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인생을 살면서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단어 중 하나는 " 균형 " 이다. 표지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 '균형'이 보이기도 하고 쾌락 과잉 시대 도파민 나라에 살면서 '균형' 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신의학 공부를 하신 저자님은 각종 중독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계시다고 한다. 저자 자신도 로맨스 소설에 병적인 애착을 갖게 되었다고 하시니 중독은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흥미로웠던 건 쾌락 고통 저울의 지배를 받는 우리의 뇌 이야기였다. 쾌락과 고통은 뇌의 같은 부위에서 처리되며 서로 시소게임을 하는데 우리의 뇌는 쾌락과 고통의 수평상태를 유지되기를 원하기때문에 자체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쾌락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 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뇌는 시소의 평형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쾌락이 많을 수록 고통도 커지게 되어 또 다시 더 큰 쾌락을 쫓는 중독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을 '중독'이라고 하는데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중독의 정도가 심한 것이라고 한다. 약물중독이나 도박중독 정도는 되어야 중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의에 따르면 대부분의 현대인이 스마트폰 중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접근성 증가, 정신적 외상, 사회적 격변, 가난 등이 중독의 위험을 높인다고 하는데 기술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흥미로운 것들은 나의 도파민을 끊임없이 자극해 중독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유튜브 중독임을 깨닫게 되었는데 향후 나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발생할 수 있는 중독들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메모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지금의 인간은 '열대우림의 선인장'과 같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는데 과도한 도파민의 환경에 둘러싸인 환경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님은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우리가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라며 중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회복이 주는 지혜를 통해 이 새로운 생태계에서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주신다.  


 쾌락 고통 저울이 수평상태일때는 운동, 산책, 대화, 명상의 방법으로 단순 쾌락을 느낄 수 있지만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찬물 목욕, 간헐적 단식, 익스트림 스포츠 등 고통과 긴장을 통해 반사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점차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는데 우리 삶의 정말 많은 부분에 뿌리내린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중독 대상은 이를 적당히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우리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중독 관리를 위한 세가지 접근법을 소개해주신다. 벗어나고 싶은 중독대상이 있다면 먼저 1>물리적으로 벽을 두고(물리적 자기 구속 Self-binding, 자신의 중독 대상을 최소 4주간 멀리하는 연습으로 자기 행동을 명확히 통찰하는 결과를 임상 치료와 삶속에서 줄곧 확인하셨다고 한다), 2>시간적 제한을 두며(범주적 순차적 자기 구속), 3>중독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 자체를 금지하여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자기 절제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곧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말씀하신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 약물치료가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고통을 통해 쾌락을 느끼며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운동후 러너스 하이와 같은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평온하고 안정되게 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 말하기(근본적인 솔직함이 강박적 과용을 제한한다.) 등 고통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자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행복에 중독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어린이가 심리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저자님의 말씀에 현타가 왔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까봐 아이의 감정에 상처주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나의 모든 행동과 말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며 내가 부모로서 지나친 비계역할을 하여 사소한 불편조차 견디지 못하는 아이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 발달심리학과 공감이 강조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가치를 성취도와 별개로 인정하고,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신체적,정신적 야만 행위를 삼가며, 사고하고 배우며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유년기를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관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세상에 대처할 방법도 모르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과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 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무지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도파민이 넘치는 사회에서 자녀의 행복을 걱정하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바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아이도 스스로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행동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저자님이 그랬듯이 누구나 실수를 해도 영원히 비난받거나 버림받지는 않을 것임을 확인하며 창피를 주지 않는 방식의 근본적인 솔직함으로 아이에게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어야겠다.  



상호 간의 솔직함은 수치심을 없애는 동시에 친밀감을 길러준다. 우리가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그들과 나누는 깊은 유대감에서 이러한 따뜻한 감정이 커진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친밀감을 만드는 방법은 완벽함이 아니다. 실수를 바로잡는 데 다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친밀감을 높인다. 


친밀감 폭발은 우리 뇌의 내인성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하지만 값싼 쾌락으로 급증하는 도파민과 달리 진실한 친밀감을 통해 급증하는 도파민은 적응성이 뛰어나고, 활기를 되찾아 주며, 건강을 증진한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쾌락과 고통을 조절하는지 살펴보며 도파민의 유혹에서 벗어나 회복의 지혜를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 독서모임을 통해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미자모#달달독서모임#도파민네이션#애나렘키#김두완#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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