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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인 "소문의 여자". 아직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읽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단편소설집인 "공중그네"와 "꿈의 도시"가 고작일 정도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왠지 모르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다. 여자에 관한 이야기에서일까. 표지부터 매력적인 여자의 뒷모습으로 날 책으로 이끌었다. '이토이 미유키' 그는 과연 어떤 여자일까?
「 "이토이 미유키, 완전 소문난 여자네."
"누가 아니래. 아마 항상 혼자였으니까 소문이 더 났는지도 모르겠어." p.89」
언제나 소문을 몰고 다니는 여자 미유키.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뭔가 성적인 매력을 뿜어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과 남자들의 성적 상상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 어쩌면 미유키는 그런 두 시선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세컨드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들과 그런 추측들이 만들어 낸 여러가지 소문들. 처음엔 그녀의 이야기가 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미유키의 마음과 진실이 어떤 것이든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소문의 여자"를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것이다. "백야행"의 여자 주인공인 유미호. 그녀는 자신의 슬프기만한 인생을 바로잡기 위해 한남자를 이용한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그. 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그녀를 위한 살인도 서슴지 않으면서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하지만 미호에게는 그의 사랑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사랑이 아닌 것으로 다가왔던 두사람의 사랑이야기였던 백야행. 하지만 "소문의 여자"의 미유키는 자신의 인생을 보다 나은 인생으로 만들기 위해서 남자를 이용한다.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여 만날 때 그사람의 나이는 상관이없다. 예순을 맞은 하루오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나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이렇듯 남자를 이용하는 면에서는 너무나도 비슷한 미호와 미유키.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매장에 떼로 몰려가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직장 선후배, 여자를 보면 성적인 상상만 하는 젊은 남자, 간부가 모조리 친인척인 중소업체, 매일같이 마작장에서 날밤을 새며 그런 사장을 성토하고 노조를 결성하자는 헛된 구호를 부르짖는 직원, 불황의 그늘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에 실망하여 직업의식 따의 애당초 없는 사원들, 공무원의 이권챙기기와 거기에 빌붙으려는 사람들, 유산상속을 위해 힘겨루기에 들어간 배다른 형제들, 삼 개월의 실업수당을 타 내기 위해 취업을 미루고 파친코 점에서 소일하는 젊은 여자들, 거기에 꼬여드는 능글맞은 중년남자, 워킹푸어로 내몰린 부모 세대의 딱한 모습과 그 궁상을 저주하며 해외여행과 명품 쇼핑만이 삶의 희망인 딸, 집금단체로 전락한 종교와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신자들, 경찰내부의 파벌싸움에 수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초대형 사전을 몇 년 묵혀 두자는 형사과장, 고급 클럽에서 매춘 알선을 이용해 진보적인 젊은이를 파멸에 몰아넣는 지역 건설업체 사장단과 우익단체 주재자, 그들의 담합을 조정하며 이권과 표밭을 지키는 보수당 시의회 의원.... p.401~402 부분 발췌 」
"소문의 여자"는 마치 단편 소설인 듯 다가온다. 어디선가 일하고 있을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면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물론 독자들 뿐만 아니라 소설 속의 남자나 여자들까지도 그녀에 대한 궁금증으로 소문만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미유키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궁금해져 왔다. 지금쯤 미유키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