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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ㅣ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평점 :
어릴 적 초등 저학년때 부모님께서 커다란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털어 어린이 100권전집을 사주셨다. 그 100권중에서 「해저2만리」와「80일간의 세계일주」 책을 본 기억이 있는데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제목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미자모 서평이벤트를 통해 그 책의 작가님이 쥘 베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작가님의 작품이 컬렉션형태로 나왔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 서평이벤트에 참여해 책을 읽게 되었다.
1828년 프랑스 서부 이국적인 정서가 풍부한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난 쥘 베른은 어린시절부터 바다와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동경했다고 한다. 「경이의 여행」시리즈라고 일컬어지는 수많은 걸작을 1년에 한 편 이상씩 40여 년 동안 꾸준히 쓰게 되는데 1905년에 사망할 때까지 80편이 넘는 장편소설을 썼고, 전 세계에서 번역되어 수많은 애독자를 열광시켰다고 한다. 100년도 더 된 소설이 시간을 거슬러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쳤다.
독일 함부르크 쾨니히 가의 집에서 살고있는 괴짜 삼촌 오토 리덴브로크 교수와 그의 조카 악셀 그리고 충직하고 초인적일 만큼 헌신적이며 노련한 기술과 침착한 태도의 냉정한 아이슬란드인 한스 비엘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주인공 악셀이 낡은 양피지 고문서의 비밀을 밝히게 되면서 덴마크를 거쳐 아이슬란드로 건너와 스네펠스 분화구 정상에서부터 시칠리아 섬 메시나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기행 SF 과학 소설로, 주인공 악셀이 삼촌 리덴브로크 교수와 길잡이 한스와 함께 지구 속이라는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그라우벤과 결혼하게 된다는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내용이 이 소설의 대략의 줄거리이다.
이 소설에서는 경이로운 광경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아이슬란드 스타피 피오르드의 현무암 절벽이야기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나왔던 아름다운 절벽 선을 따라 쭉 뻗은 라임마을의 콥 방파제가 연상되었고, 아일랜드의 자이언츠 코즈웨이 이야기가 나올때는 부산 다대포와 송도의 해안절벽을 떠올려 보았다. 핑갈의 동굴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멘델스존이 이곳을 여행하고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서곡도 찾아 감상하며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읽었다. 런던 세인트 폴 성당의 '속삭이는 회랑' 과 시칠리아 섬의 기묘한 '디오니시오스의 귀' 동굴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경이로운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천왕성이나 해왕성 같은 머나먼 행성에 가서, 나의 '지구인' 속성이 전혀 모르는 현상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새로운 감각을 표현하려면 새로운 낱말이 필요한데, 내 상상력으로는 적당한 어휘를 새로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두려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기분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생각하고, 찬탄했다.
스네펠스 분화구 정상에서 지구 속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만나는 시냇물과, 해안, 섬, 작은 항구에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름으로 따서 지명을 붙이는 설정도 흥미로운데 지구 속에서 만난 완만한 비탈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은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슬란드 사냥꾼 한스와 비슷하다고 하여 '한스 천'이라 부르고, 지구 속에서 만난 해안을 본인의 이름을 따서 '리덴브로크 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구 속에서 발견한 최초의 간헐천 섬에다 조카 악셀의 이름을 붙여 악셀 섬이라 칭하고, 지구 속 작은 항구는 피어란트 출신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매력적인 아가씨 그라우벤의 이름을 따서 그라우벤 항이라 명명하는 점도 흥미롭다.
1864년에 쓰여진 책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많은데 지구 속을 탐험하면서 만난 버섯숲속, 리본처럼 끝없이 이어진 바닷말, 키가 4미터에 달하는 거인 이야기, 지구의 지각 속에서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고, 해풍과 폭풍까지 부는 진짜 바다가 존재한다는 이야기, 폭포가 있고, 깊은 땅 속 동굴은 화강암의 거대한 홀을 이루고 있으며 그 화강암 바닥 위를 시냇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설정, 화석인간이 갇힌 지층이 지구 내부의 거대한 동굴속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지구 속에 미라가 있다는 설정 등에서는 좀 황당무계하다 싶기도 하면서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에 이런 상상을 하다니 참으로 놀랍기도 했다.
구름 낀 화강암 하늘이 있고, 전기적 성질의 빛을 발하고 있으며 가슴에 드넓은 바다를 안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동굴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바닷물이 암석의 가라진 틈새를 통해 이르러 지하 160킬로미터 깊이에 큰 바다가 존재하게 되었고, 거대한 지하 저수조의 물은 지하의 불과 싸워야 했을 테고, 그래서 일부가 증발하여 그 증발한 수증기는 위에 걸려 있는 구름이 되었고, 지구 내부에 폭풍우를 일으키는 전기도 방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는 자연 현상의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자연의 경이가 아무리 논랄 만한 것이라 해도, 그 경이는 반드시 물리적 이유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오류투성이지만, 그런 잘못은 종종 저지르는 게 좋아.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우리는 한걸음씩 진리를 향해나아갈 수 있으니까
지질학, 광물학, 화산 등에 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호기심이 생겼다. 과학적인 설명들은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미지의 영역을 바라보는 19세기 당시 서구인들의 관점을 엿볼 수 있었고,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속이라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쥘 베른님이 어떻게 잘 녹여내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아이와 함께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어떤 기회도 무시하면 안돼. 운명의 여신이 나를 이 해안에 던져놓았다면, 그것은 나더러 이곳을 탐험해보라는 뜻일 거야.
다시 육로로 여행을 계속할거야. 그리고 정말로 지구의 핵심으로 뚫고 들어갈 거야.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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