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구병모 작가는 내게 왠지 모를 신비함을 안겨준 작가이다. "아가미"에서는 아가미를 갖고 태어난 그의 슬픔이 드러났었는데, "파과" 역시 슬픔이 밀려오는 듯했다. 표지 역시 무언가 쓸쓸함을 보여주더니 제목 역시 파괴 되어지는 무언가를 보여주는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더니, 「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에 대한 시선의 발아는.」 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무언가 변질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각. 그녀는 다른 방역업자들에 비하여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아직 현역에서 활동중이다. 그녀의 이름을 보는 순간 무언가 흩어져버린 느낌이 마구 들었다. 누군가의 존재를 사라지고 흩어져버리게 만드는 일을 하는 조각. 그녀는 가족없이 늙은 개와 살아가고 있다. 일부러 가족을 만들지 않았을 그녀. 그동안의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내면서 살았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또 다른 방역업자인 투우. 그는 조각을 볼때면 언제나 시비를 걸곤 한다. 조각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런 조각에게 서운하기라도 한듯이 투우는 조각이 하려는 일을 방해를 하다 결국 조각과 맞붙게 된다.

「사라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 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p.332 ~333 중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리라. 누군가 기억해 준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