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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평점 :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신랑과 함께 자주 놀러다녔다. 워낙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신랑은 윗지방에 혼자 살면서 거의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놀러가는 장소마다 놀리곤한다. 나랑 와본거 아니었냐면서. 그런 신랑도 제주도는 가본적 없다기에 아기 태어나면 같이 가기로 하고 작년 4월에 다녀왔었다. 그때 아기는 아직 걷기전이라서 가는 장소마다 아기가 걸을때 오면 좋을꺼 같다고 또 오자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여행은 설레임이다.
작가정신에서 "데드맨"과 함께 도착했던 소설인 "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은 다 읽고 나자, 먹먹함과 쓸쓸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어쩌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생활 속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내게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그런 설레임이 나에게만 다가오는걸까? "여행의 기술"에서의 주인공인 '나'에게 여행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 아니었다. 아들인 겸이와 돌아다니는 여행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죽음의 여행이었다는 것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다.
겸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고 조금 부족한 듯한 아이였다. 부모가 되고 나니 이런 아이들에게 모자라다고 표현하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겸이의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을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너무 산만해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되니 다른 반으로 보내고 싶다는 선생님의 말에 학교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구입해서 집에서 앉아 있는 연습을 시킨다. 교실에서 앉아 있기라도 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거기다 겸이가 걱정되어 도서관의 사서일을 자처해서 겸이를 쉬는 시간에 보고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로 겸이는 학교를 그만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고로 아내는 나와 겸이의 곁을 떠났다.
그렇게 나와 겸이는 여행을 시작했다. 겉보기와는 달리 너무나도 다른 아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그래서 떼를 쓰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습들. 그런 모습을 보던 아이의 엄마 마음이 어떠했을까? 아이를 가졌을 때 아기가 건강하고 아무 문제없이 태어나기를 바라고 바라던 나의 마음이 생각났다. 여행을 하다 아이의 엄마의 죽음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은 난처한 사건의 연속이라는 오래된 가르침을 기억하라'라는 호피 족의 말을 떠올린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다. 하나의 길은 세상의 모든 길과 연결되어 있기에. p227
다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다른 생의 길을 보게 된것일까? 겸이와 겸이의 아빠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것일까?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여행에서 어떻게 바뀌게 될지. 나는 겸이와 겸이의 아빠가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한 여행을 하기를 바란다. 갑작스러운 겸이의 회복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행복에 조금은 다가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