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배우는 아이
고정욱 지음, 엄유진 그림 / BF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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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읽은 "나 집에 가야해"는 집에서 점자책을 만들기 위해서 집으로 일찍 가는 아이의 얘기였다. 주위에 시각 장애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른쪽과 왼쪽의 시력이 달라서 눈이 안보이면 어쩌지 하고 불안해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내 경우엔 한 쪽의 시력이 정상이라 그것에 의지해서 다 보인다. 안 좋은 시력을 따라 나빠지는경우도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 아닐까.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 자체의 그림은 너무나 따스했다. 한 소년이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이 눈을 지긋이 감고 빨간 목도리를 한 채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모습. 음표들이 커다랗게 둥둥 뜨니 더 음악을 느끼는거 같아보였다. 그리고 "점자 배우는 아이" 제목 밑에 점자가 새겨져있어 점자를 접하는 나에게는 새로웠다.

학교의 오케스트라 단원인, 제 2 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동진이는 지하강당에서 연습 중 갑자기 정전이 되어도 무섭지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한 눈으로 인해 악보를 다 외웠음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을경우를 대비하여 시각 장애인 훈련소에서 감각 익히는 훈련을 해 온 터라 당황하지 않았다. 곧 자신에게 닥칠 상황이기에.

「"쿼블러라는 미국 의사가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일 때 다섯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했어요. 첫번째가 부정이이래요. 내가 절대 죽을 리 없어, 이게 바로 부정이에요. 그 단계가 지나면 분노한대요. 왜 내가 죽어야만 해? 이게 바로 분노죠. 그 뒤에 오는 단계가 협상이래요. 나를 살려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품어도 소용없지요. 결국 네 번째로 좌절합니다.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어서 슬픔에 빠지고 고통스러워하는 거예요. 그리고 난 뒤에 오는 아지막 단계가 바로 수용이예요. 받아들이는 거죠. 나는 결국 죽어야 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까를 생각하면서 비로소 평화로워진답니다."」

점자 배우기에 대한 의욕이 없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동진이를 위해서 점자를 가르쳐 주시는 이지애 선생님이 동진이와 동진이 부모님께 얘기해준다. 동진이는 자신이 어차피 보지 못할껀데 점자를 배우면 뭐할까 하던 차에 한글점자를 만드신 박두성 선생님의 얘기를 엄마가 들려주시는 것을 듣고 오케스트라 공연만이라도 마무리 하고 싶은 의욕으로 악보를 다 외운 동진이.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 중 찾아온 정전에도 공연을 잘 마무리 짓고 싶은 의지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게 해 준다.

누구나 갖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편견. 그런 편견으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사람들과의 벽을 두껍고 높게 만든다. 한 순간에 없어질 편견이 아니기에 책으로나마 접하면서 편견이 작아지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라고 하기전에 우선 나부터 그런 편견을 없애야할꺼 같아 한 권씩 읽어보게 된다. 우리와 조금 달라진것 뿐일뿐 그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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