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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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알쓸인잡>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 을 보며 소설가, 물리학자, 법의학자, 천문학자, 가수, 영화감독의 수다에 매료된 기억이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한 인간, 우리 미래를 바꿀 인간 등을 주제로 한 지적 수다를 통해 어렵지만 유익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신경과학자, 철학자, 불교학자, 이론 물리학자, 천문학자, 작가, 환경주의자, 의사등의 지적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그들의 지적 수다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리고 과학적 인문학적 문맹에서 탈출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다트머스 학제 간 참여 연구소 연구 활동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미국 전역의 극장과 대학을 돌며 5년간 진행한 여덟 번의 대담을 모은 결과물로, 저자님께서 '건설적 협업'이라 부르는 자리에 과학자와 인문학자를 불러 모아 우리 시대의 가장 도전적인 질문들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일을 하신 결과물이라고 한다. 



 지식인들의 의식의 흐름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너무 많은 익숙하지 않은 정보들이 쉴새 없이 몰아치는 느낌이 들며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지금 어떤 정보를 취해야 하는 것인지 아는 것이 힘이라는 유발하라리님의 말씀이 떠오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했다.  


 관측가능한 우주에 은하가 2조개 있고, 평균적으로 은하당 1000억개의 별이 있는데 '의식'은 천체들의 거대한 집합에 속한 아주 작은 천체에 있는 알아보기도 힘든 작은 티끌의 가장 작은 조각이고, 주체가 마음과 세계에 대해 1인칭 시점으로 겪는 주관적 경험이라는 이야기, 현재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그림이라는 '실재'에 관한 이야기, 실재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실재의 본질과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해 질문을 던질수 있다는 것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싶었다. 


 기계지능이 우리 종을 위협할 수 있고, 우주 어딘가에 어떤 종류의 지능이 존재할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 디지털 기술과의 공존과 공생관계때문에 우리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종이 되고 있다는 트랜스휴머니즘이야기, 지구상에 두 쌍둥이가 있는데 그중 한명이 지구를 떠나 빛의 속도에 가깝게 여행한다면 그는 지구에 머문 쌍둥이보다 덜 늙을 것이라는 쌍둥이 역설과 영원한 다중 우주가 존재하는 동시에 태어나 살고 죽는 개별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 시간의 뒤틀림 효과로 내가 빛의 속도에 매우 가까운 속도로 근처 별에 갔다가 로켓 우주선에서 2년을 보내고 돌아오면 지구에서는 20년이 지나 있을 것이라는 쌍둥이 효과 이야기, 인공지능의 부상은 우리 종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고, 우리가 하등 영장류보다 고등하게 진화한 것처럼 AI는 우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며, 우리가 이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화를 우리 손에 넣어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마음을 AI와 융합하는 것이라는 일론머스크이야기, 2045년에 인공지능이 매우 정교하게 강력해질 것이며, 우리는 마음을 AI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하고 AI와 융합함으로써 생물학적 존재에서 최종적으로 해방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미래학자 레이커즈와일의 이야기, 우리는 지구에 지질학적 규모의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새로운 지질할적 시대인 '인류세'에 살고 있다는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번째 대멸종>책 이야기, 배를 가지고 있는데 배의 모든 널빤지를 교체한다면 그 배는 여전히 같은 배일까하는 테세우스의 배 문제이야기 등 인간 조건에 대한 실존적 불안에 대한 많은 지적 대화들이 가득한 이 책은 처음 접하는 용어도 많고 이해하기 어려워 머리에 쥐가나는 기분이었지만 인간으로서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느꼈다. 과학 문맹에 가까운 나는 시냅스에서 시냅스로 가는 모든 신경 전달 물질의 흐름까지 모방한 놀랍도록 완전한 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커넥텀'(뇌의 지하철 노선도), 행동은 전적으로 물리현상과 자연법칙의 배열에 의해 결정된다는 라플라시안 결정론 그리고 뇌기능은 뉴런과 신경망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로 결정되는데 한 부위 안에서 한 신경망을 다른 신경망과 연결하는 경로를 연구하는 것을 커넥토믹스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뭔가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우리 삶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인간이 되는 일의 이런 다차원적 경험이 이 대화들의 중심 주제인데 패턴을 찾고, 의미를 만들고, 호기심이 많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꾼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은 마음속으로 여러 갈래 길을 여행하고, 여러 사람이 되고, 가능한 장소와 불가능한 장소에서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하지 않은 미래를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의식의 본질,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결정, 노동의 자동화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법을 고민하며 서로 다른 앎의 방식들을 통합하는 다자적 접근방식을 논하는 지적대담들을 함께하며 기술을 사용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아내는 지혜와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틈새 독서로 짬짬이 읽으며 완독하면서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앎에 대한 지적 욕구가 조금은 충족된 기분이 들었고 힘들게 읽고난 지금 조금은 더 상식있는 인간이 된 뿌듯한 기분이다. 벽돌책의 압박감에 읽다가 손을 놓았던 <코스모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다시 소환해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실존적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우리가 종으로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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