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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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무더운 올해 여름을 보내며, 여름과 어울리는 가벼운 책 한권 읽어볼까 하던 차에 미자모 촉촉도서모임을 계기로 이 책 「바깥은 여름」을 손에 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신 작가님은 「달려라, 아비」,「침이 고인다」,「비행운」,「두근두근 내 인생」를 집필하셨고,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셨다고 한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렇게 일곱개의 단편 소설들이 들어있는 이 책은 호흡이 짧아 짬짬이로 어렵지않게 읽을 수 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손에 들었다가 첫작품 <입동>부터 너무 슬퍼서 눈물을 훔쳐가며 읽어야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들이라 가슴이 먹먹했는데 슬픈 이야기들 속에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아 몰입해서 읽어낼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매우 실감났는데 글을 읽으며 재이 엄마가 만든 비릿한 우럭 미역국과 타버린 갈치구이 냄새가 정말 실제로 나는 것 같았고, 미진의 시어머니가 돼지고기와 메추리알을 섞어 간장에 조리고, 멸치와 꽈리고추를 볶아 집안에 매운 내를 풍기고, 김을 굽고, 깻잎을 재우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어릴적 친정 어머니가 요리하실때 풍기시던 그 요리 냄새가 복기되며 맛깔나게 음식 묘사를 잘 하신다 느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물들의 심리 묘사 부분이었는데 작가님의 적나라한 묘사에 솔직히 뜨끔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타인과 사회와의 접점에 대해 돌아보며 나는 누군가의 상실과 고통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따뜻하게 바라봐 주었는지, 다른 사람의 불운을 회자하며 걱정을 가장한 못된 흥미를 가졌던 적은 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불행을 더 즐거워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남의 인생에 불필요하게 관여하고 진정성없는 위로를 하며 타인의 아픔을 더 후벼파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 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빈번히 오염되고 타인과의 교제에 자주 실패해야 건강해질 수 있었다. 물론 가끔 회복될 수 없는 실패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을 겪지 않은 영은 없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오래전 당신과 팔짱을 끼고 걸을 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자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 병원 어르신들을 보면 가끔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이 답답하고 지루한 소도시에서 나부터가 그런 합리성에 꽤 목말라 있으면서 그랬다.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social'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니까.



 시차가 다른 사람들의 간극을 느끼며 주인공들의 유리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하며 읽으니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여운이 길게 남았다. 삶의 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의 소설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기에 단편이지만 묵직한 소설모음집이라 생각된다.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몰이해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해마다 아이 생일 초를 밝힐 때면 기쁘고 엄숙한 마음이 든다. 긴 하루가 모인 한 해, 한 해가 쌓인 인생이 얼마나 고되고 귀한 건지 알아서.


제가 이해하는 삶이란 슬픔과 아름다움 사이의 모든 것이랍니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 독서모임을 통해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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