퇴하거나 사망하려고 살아간다는 사회적 모형에는 허점이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인데 우리는 이 삶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보낸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일이 주는 압박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에서 심리적 만족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지적 만족도가 높은 직업도 과로와 스트레스는 필수 요소이다.
우리 시대 고용과 보상 구조에서는 인간이 아닌 생산성이 우선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전제다. 생태계 관점에서는 일을 통해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바꾸지 못하고 생산성만을 추구하다가 기후 위기라는 인재를 일으켜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인류의 하나밖에 없는 서식지가 이처럼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데 생산성 제일주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증거로서 이만큼 확실한 게 있을까? 사회 관점에서는 생산성 제일주의 때문에 삶의 의미를 주는 목적의식의 위기를 맞고, 이런 목적의식의 위기는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일을 불행하게 느끼는 사람이 이토록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직업이 처음부터 인간의 보람과 성취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엉터리 일자리'에서 우리가 얻는 건 변변찮은 월급뿐이다. 엉터리 일자리는 사회적 의미없이 근로자에게 지적, 감성적 자극을 주지 못하고 근로자를 고립시키며 자율성을 빼앗는 일자리이다.
가상 세계와 디지털 메타버스가 왜 중요한지, 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 왜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지 망라한 안내서가 발간되었다. 가상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초 개념을 다지며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는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갖고 싶다면 그리고 메타버스의 진짜 의미가 무엇이고,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하면 좋은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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