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이유리 지음, 허현경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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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즈음 혼자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23일간 다녀온 적이 있다. 루브르, 오르세 등 유명 미술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당시 나는 미리 미술사 공부 좀 하고 갈 걸 하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후 그림에 대해 호기심은 있으나 봐도 잘 모르겠어서 스스로 미적 감각이 없다고 치부하고 사는 나는 미술 분야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문득 그때의 아쉬웠던 기억이 떠올라 접근하기 쉬운 책으로 미술 작품 공부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전에 ' 우리학교 '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 「타고갈래 메타버스」그리고「알고있니 알고리즘」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다소 생소하고 낯선 개념들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알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 어른인 나에게도 부담없이 읽기 좋았던 책들로 기억되어 있다. 마침 이 책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도  ' 우리학교 '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이어서 너무나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그림들에 대하여 어떻게 알기 쉽게 잘 설명해 놓았을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미술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님은 어린 적부터 미술 교과서나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스크랩하던 아이였단다. 오늘도 미술관 갈 궁리를 하신다는 작가님은 이 책이 그림을 잘 읽을 수 있게 도와줄테니 타임머신이라고 생각하고 유명한 그림이 탄생했던 과거로 날아가보자고 말씀하신다. 



 차례를 보면 총 12점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프랑스의 대표적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이 있는 구성>,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탈리아 작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프랑스 화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이 작품들은 작가명과 제목은 몰라도 한번쯤 본적이 있던 작품들이다.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의 경우 내가 작가와 작품명을 모두 기억할 만큼 정말 유명한 작품들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스타 <모나리자>의 일화를 살펴보면, 1911년 8월 빈센쵸 페루자라는 이탈리아 인이 <모나리자>를 훔쳤는데 이 과정에서 <모나리자>는 대중들에게 '도둑맞을 정도로 굉장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단다. 일종의 페루자 도둑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의도하지 않게 더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스푸마토(sfumato,'연기와 같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독창적인 유화 기법으로 탄생했는데 색조를 미묘하게 혼합해서 입가가 살구색으로 놀아들게 했고, 인물이 불가사의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었단다. 다빈치는 어두운 광택제를 사용해 원래의 물감 색을 흐리게 만들어 뭔가 아득하고 푸르스름한 안개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함으로써 신비롭고 서정적으로 보이는 배경을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모나리자>는 대기의 작용으로 멀리 있는 물체가 지평선 쪽으로 갈수록 더 흐릿하고 파랗게 보이는 현상 즉 '대기 원근법(Aerial perspective)' 잘 적용한 대표작이라고 한다. 눈썹이 없는 이유는 그 당시 유행이었다는 얘기도 있고, 다빈치가 이 작품을 미처 못 끝내서 그랬다는 의견도 있단다. 이십년전 실제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본 한사람으로서 작품의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왜 유명해졌는지는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의도치 않게 노이즈 마케팅으로 사회에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더 유명해졌다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절규>였다. 영화 <나홀로 집에>, <스크림>의 패러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1893년 세기말에 그려진 그림으로 절규하는 건 유령 같은 인물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피오르(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노르웨이 특유의 길고 좁은 골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단순히 사람의 절규가 아닌 자연 전체의 절규를 담아낸 것으로 머리카락 없는 인물은 이 자연의 절규가 괴로워서 귀를 막고 있는 것이란다. 피오르와 하늘이 내지르는 비명을 홀로 들었다는 뭉크의 기민함이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크게 공감이 되며 세기말적이고 우울함이 느껴지는 뭉크의 <절규>가 계속 나의 눈길을 끌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작품에 표현하기를 원했다는 뭉크 작가님은 산업 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변하던 때를 살았다고 한다. 공장이 세워지고, 도시가 발달하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시골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빽빽하게 모여 살다보니 이웃인데 서로를 알지 못해 외로워지고,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사회 분위기가 사회에 퍼져 있었단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절규>라는 작품에 녹여냈던 것이다. 얼핏 보고 기괴하게만 생각했던 그림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구나 하며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을 재조명하고, 의미있는 소통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이 나에게는 위대함으로 다가왔다. 



 낯선 분야이기에 어렵게 느껴져서 선뜻 다가가지 못했었는데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 발간되었다. 그림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중의 하나는 미술관에 가도 이 그림의 의미가 뭔지 잘 몰라서 였는데 유명한 작품의 작가님들이 무엇을 그리려고 노력했고 그 작품이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설명해주시니 참 고맙다. 이 책을 계기로 미술 작품에 한걸음 다가간 느낌이랄까? 생각해보니 대학시절 잘 몰라도 가끔씩 그림을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강북의 여러 갤러리들을 산책하듯 다녀오곤 했었는데 뭔가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좋아서였던 것 같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떠하랴? 작품을 바라보며 나만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과 느낌들을 버무려가며 상상을 하는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으리라. 문득 요즘 읽고 있는 John Green 작가님의 책「THE ANTHROPOCENE REVIEWED」에 나오는 Hiroyuki Doi's Circle Drawings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림을 그리면 차분해 진다는 Doi작가님의 동그라미 그림을 검색하여 바라본다.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단순한 패턴의 원그림을 보면서 생소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존재에 대한 사색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I feel calm when I'm drawing, " Doi said, and although I'm no artist, I know what he means. On the other side of monotony lies a flow state, a way of being that is just being, a present tense that actually feels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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