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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 4 - 파브르와 손녀 루시의 똥벌레 여행 ㅣ 파브르 곤충기 4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곤충을 애정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만큼이나 곤충 키우기에 진심인 남편을 생각하며 워낙 유명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한번도 읽어본 적 없던 「파브르 곤충기」 책을 손에 들었다.
평생을 곤충과 함께 살며 실험과 연구를 한 곤충학자이신 장 앙리 파브르님은 1879년 '곤충기'를 쓰기 시작하여 30년 만인 1909년에 10권을 완성했다고 한다. 곤충이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새끼를 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등의 생태를 아주 상세하게 그리고 있는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 우리 주변의 흔한 곤충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 생물 관찰을 통한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자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적 교양을 넓히고 또한 생명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비판적인 질문하기를 통해, 우리가 자연 속의 생명체와 더불어 숨 쉬고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신다.
표지를 보면 노란색 바탕에 모자를 쓴 한 소녀가 책을 펼쳐 보고 있다. 들판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책 위로 귀염뽀짝 똥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책을 든 소녀의 검지손가락 위에는 애벌레도 한마리 보인다. 사랑하는 나의 두 남자가 곤충을 좋아하는 덕분에 집에서 사슴벌레를 키우며 애벌레부터 성충이 되는 과정까지 함께 관찰해보아서 그런지 곤충을 무서워하는 나였지만 이제는 조금은 무뎌져 만지지는 못해도 신기하다 생각하며 가만히 바라볼 때가 있다. 곤충 그림 그리는 것 또한 좋아하는 아이 덕분에 평소에 많이 보아오던 곤충들의 모습이 크게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곤충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지루할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심지어 책장을 넘길수록 쇠똥구리가 예뻐 보이는 마법같은 일이 발생했다.
소나 양 같은 동물의 똥을 둥글게 만들어 굴리거나 땅속에 묻는 쇠똥구리가 공을 굴리는 모습을 신기하게 보았던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쇠똥구리를 태양을 옮기는 신이라며 숭배했다고 한다. 곤충을 연구한 파브르 선생님도 쇠똥구리를 아주 흥미롭게 어겨 많은 종류의 쇠똥구리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시시포스의 신화를 연상시키는 쇠똥구리가 숭배할 정도로 신성하게 여겨졌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어릴적 여름방학 탐구생활에서 만났던 쇠똥구리를 추억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는데 쇠똥구리가 이렇게 귀여웠던가 하며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학교를 퇴직하고 프랑스 남부 변두리 세리냥 마을로 이사한 파브르 할아버지는 넓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마음껏 곤충을 연구하며 지낸다. 6월 어느 일요일 손녀 루시가 서양배처럼 생긴 알 집을 발견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왕쇠똥구리 '신기한 손'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기한 손'이라는 이름은 공을 신기할 정도로 잘 만들라는 의미에서 엄마가 붙여 준 이름인데 신기한 손의 몸은 둥글고 편평하며 검고 아주 매끄럽단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왕쇠똥구리 신기한 손은 똥을 자르고 누르고 다듬어서 공을 완성해서 집으로 가지고 가는 여정에 공을 둘이서 함께 굴리는 긴다리쇠똥구리, 목대장왕쇠똥구리를 만나며 다른 종류의 쇠똥구리들은 어떻게 알 집을 만드는지 어떻게 공을 만드는지 궁금해 물어보며 이야기나눈다.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쇠똥구리라니 어릴때 보았던 자연관찰책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이 느껴진다.
공을 굴려서 어둡고 조용하고 아늑한 지하의 집에 들어간 신기한 손은 구불구불 긴 창자를 가지고 있어 맛있는 공을 쉬지않고 하루 종일 계속해서 먹으며 자기 몸의 부피와 같은 양의 검은 실을 배설한다. 말, 노새, 소, 양 등의 가축의 똥을 먹는 신기한 손은 영양분이 많은 양의 똥으로 자신의 아기인 애벌레를 키우기 위한 알집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 여정에서 반짝이는 갑옷을 입은 넓적뿔쇠똥구리를 만나 번쩍번쩍빛나는 아름다운 금풍뎅이 이야기도 듣는다. 정성을 다해 배 모양의 알집을 만든 신기한 손은 알을 낳고 요술처럼 공을 잘 만들라는 의미로 '요술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떠난다. 신기한 손이 만든 알 집에서 애벌레 '요술손'이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옆 가까운 땅속에서 스페인뿔쇠똥구리 애벌레 네마리도 함께 성충이 되어 세상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그저 자연관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곤충 관찰기이겠지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숲에서 곤충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나의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탐색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파브르님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멋진 책이었다. 곤충을 좋아하고 똥이야기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보기 딱 좋은 쇠똥구리 이야기 책, 신비로운 쇠똥구리의 세계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창의적인 시선을 갖고 싶다면 어른과 아이가 함께 곁에 두고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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