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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의 소리가 들리나요?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47
리 페이 후앙 글.그림, 노영주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징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 징은 귀가 들리지 않아요. 그렇지만 조각품을 모으듯 악기를 모아 감상하죠. 소리없는 연주회를 보고 있노라면 지휘자의 손은 마치 훨훨 나는 새들의 날갯짓같답니다. 때론 바람에 나부끼는 버들가지 같고요.
징은 무척 긍정적인 소녀같아요. 얼마전에 읽었던 "점자 배우는 아이"의 동진이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것, 점점 볼 수없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어. 투덜거리기도 하고 부모님이 싸우시자 자신 탓으로 생각하기도 하구요. 징은 처음부터 들리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제게는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지네요.
자신에게는 목소리가 들리지않아서 고요한 집이지만 손톱에 알록달록 메니큐어를 발라서 무성영화와도 같은 대화를 형형색색 아름답게 만들어요. 어느날 여동생이 미술시간에 만들어 선물한 찰흙 오카리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며 얘기하네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 어떤 소리가 들리냐고 물으니 모든 소리가 들린다며 손짓으로 말하는 징이예요. 징은 매일밤 그날 들었던 흥미진진한 소리에 대해서 얘기해주어요. 징이 들은 소리는 둘만의 비밀이예요.
토요일 아침 동생의 실수로 찰흙 오카리나가 깨지고 다시 고요한 세계로 돌아온 징. 슬퍼하는 동생에게 말해요.
「소리 없는 세상도 멋지고, 즐거울 수 있다고.」
징은 동생 손에 입술을 갖다 대고 입을 맞춰요. 그건 마치 찰흙 오카리나를 부는것 같았죠. 오늘 하루는 여우비가 그친 후 뜬 무지개처럼 찬란히 빛나는 노래예요.
징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내내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신이 들을 수 없음에 절망하기보다 자신이 들을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동생이 가져다 준 찰흙 오카리나. 소리가 나지 않는다며 가져다 준 선물이 어쩌면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겉모습은 남들과 다를게 없어보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오카리나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징. 하지만 둘이 만나서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징의 마음에, 그리고 귀에 들리는 소리. 그 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져 여러가지 느낌의 소리로 와 닿았을때 나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귀 기울이게 되었다. 서로 다름에 대하여 실망하고 자책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아기가 컸을때 읽어주거나 함께 읽으면서 징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