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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읽어보고픈 호기심이 생겨서 얼른 주문해서 읽었던 책. 이제서야 서평을 남기게 되었다. "모성"이라는 제목만으로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일꺼라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알았지만 책을 받아들었을 때 책의 띠지에 보이던 문구로 엄마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불이 나던 그날, 아무래도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이 소설을 7장의 작은 주제를 보여주고 각 장에서는 '모성에 대하여', '엄마의 고백', '딸의 회상'. 엄마의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되어지면서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언제나 자기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기에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툼도 생기기 마련이다. 과연 어떤 일이 모녀에게 생겼던 것일까?
나는 엄마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엄마의 칭찬 한마디에 나는 날아갈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다도코로의 그림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엄마는 그의 그림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도코로가 내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때도, 세번의 데이트 만에 청혼을 했을때도 나는 엄마의 의견이 알고 싶었고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결혼했다. 결혼하고 낳은 딸. 엄마는 너무나 이뻐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내 딸도 엄마에게 잘하기를 바랬다. 엄마가 좋아할 수 있는 말들과 행동을 해 주기를 바랬다.
엄마와 나 그리고 딸. 우리가 잠자고 있던 그 시간 태풍이 몰아치는 순간. 우리의 불행은 그렇게 다가왔고 시작되었다. 정전으로 집에 켜 두었던 초. 그 초들이 태풍으로 흔들리면서 집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와 잠들어 있던 나의 딸. 그 두사람의 생명이 나의 선택으로 달라지게 되었다. 나는 엄마를 구하려고 했다. 딸은 다시 낳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싫어요, 싫어. 저는 엄마를 구하고 싶다고요. 아이는 다시 낳으면 되잖아." p.73
"부탁이다. 엄마 말을 들으렴. 나는 내가 사는 것보다 내 생명이 미래로 이어지는게 더 기쁘단다. 그러니......" p.243
엄마는 그렇게 자신보다 손녀를 택하라고 하셨다. 나는 딸을 볼때마다 엄마를 떠올렸다. 나의 엄마를 대신해서 살고 있는 아이. 그런 생각 탓일까? 딸은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런 나의 탓에 딸을 내 곁을 떠나버렸다.
나는 우리 사랑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나의 희망을, 나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사랑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아직은 너무 어린 아이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거나 부담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감정들이 아이를 망친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된 입장으로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