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 YA! 12
이와사 마모루 지음, 에이치 그림, 박지현 옮김 / 이지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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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읽어볼까 하고 손에 든 책,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이 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는 남편 왈, 에반게리온, 카우보이비밥, 공각기동대, 패트레이버 경찰로봇, 오 나의 여신님, 체포하겠어, 캡틴하록, 은하철도 999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상상력이 좋고, 작가가 좋아하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디테일하게 잘 그려내는 느낌이 있다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펴낸 이 책은 어떤 상상력과 디테일로 서사되어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도자기와 복고양이가 유명한 도시 도코나메 기타 중학교 2학년 소녀 사사키 미요는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소녀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빠 때문에 낯선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무리한 현실에 짓눌린 미요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어른들을 향한 분노가 마음에 내재해 있다.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한 미요가 유일하게 행복해지는 시간은 고양이로 변할 수 있는 신기한 가면을 쓰고 고양이로 변신하여 짝사랑 하는 남학생 히노데 겐토를 찾아가는 일이다. 도자기 감촉의 새하얀 가면을 쓰면 새하얀 고양이 타로로 변할 수 있는 비밀을 가진 소녀 미요가 사람과 고양이를 오가는 이중 생활을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이다.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고양이 마네키네코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는데, 고양이가 되고 싶은 인간에겐 고양이 가면을, 인간이 되고 싶은 고양이에겐 인간 가면을 판다는 가면 장수 삼색고양이가 오버랩되며 인간의 생활을 헐뜯고 고양이로 살기를 집요히 권하는 이 수수께끼 거대 고양이가  '도코냥'을 연상케했다. You are my sunshine! 이라며 히노데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미요의 풋풋함도 좋았고, 고양이 섬의 기묘한 풍경도 이상하지만 신선해서 좋았다. 미요가 맛있다고 한 달콤 짭조름한 감자조림과 탕수육도 먹어보고 싶었고, 미요에게서 난다는 햇빛 냄새는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경포대 위쪽 길고양이가 많은 어느 부두에서 남편과 아이는 전어 낚시를 하고 나는 타임킬링용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풋풋한 영어덜트 소설이지만 나름 눈길을 끄는 문장들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행복만을 좇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애써 무시하며 살아왔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결과, 염원했던 미래는 오지 않고 가슴속의 고통은 여전하다. 


즐거운 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싫은 일도 있다. 하지만 나와 히노데는 아마도 마음속에 있던 말을 서로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세계에서, 언제나처럼 그곳에서.


모두가 원하는 나로 살다 보니 내가 원하는 나로 살 수 없게 됐어. 


누군가가 바라는 나를 연기하고 산다면, 확실히 크게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계속 연기하다 보면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한 채로 마음이 깎여 나가게 된다. 

나는 내가 바라는 사사키 미요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바라는 미요가 아니라 ,내 마음을 나답게 전할 수 있는 내가 될 것이다. 



 일본 나고야 도자기 마을 도코나메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묘생은 즐거울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 인생에 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미요를 나와 오버랩도 해보며 읽었다. 빨려 들어갈 듯 푸른 하늘 여기저기에 새하얀 뭉게구름을 보며 옥상에서 히노데의 가정식 도시락을 먹는 상상도 해보고, 고양이 타로가 지붕 위에서 보았던 넓게 펼쳐진 밤하늘의 해방감 그리고 타로가 걸었던 한적한 도자기 마을 언덕들을 내가 직접 걸어보는 상상을 하며 휴식같이 읽었다. 문득 도자기 산책로를 거닐며 노보리 가마 광장에 설치된 거대한 파란 도자기 구조물 '시공'도 보고 싶고, 푸르고 화창한 여름 어느날, 맑은 여름 하늘을 배경으로 도자기 마을을 여유롭게 산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빛냄새가 나는 소녀 미요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문득 도자기 공방 뒤 토관 위 늙은 검은 고양이가 한 말이 마음을 스친다. 


그렇게 가지고 싶은 게냐, 눈에 보이는 행복이란 것이.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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