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름 우리나라 좋은동시
고지운 외 39명 지음, 서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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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라고 하면 좀 어렵게 느껴지면서 손이 잘 가지 않지만 '동시'라고 하면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바쁘고 빡빡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주말에 드디어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머리도 비울 겸 가볍게 '동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을 엮으신 우리나라 좋은 동시 선정위원 황수대님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로 현재 대학에서 아동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지난 일 년 동안 동시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를 비롯하여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현재 우리 동시의 흐름과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위주로 '우리나라 좋은 동시'를 선정하셨다고 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특히 신경을 쓰며 선정하셨는데 좋은 동시는 동심 즉,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가득하여 답답하고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상상에 동시 더하기> 파트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시는 변은경 작가님의 <ㄹ>이었다. 목차에서 제목만 보고는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는데 읽고나니 나도 같이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진짜 되고 싶은 건 길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 보겠다는 말이 나를 설레게 했다. 지금 여기 나 말고 세상 모든 것이 되며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본다. 김개미 작가님의 <나의 조립>도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퍽 인상적이었는데 나의 아이를 잘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다시금 다짐했다. 



그러니까 엄마아빠는 

내가 나를 조립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일상에 동시 더하기 파트>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시는 표지의 뾰족뾰족 수박산이 맛있어 보이는 전자윤 작가님의 <여름에는> 이었다. 아이가 낭독해주었는데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그림책 「수박수영장」이야기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갔다. 길을 따라 수박산 등산을 하다 보면 수박 계곡이 나와서 수박을 먹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다. 더운 여름 초록초록한 소나무 숲이나 계곡에 발담그고 편히 앉아 이 동시를 낭송하면 어떨까? 무섭게 생겼지만 잘보면 토끼 귀처럼 긴 귀를 가졌다는 이장근 작가님의 <장도리>도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마음에 박힌 못이 쏙 빠지도록 긴 귀로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같지 않냐는 표현은 정말 멋지다. 



 자연관찰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환경에 동시 더하기>였다. 누가 보든 말든 스스로 피었다가 스스로 지곤 한다는 문삼석 작가님의 <들녘의 꽃>, 초록색깔만 있는게 심심해 보여 햇님이 큼지막한 메꽃 한송이를 풀밭에 달아주었다는 송찬호 작가님의 <메꽃 단추>, 붙기위해서가 아니라 떨어지기 위해 낙법을 연구하는 이정록 작가님의 <알밤>, 웃다보니 박수치는 이파리랑 활짝 웃는 입만 남아서 꽃이 되었다는 김희정 작가님의 <꽃> 모두 그림도 따뜻하고 휴식같은 기분을 들게해주어 편안했다. 



 조금전 이 책 「2023여름 우리나라 좋은 동시」을 한손에 들고 남편과 바닷가에 설렁설렁 걸어가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왔다. 내가 오늘 동시집을 읽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남편은 " 햇님이 퇴근시간이라 많이 피곤한가보네요. 눈이 많이 충혈되었어요. " 하고 농을 던진다. 동시는 그저 어린이가 쓴 시라고 생각했는데 이 동시책을 읽어보니 동시는 생활속에서 보고 느낀 각자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하며 앞으로 펼쳐지게 될 크고 작은 모순과 결핍 속에서, 우리 사회의 결코 복제될 수 없는 창의적 주제를 던지고자 한다는 열림원 어린이 출판사의 철학도 이 책에 담긴 동시들 처럼 뜯어볼수록 반짝이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시에 깃든 상상력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해서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님들의 상상력과 탐구력에 박수를 보내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곁에 두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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