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 - 자가면역질환과 마주하며 버티는 삶의 기록
오지영 지음 / 파이퍼프레스 / 2024년 2월
평점 :
자가면역질환과 마주하며 버티는 삶의 기록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작가님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자신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조차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했지만, 달라지는 것 없이 "큰 병원으로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는 무책임한 말을 듣는다면, 다시는 그 병원에 가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찾은 대학병원 소아과, 그곳에서 아이의 말이 느린 이유가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던 의사. 아이가 아무리 멀리 있고,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작아도 달려온다는 이야기에 그것은 귀가 들린다기보다 습관적인 것일 거라고 판단하던 의사.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 진단은 아이에게 수면제와 비슷한 약을 먹게 하고 재운 뒤 MRI를 통해서 아니라는 사실을 판단되고 나서야 병명을 알 수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병명을 듣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까지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년 동안 병명도 알지 못한 채 지내다 '타카아수 동맥염. 희귀난치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병명은 중요치 않다. 난치병,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는 사실이라는 것 만이 남을 것이다. 병명에 맞는 약을 처방받았음에도 그 약이 단번에 그 병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없는 것이다.
매일 불안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매시간, 매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풍선을 바라보며 괜찮아질 거야, 하고 막연하게 생각도 해본다. 내일 터져도, 모래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커다란 풍선. p.40
그렇게 매 순간의 삶은 불안과 붙어있다. 불안과 멀어지는 순간이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아간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직장을 다니는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너무 고통스럽고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온몸이 부어오르지만 삶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 대상은 오직 가족뿐이지만, 그럼에도 친구들에게는 내색 없이 살아온 작가의 모습을 본다면, 그녀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같은 병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마음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에게조차 위로를 가져다준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처럼, 종종 찾아와 회오리치는 삶에서도 용기와 힘을 내고 살아갈 수 있다.
병을 마주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강인한 사람임이 느껴진다.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버티는 것. 고통스러운 삶조차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작가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어떤 고통의 순간이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고통조차 마주하고 이겨낼 용기, 그 용기를 배워나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