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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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엄마로 살고싶다는 의욕에 주로 육아서 위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문득 기분 전환으로 가벼운 소설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물이 있어」책을 손에 들었다. 짧은 소설집이라 부담없이 책장을 넘기며 읽기 시작했는데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이다. 뭔가 한 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줄 것 같은 기대를 가지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은모든 저자님 책은 처음이라 작가님 소개말과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는데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었다.「선물이 있어」에 실린 짧은 소설들은 대부분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거치며 탄행했는데  " 모두 무탈하신가요? " 라는 작가님의 말에 " 네, 다행히 아직은 무탈합니다. 감사합니다. " 하고 대답하며 읽었다. 코로나 이후로 개인적으로 내가 자주 주고받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 무탈하시기를 바래요 ' 인데 무탈을 바란다는 인사말 자체로 손모아장갑의 어감처럼 온기와 정감이 느껴지며 뭔가 내게 안부를 물어주는 것 같아 따뜻하게 느껴졌다.




겹겹이 닥친 불운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소박한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언젠가 현재의 지난한 매일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을 날을 그려 봅니다. 모쪼록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신 분들도 기나긴 겨울처럼 웅크려 지내야 했던 시간 동안 쌓인 회한이 어느새 아득히 물러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바로 그런 선물을 받으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다가올 새해에 무탈하시기를요. 



 <선물이 있어> 에서 선배 성지가 느낀 묘한 안도감을 나도 함께 느끼며 그래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읽었다. 


 <인재를 찾습니다>에서는 2기 현장요원 면접자로 고령에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심인자'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충남 청양군 출신으로 1킬로미터를 4분대에 주파한다는 62세 여성 심인자의 캐릭터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우수한 관찰력과 인종, 성별,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녀의 친화력 그리고 핵심을 놓치지 않는 질문을 느긋한 어투에 담아낸다는 그녀의 고도의 전략적 화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도시전설>에서 등장하는 '시간의 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시간의 문을 지정해서 이동하고 싶은 시간으로 이동하고 여기저기 숨어 지낼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문득 독박육아라는 엄가다에 매여 갑갑증을 호소하는 내 친구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아이가 스무살이 되어 독립하면 혼자서라도 꼭 세계 여행을 떠날꺼라는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마음 한켠에 지금의 문 너머의 세계에 대한 기대를 품은 채로 살아가리라. 


 퀴어를 소재로 한 <584마리의 양>에서 왁자지껄하게 흥이 오른 사람들 사이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 외로움을 느낀다는 은우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은우는 그런 감정의 반복이 자신의 삶이라 느낀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호소하는 외로움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결이 다르다는 은우의 말이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다. 


 가끔씩 가족을 위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나의 삶의 여행이 뭔지도 모르고 엄가다를 하며 노예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며 답답한 감정이 들때가 있다. 사회적 역할로서가 아닌 순수 내 이름으로 내 안에 뭐에 대해 반응하는게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 보고 나의 힘듦을 가라앉혀 줄 무언가를 주로 책에서 찾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스토리텔로 검색해보니 이 작가님의 다른 작품「꿈은, 미니멀리즘」이 작가님 육성의 오디오북으로 있길래 이 책도 스토리텔로 들었는데 은모든 작가님은 현대인에 대한 연민과 연대를 소설에 녹여내는 분이구나 싶었다. 사는 건 힘들고, 행복은 느끼는 건 찰라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잘 돌보며 서로 연대하며 외롭지 않게 살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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