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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윤아해 지음, 이갑규 그림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5월
평점 :
"오줌싸개"란 제목을 보는 순간 블로그 이웃님에게 받았던 "오줌싸개 왕자"가 떠올랐어요. 한 나라의 왕자로 모든걸 다 가졌지만 아침이면 지도를 그린 이불로 유모의 놀림과 아버지의 야단을 맞아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요정이 나타나 오줌을 싸면 노란 꽃으로 변하게 해주었어요. 그렇게 되자 왕자는 밤에 오줌을 싼다는 사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자 어느 사이에 오줌을 싸지 않게 되었죠. 오줌을 싸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없어져서 인거 같아요.
"오줌싸개" 는 책의 표지부터 익살스러워요. 소녀의 손에 들려있는 개와 꼬마 동상이 쉬를 하고 있고 그 물에 물고기가 뛰어 놀고 소녀도 맨발로 그 물에 들어가 있어요. 꼬마 동상 뒤에서 소년은 소녀를 놀리는 듯 메롱을 하고 있구요. 소녀와 소년에게 어떤 일이 생긴걸까요?
오늘도 이불에 오줌을 싼 민이는 오빠가 오줌싸개라고 놀리지만 엄마는 민이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해 주네요. 민이의 든든한 지원군인 듯한 엄마. 엄마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되어주는게 아닐까요. 엄마가 오줌쌌다고 야단을 치셨다면 민이는 의기소침해져서 우리가 민이의 상상 속 세계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언제나 어디서나 아무 데서나
쉬를 해도 괜찮은 곳이 있다면 좋을텐데」
세차하는 아저씨 아줌마를 보면서 '주룩주룩후두둑 나라' 에 가고 싶어한 민이. 거긴 어떤 나라일까? 쉬를 해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니 옷이 젖었다고 놀리는 사람도 없을테고 물위에서 첨벙거려도 신날꺼 같은 민이의 상상 속 나라.
수업시간 바닷속 물고기를 보다가 '소금물첨벙바다나라'에 다녀온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민이. 여러가지 해산물들과 이름 모를 수초들. 해파리와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바닷속에서 쉬를 하는 민이 주변으로 오줌인 노란 빛깔이 보여요. 바닷물이 짠건 누군가 쉬를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민이.
햇빛 아래에서 모래놀이를 하면서 '해쨍쨍메마른사막나라'로 다녀온건 아닐까 생각해봐요. 낙타며 동물들이 목이 말라서 물을 찾고 있을때 민이의 소변으로 오아시스가 생기고 먹을 물이 생겼다고 좋아했을꺼라며 상상해봐요.
유치원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전봇대에 쉬를 해서 영역 표시를 하는 개를 보고, 어쩌면 자신도 자기의 땅을 표시하기 위해서 쉬를 하는 '뿌우뿌우후닥닥껑충동물나라' 에 다녀왔을지도 모른대요.
그림을 그리다가 '스스슥사사삭뚝딱회가나라'에서 온종일 쉬를 하면서 그림을 그렸을 상상을 하면서도 수박을 먹고 있는 오빠처럼 수박을 먹으려고 하지않아요. 혹시나 또 쉬를 하게 될까봐서요. 하지만 뒷날 아침 오빠가 이불에 쉬를 했어요.
「"어? 오빠! 오빠도 어젯밤에 다른 나라 다녀왔어?"」
민이의 상상 속 세상. 그곳의 이름은 너무나 특이해요. 빗소리를 연상시키는 '주룩주룩후두둑비나라', 쉬를 해서 바닷물이 짠거라며 '소금물첨벙바다나라', 자신의 쉬로 오아시스를 만들었을 '해쨍쨍메마른사막나라', 쉬로 영역 표시하는 '뿌우뿌우후닥닥껑충동물나라', 화가가 된 '스스슥사사삭화가나라'까지. 민이의 상상 속 나라들은 재밌어요. 우리 아기도 커가면서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꿈꾸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