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 - 헤매고 있는 초보 가드너를 위한 홈가드닝 플랜 4
한진아 지음 / 책밥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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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어려서 좋아하는 색이 무슨색이냐고 물으면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국민학생은 주로 연필을 사용했지만 나는 꼭 초록색 수성펜을 연필과 함께 가지고 다니며 좋은 문구도 다이어리에 써보고, 편지도 쓰고 그랬다. 초록이 좋아서였을까 나는 식물도 참 좋아했고(키우는거 말고 보는거) 지금도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휴식의 느낌이 든다. 


 결혼을 하고 큰형님으로부터 다육이를 선물받아 나도 이제 식물을 한번 키워봐야지 하고 키웠던 적이 있는데 회사가서 바빠도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 아니라 괜찮을꺼야 라고 하셔서 부담없이 들였던 나의 다육이는 몇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사망했다. 다육이는 떠났고 화분 받침만 남은 지금 다시 우리집에 식물을 들여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 마당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꼭 나만의 식물들을 키워보겠다는 야심찬 꿈이 있기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마음돌봄에 관심이 많은 요즘 책 표지의 식물이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뭔가 초록초록한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이 건강해질것 같아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책표지를 보고는 저런 식물도 있구나 하며 책 속의 더 많은 예쁜 식물들의 등장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디자인을 전공한 후 평범히 회사 생활을 하다가 식물의 매력에 매료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플랜트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원예 치료사 과정을 수료한 후 '서서히' 라는 식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진아 저자님은 식물을 대하기 어려운 초보 가드너 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동안 자신의 식물 생활을 돌아보고 4단계 플랜을 통해 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며 식물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이 책이 삭막한 도시의 작은 숲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마음을 돌보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언제 행복한지,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문득 삶이라는 건 몰랐던 나와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PLAN1에서는 식물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특히 물 주기에 있어서는 적당한 타이밍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식물은 흙이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기때문에 흙이 마르지 않았을 때는 물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식물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가드닝 열풍에 현혹되어서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식물을 구매하는지 고려해 보아야 하고, 식물 고유의 습성이나 생육 조건들을 조금씩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며 식물들이 떠나가더라도 왜 이렇게 됐는지 뿌리와 흙을 꺼내어 살펴보고 원인을 유추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PLAN2에서는 식물의 구조를 살피며 각 기관이 하는 일 그리고 흙의 종류, 화분의 재질, 광합성과 빛, 물주기 방법, 바람, 온도와 습도 등 식물을 둘러싼 주면 환경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때에 맞춰 충분한 양의 물을 주는 것, 그 물이 제때 잘 마를 수 있도록 통풍을 시켜주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 거죠. 


 식물에게 말을 걸어준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집에서 혼자있을때 키우는 반려식물과 반려물고기에게 날마다 말을 걸며 대화를 하신다는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매일 반려 식물들과 대화하신다고 하더니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었군하며 

식물을 아이나 친한 친구 다루듯 하시는 엄마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매일 애정으로 키워도 죽어나가는 식물들이 종종 생기지만 그래도 또 사면 된다며 반려식물 쏘쿨하게 떠나보내시는 우리 엄마는 꽃과 식물을 보면 마음이 행복하다며 꽃시장을 즐겨찾으신다.   


식물에게 말을 걸어주면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실제 사람이 호흡을 하면 이산화탄소를 뿜기 때문에 식물 입장에서는 대사산물이 많아지는 셈인거죠. 나름 과학적인 표현이랍니다. 


 PLAN3에서는 식물에게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진 이후에 분갈이, 비료주기, 지지대 설치, 가지치기 등 식물을 키우기 위해 더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PLAN4에서는 죽도석곡, 아라우카리아, 청기린(이책 표지에 있는 식물이름), 선인장, 바이텍스, 춘란, 좀눈향, 노란찔레, 무늬조팝, 학자스민, 황호접, 고려담쟁이, 황칠나무, 공중식물 틸란드시아, 수경식물, 학자스민, 개나리자스민, 마다가스카르자스민, 접란, 다정큼나무, 박쥐란, 아스파라거스 나누스, 고사리과 식물 키우기 그리고 풀다발, 생화 리스 만들기 등 식물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취미반 수강생들의 인터뷰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을 보면서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은 식물 이야기를 하는데 꽃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꽃의 화려함보다는 초록이 주는 우아함과 단아함이 느껴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따라해 보고 싶은 게 생겼는데 바로 생화 리스 만들기이다. 우리 이웃집만 봐도 문앞에 멋진 리스를 달아놓고 계셔서 아 참 느낌있네 하고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리스(Wreath)가 이런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랐더랬다. 돌아오는 11월에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멋진 리스(Wreath)하나 만들어봐야겠다. 올 한 해 잘 살아왔는지 돌이켜보며 즐거웠던 순간들,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식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이 궁금해서 들여다본 책인데 늘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계신 우리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도 우리 엄마같은 식물집사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식물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애정으로 살피고, 식물이 원하는게 뭔지 어디 아프진 않은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이야기 나누는 귀여운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해주는 멋진 책이었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미자모#서서히식물이좋아집니다#한진아#책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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