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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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2023년 8월 요즘 뉴스를 접할때마다 낙담하다 못해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베르 베르나르님은「꿀벌의 예언」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내셨을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서른 세살의 전직 역사교사 르네 톨레다노는 공연 전문 최면 치료사로 애인 오팔 에체고옌과 함께 센강에 떠있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수상 공연장(유람선을 개조해서 만든것) 무대에서 퇴행 최면 공연을 하며 살고 있다. 어느날 오팔의 컨디션 악화로 공연장에서 오팔대신 무대에 섰던 르네는 <미래의 나>를 시각화하는 공연을 하며 최면 상태의 관객들이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안내를 한다. 퇴행 최면과 대비되는 선행 최면 기술을 선보이고, 피실험자로 무대에 올라왔던 이스라엘 곤충학자 베스파 로슈푸코는 최면 실험에서 그녀의 악몽같은 미래를 먼저 알게 된다. 선행 최면을 계기로 베스파 로슈푸코에게 신체적 상해와 정신적 충격을 가한 죄로 르네와 오팔은 징역 3개월에 집행 유예를 선고 받고 판도라의 상자 공연장을 영구 폐쇄하게 되면서 르네는 소르본 대학 시절 지도 교수였던 알렉상드르 랑주뱅을 찾아가 역사학 교수 일자리를 얻는다.  


 선행 최면을 통해 만난 30년뒤 자신과 나눴던 대화로 머릿속이 가득한 현재의 르네는 미래의 르네63이 안내한 살뱅 드 비엔이 집필한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며 예언서에 얽힌 비밀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살뱅 드 비엔이 오래 전 자신의 전생임을 알게된 르네는 정신의 힘을 활용한 자가 퇴행 최면 기술로 1099년에 벌어진 예루살렘 공성전에 갔다왔음을 알렉상드르 랑주뱅에게 말하고, 알렉상드르 역시 르네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며 퇴행 최면 기술로 십자군 기사였던 전생 가스파르 위멜을 만난다. 전생과 만나 너무도 세밀하고 생생한 감각의 기억을 갖은 알렉상드르는 딸 멜리사에게도 퇴행 최면 얘기를 해준다. 12세기를 살았던 인물 살뱅이 어떻게 21세기에 일어날 제3차 세계 대전으로부터 인류를 구할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진 두 남자는 정신의 제어를 통해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르네는 자신의 정신이 깃든 살뱅 드 비엔의 어린 시절로, 알렉상드르는 가스파르 위멜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전생 탐험을 하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르네는 전생으로 퇴행 최면을 했다가 배필이 되는 여자 드보라 스미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두 동그라미의 가운데를 축으로 종이를 반으로 접어 동그라미가 맞닿게 종이를 접었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이것이 시간을 여행하는 정신의 비밀이라고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들었다고 말한다. 퇴행 최면이라는 정신의 힘을 이용해 두 시공간을 접어 구부리는 기술을 구사하며 동그라미 두개가 1100년 경에 유행했던 수수께끼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긴 멜리사도 퇴행 최면을 시험삼아 해보게 된다. 


 국립 과학 연구소 연구원인 알렉상드르에게 주어지는 고고학 발굴 예산으로 르네, 알렉상드르, 멜리사 이 세 사람은 이스라엘 성지 여행을 떠난다. 애인한테 차인 멜리사까지 함께 르네와 알렉상드르 두 사람의 전생이 남긴 흔적을 찾아 이스라엘로 고고학 발굴 여행을 떠나는 세사람의 여행자는 살뱅이 쓴 예언서와 미래에 발생할 꿀벌의 실종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밝히고자 하는데... 역사를 전공한 대학 교수 세사람이 시간과 공간에 정신을 투사하는 일종의 명상법인 자가 퇴행 최면 방법을 써서 함께 큰 일을 도모했던 시대에 전생들의 배경이 된 시대와 나라와 문명에 다녀온다. 자가 최면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각자의 전생에게 예언을 구술해주는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성전 기사단이 예언서를 수호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구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거리이다. 


 생존을 위해 국가들끼리 치고 받는 대규모 세계 전쟁 아마겟돈을 중단시킬 메시아의 출현을 예고한 책 「꿀벌의 예언」의 행방을 추적하며 퍼즐을 맞추다가 소설「꿀벌의 예언 1, 2」완독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그리고 인류 전체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긴 예언서의 행방을 뒤쫓으며 제3차대전이 끝난 후 2101년까지 벌어지는 일을 알아내고자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며 미래의 일이 다 기록돼 있다는 그 대단한 책을 찾는 일에 나 역시 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예언서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마치 영화「인디아나 존스」,「스타워즈」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어원에 집착하는 엉뚱한 캐릭터의 알렉상드르를 비롯하여,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눈을 감고 과거로 스며드는 우리의 두 주인공들 덕분에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이나 되는 책을 후루룩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클로틸데가 말한 <영혼의 가족>이라는 개념(서로를 알기도 전에 영혼이 먼저 상대를 알아본다는 뜻으로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어떤 직관), 생을 거듭하며 다시 만나 하나가 되는 정신들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르네, 멜리사, 알렉상드르 이 세 사람은 계속 환생하면서 생에 생을 거듭하면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지금까지 정신과 육체의 인연을 이어오며 1099년을 함께 살았던 것이었다. 시간을 구부리는 기술로 수시로 과거에 다녀오는 우리의 주인공들과 중세시대 성전 기사단이 21세기에 벌어질 세계 대전을 끝낼 비밀이 적힌 예언서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 전생과 접속하고, 전생을 방문하면서 전생의 발견이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단지 한 개체로서의 인간에 불과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라는 자각이 가능해지고, 우리 영혼은 불멸하기 때문에 다른 육체를 빌려 거듭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된다는 설정, 시간 여행을 통해 미래를 보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도 알게 된다는 설정 등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읽는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어떤 주제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토론을 즐기는 태도를 '필풀(매섭고 날카로운 분석, 서로 상충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가지고 경전 구절을 해석하고 논평하는 행위를 가리켰던 말)' 이라고 한다는 것, 신념을 공유하는 생각들의 집합체를 '에스레고르(<무리>를 뜻하는 라틴어 그렉스grex에서 파생된 단어, 집단적 정신이 가진 위력의 표현)'라고 한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수없이 많은 에그레고르들이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씀에 가슴이 아팠다. 서로 대립하며 각축을 벌이는 튀그키예와 아르메니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일본과 중국, 수니파와 시아파, 인도와 파키스탄 등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던 문제들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가 하는 딸꾹질 같은 것이라는 멜리사의 표현에 맞아 맞아 하며 공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십자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모습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작가님의 전작「행성」에서도 느꼈었는데 역시나 베르베르 작가님은 「꿀벌의 예언 1, 2」또한 어느정도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상상력을 통해 소설에 잘 녹여내셨다는 생각이 든다. 탄소 연대 측정을 비롯하여 섭씨 영하 150도 이하의 액체 질소를 이용해 극저온 상태에서 냉동 보존하는 기술을 언급하시며 2053년의 세계를 구할 굳은 밀랍속에 갇힌 1121년의 여왕 꿀벌이 변질되지 않는 꿀 덕분에 영구 보존되었고 온전히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리화 상태라고 표현한 대목 그리고 어떤 대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양자 물리학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언급이 그것이다. 


 알베르트 비톤이 말한 키부츠의 저명한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전체론적인 우주관을 가진 분이었는데 시간을 여행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하나는 입자 가속기를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신을 이용하는 것인데 양자물리학과 명상, 불교를 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그의 말씀에서 대단한 직관이 느껴졌다는 대목이 나온다. 고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평행 현실이 존재하는데 베스파 로슈푸코가 우연히 미래를 보게 됐기 때문에(달리 말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를 열었기 때문에) 현재가 변했다는 <관찰자가 관찰대상을 변하게 한다>는 양자물리학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이야기를 소설에 접목한 점에서 작가님의 물리학적인 상식도 가지고 계신 분이구나 하며 감탄했다. 퇴행 최면 기술에 능한 미래의 사람들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순진한 과거의 전생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과 선행 최면을 통해 30년 뒤의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내 행동이 일으킨 결과를 확인하기 때문에 미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설정이 참 기발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 속에서 우리 인간은 참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미래에 끼칠 영향을 알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위험이 닥쳐와도 매 순간을 뜨겁게 살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


미래는 이미 쓰였지만 나한테는 여전히 자유 의지가 있어. 


나에게 일어날 일을 결정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야.



 2023년 무더운 여름, 강원도 정선 전통시장에서 벌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꿀벌의 예언 1, 2」책장을 펄럭이기도 했는데 어떤 맛이 특정 사건과 결합되면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비슷하다며 미각적 기억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보겠다는 르네의 말에 문득 유대교 축일 유월절 저녁에 먹는다는 '하로세트(모세의 이집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견과류를 으깨 꿀이나 포도주 등을 섞어 만든 음식)'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지며 먹어보고 싶었다. 이야기의 생생함때문인지 부림절에 먹는다는 달콤한 과자도 부르고뉴 포도주도 도수가 15도인 인류가 마신 최초의 알코올 음료, 예루살렘에 있던 십자군 병사들이 마셨다는 벌꿀 술도 다 맛보고 싶어졌다. 크리스마스에 해당하는 유대교 빛의 축제 '하누카'에는 솔로몬 성전 파괴를 잊지 않기 위해 삶을 달갈을 먹고, 아이들은 꿀을 실컷 먹는다는 이야기, 소크라테스가 먹었다던 나도독미나리 독(코니움 마쿨라툼) 이야기도 기시감이 들며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2101년을 예언한 「꿀벌의 예언 」마지막 101장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 생산, 자가소비, 자급자족의 벌집 도시를 건설한 드보라 히람의 철학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팽창이 아니라 균형이다> 대로 디스토피아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조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녹았다 다시 굳은 밀랍에 갇혀 유리화된 원시 여왕 꿀벌이 1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 어린 여왕벌들을 분봉해 나가 자신들의 도시를 다시 세우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듯이 우리 인류도 3보 전진 2보 후퇴의 법칙을 따라 인류의 평화와 연대를 위해 협력하며 돈의 존재가 사라지고, 노동과 사회적 의무라는 개념도 없는 인간 벌집 공동체와 같은 새로운 공존 방식을 찾아내기를 꿈꿔본다. 미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인간의 이기주의와 공포를 종식하기 위해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혜안이 담긴 「꿀벌의 예언」의 마지막 장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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