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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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출근하면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아아한잔 가지고 창가자리에 앉아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그것인데 업무하는 사이사이 통창너머 하늘을 지긋이 바라본다. 비행기 타는 것을 유일한 희망으로 간직하며 살았다는 생텍쥐페리처럼 나는 어쩌면 인간 알레르기에서 도망치고자 예쁜 하늘을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게 되는 일이 있는지라 이 책의 제목이 한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중퇴하고 의과대학에 다시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되셨다는 저자님은 정신의학과 뇌 과학 분야 전문가로 ' 애착 이론'을 꾸준히 주장하면서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여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현상을 '인간 알레르기'라는 병리학적 증상이라고 하시며 이 책에 등장하는 이론과 대안이 인간 알레르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보통 힘이 센 남성이나 권위적이고 건방진 사람에게 거북함을 느낀다. 이러한 적대감의 원천으로 나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똑같이 닮은 남동생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감정이 재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음성 전이와 역전이로 심리적 거부 반응이 최고치에 달해 한동안 많이 힘들었더랬다. 밥한끼 함께 먹은 적도 차 한잔도 같이 마신적 없는 사이인데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이래라저래라 원하지 않는 참견과 충고를 듣게 되면서 상사에 대해 심리적 감작이 생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고 거북해서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을 파헤쳐주면서 싫어하는 사람 대응 매뉴얼까지 제시해주는 이 책이 참 반갑게 느껴졌다.  



정신적인 소화 능력이 미숙한 시기에는 타인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마음속 깊이까지 들어가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면 말과 행동을 분해하여 해독한 이후 소화하기 때문에 영양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당신이 거북해하는 사람의 이물성은 본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나 고통을 받음으로써 일어난다. 이런 거부 반응을 없애려면 발단이 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체험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무해한 수준이 될 때까지 분해해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애착 이론을 연구한 메리 에인즈워스가 우간다 마을에서 양육 과정을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였다. 활발한 응답성이 애착 형성을 촉진한다는 내용이었데 어머니가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바로 응답하거나 보살펴주면 아이는 자신을 지켜봐준다는 데에 안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안심을 통해 어머니와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어머니를 안전 기지로 삼고 바깥 세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성장할 수 있다고. 내가 믿고 나를 믿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같이 쳐다봐주고, 더 많이 말도 걸어주는 등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아이에게 반응하며 아이의 감정이나 표정에 응.답.해줘야겠다 다짐했다.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이의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엄마, 편안한 애착 관계를 만들어 안전 기지로서 기능하는 엄마, 엄격함과 공격이 아닌 다정함과 보살핌으로 아이가 원할 때 손을 뻗어주는 따뜻한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며칠전 사무실에서 살짝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아는 과장님 한분이 ' 빵드실래요? ' 하며 작은 종이백을 건냈다. 평소 말수가 적은 분인데 어색함을 무릎쓰고 용기를 내신 것 같아 '잘먹을께요! ' 하고 덥석 받았다.  어제 아침에는 출근해서 자리에 앉았는데 옆에 앉아 계신 한 차장님으로부터 따뜻한 커피 한잔을 대접받았다. 코로나 걸려서 많이 아프지 않았나며 안부를 물어주고, 커피 쿠폰이 있어서 한잔 더 샀다며 드시라고 따뜻한 모닝 커피를 건네는 그녀의 다정함에 나의 인간 알레르기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몇몇 거슬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걱정해주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며 마음을 전하는 다정한 동료들도 있기에 인간 알레르기로 인한 나의 과민함이 다소 누그러짐을 느꼈다. 타인을 위해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남을 싫어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그 마법의 비법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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