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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오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문학에서의 추리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 만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의 이웃 중의 한분이 소개해 준 '오츠이치'. 그의 작품 중에서 젤 처음 만나본 작품은 "GOTH" 다. 'GOTH'란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표지의 뒷편에서 설명하기를, 「중세의 건축 양식을 지칭하는 'GOTHIC'의 약어이지만 건축과는 관련이 없다. 이것은 문화이자, 패션이자, 스타일이다. 인간을 처형하는 도구나 고문 방법 등에 흥미를 갖고, 살인자의 마음슬 엿보고 싶어 하며, 인간의 암흑에 심취한 사람들을 우리는 'GOTH'라 부른다. 나와, 그리고 같은 반의 모리노 요루가 바로 그런 인종이었다.」라는 설명을 보고서야 이 책의 제목과 내용들이 이해가 되었다.
1. 암흑계
2학년으로 올라와 같은 반이 된 뒤 모리노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모리노는 내가 반 친구들과 조금의 대화를 섞어가면서 형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어울리는 것과는 달리 어울리는것 자체가 없었다. 친구들이 묻는 얘기조차 대답하지 않을정도였으니. 그러던 그녀가 내게 다가와
「"내게도 그런 표정 짓는 법 가르쳐줄래?"」
라고 물은 것이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첫 대화였다. 모리노가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주운 수첩에는 연쇄살인 사건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모리노와 나는 두가지 사건만 보도되고 세번째 사건은 보도되지 않은 한건의 사건이 있어 둘이서 확인을 하러가게 되고 그 수첩이 범인의 것이란 것이 확인되었다. 그게 확인된 후 살인을 당한 미즈구치 나나미처럼 하고 다니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역시나 연락두절된 모리노를 찾으러 가게 된다.
2. 리스트컷 사건
우리나라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에서 자해를 위해 손목을 긋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리스티컷 사건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이 내용도 손목을 긋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19세 미만 구독불가' 란 문구에 걸맞게 손목을 긋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을 자르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내가 모리노와 알고 지내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하얀 손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올해 이른 봄, 연일 뉴스 시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손목 절단사건이다.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그 사건에 연관되어 있었다.
아직 모리노와 한 번도 이아기를 나눈 적이 없던 5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시노하라는 손을 볼 때면, 손 자체의 매력도 좋지만 손을 절단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다보니 고양이나 개의 발, 아기의 손, 고등학생이나 회사원의 손까지 절단하여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졌다. 사라지면서 남긴 단서는 모리노를 향하고 있었다. 모리노의 손목을 노리는 시노하라. 과연 모리노는 안전할 수 있을까?
3. 개
모리노와 나는 하교길에 모리노가 자주 간다는 헌책방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모리노가 그려준 약도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없어 같이 가면서 애완동물 연속 유괴사건을 얘기하다 개를 싫어하는 모리노는 다음 번에 같이 서점으로 가자고 하면서 범인을 알게 되면 알려 달라고 했다.
유카와 골든 레트리버인 나는 산책 길에 목표물을 정한다. 그렇게 정한 목표물을 내가 유카의 지시에 따라 처리한다. 그 남자가 없었더라면, 나와 유카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으리라. 처음에는 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어설프던것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에 잠깐의 갈등 뒤에는 바로 공격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나로 인해 유카의 증오가 해소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애완동물 연속 유괴사건을 과연 어떻게 풀어 나갈지 살펴보다 보니 자료 수집 능력과 추리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이 내용에서는 '나'로 표현된 이미지가 둘이었다. 내용의 주인공이자 모리노의 친구인 '나'와 유카의 애완견인 골든 레트리버. 동시에 등장해서 첨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익숙해지자 애완견을 사람처럼 표현하여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니 새롭게 느껴졌다.
4. 기억
요즘 불면증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목에 감고 잘 끈을 찾는 모리노. 그런 모리노를 위해 같이 적당한 끈을 찾으러 가기로했다. 하지만 그 끈을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넌 자살할 때 목을 매지 않고 손목을 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리노는 손목을 내밀었다.
"이걸 말하는 거야?"
손목에는 지렁이가 달라붙은 것 같은 흰 선이 있었다. 살갗이 살짝 부풀어 올라 칼 같은 것으로 손목을 그은 흔적임을 알 수 있었다. (중략)
"자살하려다 이렇게 된 건 아니야. 발작적으로 상처를 냈을 뿐이지."」
우연히 내 여동생과 마주햐 모리노는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야기를 해 준다. 나는 얘기를 듣고 모리노의 여동생이 자살했다는 그곳으로 가서 자살했다는 장소가 보고 싶어졌다. 모리노는 혼자 다녀오라는 말만 했다. 그곳에 다녀온 나는 모리노에 대하여 알아버렸다. 그 누구도 알 지 못하는 진실을.
5. 흙
고스케를 산 채로 땅에 묻고 대나무 두개를 꽂아 숨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산 채로 묻었으면서 숨을 쉬게 해주다니 아이러니해보였다. 그렇게 한 후 물로 익사를 시키는 잔임함.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양심의 가책보다는 다음번 묻을 사람을 찾으려는 사에키.
교복을 입은 한 소녀를 발견하고 그 소녀 또한 고스케에게 했던 것처럼 땅에 묻었다. 그 소녀는 당황하기보다 자신을 꺼내달라고 했다. 사에키는 그런 소녀의 행동이 흥미로운 동시에 자신의 신분이 담긴 지갑이 사라져 불안해 했다. 지갑을 찾기 위해 간 곳에서 같은 반 친구인 모리노를 찾는다는 소년을 만난 사에키는 소년도 묻어야겠단 생각으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땅에 묻힌 소녀를 구하고 소년도 무사할 수있을까?
6. 목소리
「나츠미......
저어, 나츠미. 내 목소리가 네게 전달이 될지 모르겠구나...
불쑥, 바로 옆에서 언니 목소리가 났다. 그것은 첫번째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던 첫마디였다. 」
「"나는 죽음이란 걸 '잃어버리는 것' 이라고 이해하고 있어."
차분한 말투였다.
"죽는 순간, 그 사람과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은 관계가 단절되지. 좋아했던 사람이나 집착하던 것과 맺었던 관계가 사라지는거야. 태양과 바람, 암흑과 침묵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기쁨, 슬픔, 행복, 절망, 그런 것들과 자기 사이에 있던 모든 관계성을 잃어버리게 돼."」
언니와 닮았단 얘기를 많이 듣는 나츠미. 언제부턴가 자신을 싫어하는 듯한 언니의 태도에 불안했고 그런 언니의 태도를 알 수가 없었다. 언니의 죽음 후 많은 시간이 흘러 세상의 관심이 뜸할쯤 자신에게 건네진 카세트 테이프에는 언니의 죽음 직전에 녹음해둔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언니가 자신에게 그랬던 행동에 대한 얘기와 사과. 죽음 이후에나 화해하게 된 자매.
처음 읽어본 오츠이치의 작품이라 낯설기만한 느낌이예요.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이 더 기대가 되네요. 얼른 또 만나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