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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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여우나 데미안같은 지혜로운 멘토를 늘 갈구하는 나는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최진석 철학자님을 만난 적이 있다. 항상 마음속에서 자기 우물이 어디 있는지 찾는 사람이 되라, 어린 왕자가 B612를 스스로 떠난것 처럼 진정한 인간으로 완성되고 싶으면 자기 생각을 떠날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건너가기를 해야한다, 잊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 내가 원하던 내가 갖고 싶은 그 무엇을 회피하지 말라는 이 철학자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더랬다. 어찌보면 도사님같기도 하고 내게는 무척이나 신선하게 느껴졌던 그 철학자분께서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이라는 책을 발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자모 서평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변화를 딛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건너가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활동이라고 말씀하시는 저자님은 이 책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의 서문에서 '건너가기'를 하는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며, 책 읽는 습관을 쌓으면 그 내공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책 읽고 건너가기'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두 번째 걸음 생텍쥐페리「어린 왕자」와 다섯 번째 걸음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였다. 내가 미자모와 처음 인연이 닿아 원서로 재독했던 책이 「어린 왕자」이기도 했고, 저자님께서 내가 좋아하는 니체이야기를 인용해서 이야기를 풀어주시기도 했고, 최근에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어린이 해방 총 사령관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해서 그런지 어.린.이.라는 단어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어린 왕자」에 나오듯이 어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혹은 봐야 하는 대로 세계를 봅니다. '정해진'대로 보는 것이지요. 반면에 어린이는 상자 속 양을 발견할 수도 있고, 보아뱀의 배 안에 코끼리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정해진 마음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은 세계의 진실과 접촉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니체입니다. 그는 인간 정신발달의 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이에 비유했습니다. 낙타는 온갖 짐을 지고 정해진 궤도를 따라 꾸역꾸역 갑니다. 사자는 낙타에 비해 나름의 주도권과 의지를 갖고 나아가지요. 어린이는 자기가 삶의 동력 그 자체입니다. 무한 긍정의 상태지요. 정해진 궤도를 따라서도 넘어서도 갈 수 있는 존재. 어린이는 매사에 호기심이 넘칩니다. 낙타나 사자에게 없는 것이지요. 



니체가 제시한 인간 정신 발달 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낙타였다가 그다음에는 사자로 발전해서 마지막에는 어린이가 되거든요. 낙타는 당위를 가리킵니다. 규범이 시키는 대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면에 사자는 의지를 가리킵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단계지요. 사자는 희망의 상징으로, 자기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겠다는 노인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청새치를 잡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는 모습은 마치 어린이처럼 보이고요. 인간이 자기 사명에 긴 시간 몰두하면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얼마전 친구의 초대로 마을 도서관에서 하는 그림책 수업에 아이와 함께 일일 게스트 학생으로 참여하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해 적어본 적이 있다.「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의 저자님들이신 김정은 유형선 부부 작가님께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시는 클래스였는데 영광스럽게도 아이와 함께 참여하여 여러가지 활동을 했다. 이 책의 저자 최진석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니체의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이 이야기를 똑같이 해주시며 여러가지 가치들을 예시로 보여주시며 열가지를 골라보라 하셨다. 그리고는 세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가치들은 다 버려보라 하셨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나의 세가지 가치는 유연성, 자율 그리고 존중이었다. 그리고 실현 가능성 여부에 상관없이 그 가치에 해당하는 직업을 상상하여 적어보라셔서 나는  철학자, 화가 그리고 운동인을 적었다.  


 아홉살 내 아이는 단어의 뜻을 몰라 이건 무슨 뜻이예요 저건 무슨 뜻이예요 질문을 거듭하더니 이상품기, 헌신,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골랐고, 그에 해당하는 직업으로 곤충박사, 선생님 그리고 화가를 적었다. 

 


 이후 강사님이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하고 물으셔서 나에게 대답하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홉살 아들은 '곤충박사요!'라고 대답했고, 아홉살 친구딸은 '친구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해줄때요!' 라고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그야말로 즉문즉답 고민없이 답이 바로 바로 나오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날 그림책 수업의 활동들이 오버랩되었고, 순수한 사람만 질문할 수 있다. 순수한 사람만 호기심이 있을 수 있다. 호기심이 있는 사람만 질문할 수 있다. 질문하는 사람만 모험할 수 있다.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대답만 하고 판단만 한다. 판단만 하는 사람은 안전을 추구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은 모험할 수가 없다. 라며 모.험.을 독려하시는 돈키호테 같은 저자님의 목소리가 책을 읽는 내내 고스란히 울림이 되어 전해졌다. 


 우리 나라 속담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 '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기를 꺾는 말인 것 같아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말인데 인간 본질에 대해 지극히 단선적인 이해를 가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시간에 의해 인간이 변화한다는 것에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로 우리 사회가 인문학적 정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변화, 인간의 거듭되는 발전, 인간이 거듭난다는 중생의 원리에 대해 부정적인 이런 말들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훈련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저자님이 말씀하시는 '건너가기'의 이 마음이 내 삶에서 복습되지 않았기에 아직 더 강한 힘이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내 우물이 어디 있는지 찾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고, 찾고 싶었던 것을 찾았는지 잘 모르겠으나 내가 나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내 아이도 그 모습을 닮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아이에게 힘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미자모 촉촉독서모임을 통해 영어원서 읽기도 하고, 서평 글쓰기도 하고있다. 아이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는 엄마. 내 생각이 아이에게 물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과 선택하는데 있어 참고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쉬는 것도 노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하자는 주의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지만 내가 지나다니는 길을 반복해서 볼 뿐 세상을 보면서 많은 부분을 보지 못한다. 관습에만 매달리는 것은 '왜곡된 관습의 충실성' 이라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렵고 낯선 것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속에서 자기 우물이 어디 있는지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을 통해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 읽기를 통해 작가님의 통찰이 담긴 '건너가기'의 내공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마법의 양탄자'에 올라타볼 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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