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 더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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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을 산지도 벌써 10년, 이제 아이는 글도 읽을 줄 알게 되었고, 쓸 줄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아이는 참 다방면으로 많은 성장을 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상황이나 마음을 표현하는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하는 재능도 글쓰는 재능도 부족한 엄마이지만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자기 표현을 잘해서 답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궁리를 하던 중 이 책을 만났다. 



 1998년부터 스피치라이터로 살기 시작해 8년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일을 하셨다는 작가님은 즉흥적으로 말하지 않기, 생각해보고 말하기,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기, 말하고 나서 복기하기 등 대자적인 말하기를 통해 자기 말을 스스로 의식하고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의식하며 말하기를 연습하면서 말솜씨도 몰라보게 달라졌고, 쉰살 넘어서는 말하며 살고 있다고 하신다. 말하기에 관해 궁리하고 탐구하며 비로소 '말 같은 말'을 하게 됐고, '글 같은 말'을 향해 전진중이라는 말씀에 나도 쉰살 넘어서 부터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고 쓰면서 살면 어떨까 싶었다. 


 1장에서는 진정한 '경청'에 대하여 말씀하시는데 낙수만 있고 분수는 없는 (기회를 주는 듣기가 없는) 우리나라 조직의 말문화에 대한 작가님의 말씀이 크게 공감되었다. 직장생활 21년하면서 모든 상사는 좋아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아직도 경험하는 중이라 늘 지적하고 혼내는 상사에 대해 그냥 배운다고 생각하고 접근할 뿐 좋아하는 마음은 없다. 보통의 경우, 상사가 하고싶은 말을 할 뿐, 저 직원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맞춰주려고 하는 상사는 없기에 늘 상사의 눈치를 살피고, 상사에게 나를 맞춰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다보니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진정한 경청을 경험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조직의 말 문화속에서 살아오면서 그 답답한 기분은 너무나 잘 아는 나이기에 집에서 만큼은 진정한 경청을 해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이다. 상사는 사랑하지 않지만 가족은 사랑하기에. 지적하고 혼내기만 하는 엄마는 아니었는지 아이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엄마의 말하기를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작가님의 진정한 경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마음을 찾지 못해 서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아이의 말을 끌어내 주고, 보완해주고, 책임져주고, 기회를 만들어주고, 인정하고, 존중해줌으로써 스스로 존재 의미를 찾고,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경청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시금 다짐했다. 내가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알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엄마, 생각을 만들어주는 말을 해주는 엄마, 듣고 나면 힘이 불끈 솟고 의욕이 샘솟는 밝고 따뜻한 봄남의 햇살 같은 위로와 희망과 용기의 말을 해주는 엄마, 통찰과 울림의 말을 주는 엄마, 꿈을 만들어주는 말을 해주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우리나라 조직의 말 문화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말은 많은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말이 거의 없다. 낙수만 있고 분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발전이 윗사람 수준에 달려 있다. 상사가 하라는 대로 일이 진행되고, 상사의 기대가 충족되는 수준에서 일이 끝난다. 그 이상이나 그 너머는 엄두를 내지 않는다. 상사가 생각하지 못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상사 수준 이상의 경지에는 가보지 못하는 것이다. 조직은 상사 수준에서 정체한다. 말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할 때, 조직의 수준도 위로 올라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3장 관계를 다루는 말하기 연습이었다. 스트레스에 취약하신 저자님의 관계원칙 세가지가 나의 성향과 닮은 꼴이라 느꼈다. 먼저 남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는단다. 눈치를 심하게 보며 살았는데 알고보니 남들은 내게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며 아무리 열심히 써도 읽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음을 깨달으셨다고. 나역시 지금 서평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을 읽는 조회수가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많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글을 쓰는 편이다. 그저 나이만큼 쌓인 나의 경험을 소수의 독자에게 공유하며 내 이야기를 덜어내고 풀어내는 배설효과에 만족하는 중이랄까? (사실 그래서 조회수가 낮은 미자모가 글쓰기에 편안하고 좋다.) 이밖에도 남들의 평가와 지적에 무뎌질 필요도 있다는 말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 모두와 잘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씀, 남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좋은 사람과 잘 지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 지금 여기, 눈앞의 상대와 건강한 말로 건실한 관계를 지켜나가자는 작가님의 제안에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치며 읽었다.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 문제를 잘 내는 사람, 질문에 답하는 사람보다는 문제는 잘 내는 역량이 더 중요한 디지털 혁명의 시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고 독자가 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일을 잘해서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면(사실은 아이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내 앞에 떨어진 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팁이 가득한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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