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끝의 온실」책으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님의 에세이「책과 우연들」을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에세이를 통한 작가님의 일상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로서 이야기를 쓰는 이유와 쓰는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을 빌어 담은 책인데 이 책을 쓰며 작가님이 만났다는  "김초엽의 우연한 책들" 목록이 무려 8페이지에 달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책이라고는 절반정도 읽은「코스모스」와「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전부였다. 책을 가려서 읽는 독자는 아니지만 평소 과학이나 SF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아서 과연 나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말 앞의 두 문장이 나의 마음을 스친다. 



더많은 책이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우린 충분할지도.



 일단 첫 두문장으로 나의 관심끌기는 성공! 그러나 첫장부터 곰팡이 이야기를 하시는 작가님. 그동안 나의 관심 소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재라 어떤 낯선 냄새가 났는데 읽으면서 이 책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작가님이 읽었다는 SF책들과 쓰고싶다는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무척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그래서일까 낯설지만 신선하다는 느낌과 함께 호기심이 생기며 찬찬히 읽어 나갈 수 있었다. 관심 장르는 서로 다를지 몰라도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고 이 책은 SF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니까 작가님이 말하는 책에 대한 사유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나갔다. 


 타고난 소설가인줄 알았는데 자신을 삶의 경험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적다고 말하는 작가님, 아는걸 쓰는게 아니라 쓰면서 알아가고 있다며 글쓰기의 고단함에 대해 토로하신다. 과학에 관한 논픽션을 쓰는 작가를 꿈꿨으나 얼떨결에 SF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작가님은 소설쓰기는 즐거움과 현실 도피를 위해 시작한 취미였는데 그게 직업이 되었단다. 작가의 토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재능이 없어도 배워서 쓸 수 있다며 토템처럼 작용하는 여섯가지 작법서들을 소개하신다. 확장되는 SF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사고방식, 낯선 세계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SF의 매력을 언급하는 작가님은 변두리에 있는 평범한 인물이 모순적 상황과 세계와의 갈등에 처하는, 그러나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는 이야기가 좋다며 낯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SF로 부터 배웠단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있어서 그런지 서평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피부에 와 닿았는데 서평은 때로 호불호의 관점, 작품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매끈하게 정리한는 것을 넘어서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책이 놓여있는 맥락을 다시 보게 한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표 파닉스를 해보겠며 시작된 미자모(미쉘과 함께하는 자녀교육 모임) 카페 활동. 지금은 미자모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종종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자칭 쓰는이의 삶을 살고 있다. 시작은 분명 자녀교육카페였는데 지금은 북카페의 느낌이 더 강하다. 미자모 촉촉 달달 독서모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책들과 미자모 서평책들과의 우연한 만남들 속에서 즐겁게 책폭탄을 맞으며 살고 있는중이다. 작가님의 표현을 빌자면 낯설지만 좋은 것들을 천천히 느리게 알아가는 중이랄까? 미자모를 통해 우연한 책들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일상에 소박한 즐거움도 하나 생겼는데 '서평책 포토슈팅을 위한 출사'가 바로 그것이다. 낯선여행지에서 명상도 하고 산책도 하며 사진도 찍고 책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 3장. 책이 있는 일상 "이었는데, 「책과 우연들」은 내가 좋아하는 섬 말도에서 말도 등대와 함께 바다뷰의 풍경과 공기와 냄새와 소리를 섞어가며 휴식같이 읽었다. 



어떤 독서는 성공적이고 어떤 독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 책들은 언제나 우연성을 가득 품고 있어서 나의 좁은 세계에 작고 큰 균열을 낸다.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산 책을 다 읽고 오는 것에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그곳의 풍경과 공기와 냄새와 소리, 그리고 책이 하나의 감각 묶음이 되어 기억의 서가에 꽂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아서 일부러 여행을 갈 때마다 한 권이라도 책을 꼭 다 읽고 오려고 한다. 



직장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피치를 부담스러워하고 더군다나 글쓰기는 꿈도 꾸지 않았던 나인데 미자모활동 2년이 지난 지금은 집안 곳곳 책탑이 쌓여 있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내모습에 가끔씩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란다. 시작은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고,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자 였는데 지금은 책읽고 서평쓰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엔가 우연히 미자모 카페지기 미쉘님과 채팅을 하게 된 적이 있는데 세상에 나더러 서평가란다. 내가 서평가라고? 난 평범한 회사원인데. 작가도 아닌데 작가 코스프레 하고 있는 듯 한 지금의 내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분명 2년전의 내모습과는 다른 나의 모습에 어리둥절 하기도 하다. 살면서 답답한 부분들을 책읽기로 위로받고 쓰기로 해소하고 싶어하는 어떤 마음이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음이 뿌듯하기도 하고,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게 되는 것이 좋기도 하다. 낯선 여행지를 먼저 가보고 그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듯한 기분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현실도피도 되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이 되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피곤하지만 계속 읽기와 쓰기를 하며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고 있다며 나 스스로를 격려한다. 글쓰기가 업이 아닌 입장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글쓰기에 임하며 나만의 독서생태계를 만들어가는중이다. 


 궁극의 연장과 궁극의 작업실 이야기에서는 미니멀리즘을 꿈꾸지만 실상은 서점 사은품들과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책탑들로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집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도구들로 글을 쓰고 있을 때 가장 평온한 행복은 느낀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김초엽 작가님의 읽기 여정과 '쓰고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  「책과 우연들」과 함께 일상에 우연한 마주침을 경험하시기를 바란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우리 각자가 지닌 닫힌 세계에 금이 간다거나 거창한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더라도 , 적어도 우리는 조금 말랑하고 유.연.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냥,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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