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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5 -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왕독전갈 여행 ㅣ 파브르 곤충기 5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5월
평점 :
아들이 어릴적 특히 좋아했던 전갈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그리고 「파브르 곤충기4」쇠똥구리편을 흥미롭게 읽어서 「파브르 곤충기5」왕독전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손에 들었다.
곤충학자인 레옹 뒤푸르의 논문을 읽고 곤충의 생태 연구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장 앙리 파브르는 평생을 곤충과 함께 살며 실험과 연구를 한 곤충학자이다. 파브르 선생님이 살던 프랑스 세리냥의 집 주위에 돌투성이 황무지가 있었는데 이곳에 전갈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파브르 선생님은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전갈들의 생활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고, 전갈이 바위나 돌밑에 숨어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짝짓기는 언제 하는지, 새끼는 어떻게 기르는지 살펴보기로 하셨다고 한다.
표지를 보면 노란색 바탕에 모자를 쓴 한 소녀가 책을 펼쳐 보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철망이 있는데 그 위에 지네, 산호랑나비, 노래기, 애거저리, 길앞잡이, 메뚜기, 흰색의 아기전갈,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전갈이 보인다. 그런데 곤충박사가 꿈인 아들에게 물어보니 전갈은 곤충이 아니라 절지동물이란다. 사실 어려서부터 전갈 등 다양한 생물 모형 장난감으로 배틀을 하자고 자주 졸라대던 아들 덕에 많이 보았어서 전갈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전갈이라고 하면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의 주인공 전갈 왕독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되면서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껴지며 공감대가 형성되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 남부 세리냥의 뵈르누브 언덕 남쪽, 돌투성이 황무지에 사는 암컷 왕독전갈 '왕독이'는 햇빛이 잘 비치고,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어서 풀도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비탈밭에 살고 있다. 겨울이 되면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지만 날씨가 좋을 때 입구에 나와 따뜻해진 돌로 등을 데우는 것을 좋아하는 왕독이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물체 움직이는 나무에 의해 철망이 있는 커다른 화분에 갇히게 되며 왕독이의 여행이 시작된다.
지구상에는 약 1000여 종의 전갈이 살고 있는데 전갈은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열대 지방의 절지동물로 아주 건조하고 여름이 더운 건조한 황야 같은 곳에 전갈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전갈은 눈이 여덟개라는 사실(머리가슴의 한가운데에 큰 눈이 두개 있고, 몸의 앞쪽 끝에 좌우로 세개씩 한줄로 모여 있어 전갈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쌍의 큰 집게와 네 쌍의 다리가 있다는 사실 (큰 집게는 먹이를 먹을 때와 적과 싸울 때, 걸으면서 앞을 더듬을 때만 사용한다고 한다), 뭉툭한 다리 끝에 구부러진 발톱이 달려 있어서 물건을 잡기에 좋아 기어오르거나 천장에 매달릴 수 있어 높은 벽을 기어오르는 벽타기 선수라는 사실, 사마귀나 거미 같이 살아있는 동물만 먹는다는 사실(왕독전갈은 여간 배가 고프지 않으면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힘이 센 전갈 왕독이는 다리가 스물 두쌍이나 되고 작은 용처럼 생긴 몸의 길이가 12센티미터나 되는 스코로펜트라 모르시탄스 왕지네와 무서운 독 이빨을 가진 크고 강한 나르본늑대거미도 물리친다는 사실 등 전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곤충의 애벌레는 대부분 전갈에게 찔려도 죽지 않는다는 것, 메뚜기와 여치는 더듬이 길이로 구분하는데 긴 것이 여치이고, 짧은 것이 메뚜기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6, 7개월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낸다는 전갈은 곤충들이 모두 모습을 감추는 11월 말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4월이 되면 생활이 갑자기 변하며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한다고 한다. 봄이 되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짝짓기를 할 때임을 알게 된 보릿짚 같은 연한 금빛 몸의 암컷 전갈 '왕독이'는 연한 갈색이고 배가 홀쭉한 수컷 전갈 '빛나는 눈'을 만나고, 왕독이와 빛나는 눈은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얼굴을 꼭 맞대며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나자 빛나는 눈은 도망을 가고, 암컷 왕독이의 집게가 빛나는 눈을 잡아 독침으로 찌른 후 천천히 씹어 먹는다. 아기를 가진 암컷 왕독이가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수컷을 잡아 먹는 장면에서 허걱했다. 그리고 새끼들이 태어나고 2주정도 엄마의 등이나 그 주위에서 지내다가 새끼들은 하나 둘 씩 떠나간다. " 이제부터 혼자 사는 거야. 잘 자라렴. " 하고 말하며 새끼들이 떠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본 왕독이는 집으로 들어가 따뜻해진 돌에 등을 기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전갈에 관한 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언제나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히 있고, 상상의 나라가 좋고, 시끄러운 것을 질색하고, 산책을 즐기는 암컷 전갈 왕독이의 성향이었다. 넓적한 돌 밑 자신만의 집에서 따뜻한 돌 지붕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한없이 기분이 좋아진다는 왕독이의 모습에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묘한 공감대가 생기며 이것이 다른 자연 관찰책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인가보다 싶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아들이 좋아하는 큰배추흰나비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다음편도 기대가 되며 아무래도 열림원어린이의 파브르 곤충기 시리즈를 수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파브르 곤충기5」를 통해 전갈에 관한 새로운 지식도 얻고 전갈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 관찰을 통한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자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적 교양을 넓히며 또한 생명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비판적인 질문하기를 통해, 우리가 자연 속의 생명체와 더불어 숨 쉬고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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