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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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을 넘어서고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내 삶에 단단한 기초를 잡아주는 바탕이 되는 철학에 조금씩 관심이 생겨 쉬운 철학책부터 읽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모두 서양 철학뿐이었다. 문득 동양 철학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자모 서평단을 통해 「맹자孟子」읽기에 도전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맹유학과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 전호근님은 서문에서 지금 세상에 만족한다면 굳이 「맹자 孟子」를 읽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있다면 「맹자 孟子」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며 어떻게 불의에 저항할 것이며 어떻게 한 사람의 가치가 천하와 맞먹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며 「맹자 孟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라고 말씀하신다. 



 동양고전이라 두꺼운 벽돌책을 예상했는데 아담하고 한손에 딱 들어와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맹자孟子」가 도착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시간에 배웠던 맹자의 성선설, 인의예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호연지기, 대장부 등의 키워드를 기억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고전이라 문장읽기가 쉽지 않을꺼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저자님이 맹자의 원문을 인용하며 알기쉽게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맹자라고 하면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맹모삼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며 맹자의 사상과도 맞지 않다는 저자님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무덤가로 이사했더니 맹자가 죽은 사람 장사 지내는 흉내만 내고 놀기에 이 곳은 아이를 기를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 시장터로 이사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맹자가 물건을 사고파는 흉내를 내면서 놀아서 이 곳도 자식을 키우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학교 근처로 이사했다. 이번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흉내만 내면서 놀았고 덕분에 맹자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맹모삼천 이야기. 그런데 이 맹모삼천 이야기는 유향(劉向)의 「열녀전」에 보이는 이야기로 맹자가 세상을 떠난 지 몇백 년도 더 지난 뒤에 꾸며낸 이야기란다.


전통적으로는 교육에서 차지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이해해왔지만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환경이 나쁠 때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않고 제 자식만 좋은 환경으로 이사하는 일은 졸렬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남편 없이 혼자 자식을 키우다 보니 먹고 살기 힘들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곳저곳을 전전한 것이 맹모삼천의 실상일 것이다. 따라서 맹모가 나오지 않는 세상이 오히려 좋은 세상이다. 


맹자는 환경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환경결정론자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모든 사람의 본성은 착하기 때문에 환경에 의해 일시적으로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본성의 선(善)은 변함이 없다며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렇기에 자식의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주변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무덤가에 살든 저잣거리에 살든 모든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맹자가 아니라 맹자의 어머니이며, 맹자의 어머니와 맹자의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맹자는 세상을 바꾸려 했던 사람이다.    

 약 2400여 년 전 중국 전국시대에 태어나 활동했던 철학자 맹자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어머니와 함께 살길을 찾아 이곳저곳 전전하며 살면서 끔찍한 세상을 보게 된다. 들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 있고,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쉽게 죽어가고 있는 세상을 보며 폭력의 정치가 빚어낸 참혹함 앞에서 사람을 중시하는 정치를 펼쳐야 천하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 폭력을 멀리하고 덕을 숭상하는 자가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왕도론을 내세우며 평생 동안 수레를 타고 온 천하를 돌아다니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임금을 찾아다니며 당시 임금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원칙만 고집하는 깐깐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끝내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고, 나라를 다스릴 기회는 얻지 못했다. 


 맹자는 혼란한 시대를 끝내기 위해 여러 나라의 임금들을 찾아다니며 전쟁을 그만두고 평화 정책을 통해 천하를 통일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임금들은 맹자가 내놓은 평화 정책 같은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맹자가 주장했던 왕도정치, 덕치주의 같은 사랑의 정치는 안타깝게도 한 번도 실현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 때문에 맹자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맹자 孟子」라는 책을 지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서 세상에 전했다. 당시 맹자가 만났던 임금들은 맹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고 맹자는 또 뭐라고 답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바로 이 책「맹자孟子」의 내용이다. 


「논어」와 함께 유학의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존중받는「맹자孟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중국 전체의 패권을 놓고 밥먹듯이 싸웠던 전쟁의 시대, 도덕이 무너진 폭력이 난무하는 혼란의 시대를 살면서 맹자는 염세주의가 아닌 이상주의를 꿈꿀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인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전혀 다른 관점의 군주론을 본 느낌이다. 

맹자는 성선설로 유명하지만 사실 맹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군주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선설이면 어떻고 성악설이면 어떠한가 성악설이든 성선설이든 거기에는 답이 없다. 답은 우리안의 신성한 마음에 있다. 

사사로운 사랑을 넘어 백성들을 사랑하는 임금, 사사로운 사랑을 참다운 사랑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임금,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임금을 이야기한 맹자의 철학을 돌아보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 어버이를 어버이로 사랑함으로써 그 마음을 남의 어버이에게 미쳐가며, 내 아이를 아이로 사랑함으로써 그 마음을 남의 아이에게 미쳐갈 수 있다면 천하는 쉽게 다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은혜(사랑하는 마음)를 미루어갈 줄 알면 사해안의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어가지 못하면 처자식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이야기 한 성인 맹자,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백성에게로 확장시킬 수 있는 진정한 철인이 임금이 된다면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가 가능하지 싶다. 책을 읽다가 나의 모든 생각은 결국 기승전 교.육.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많은데 임금이 백성을 자기 자신처럼 여겨주지 않으면 세상은 어지럽게 되어 있다는 맹자의 이야기는 결국 나에게는 나라 전체를 나로 여길 그런 리더를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까 하는 교육의 문제로 귀결된다.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를 토대로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잘 경영할줄 알게된다면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측은지심의 사랑하는 마음을 확장할 수 있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훌륭한 군주도 많이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어찌하면 대장부가 될 수 있을지, 다른 사람에 공감하고 내 삶의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을 다질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아이를 양육할지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인간이 사회속에서 사는 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화두에 대해 「맹자 孟子」를 통해 철학적인 고찰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원문과 함께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함께 들어있는 이 책 「맹자 孟子」와 함께 내 삶에 단단한 기초를 잡아주는 근본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맹자#전호근#EBS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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