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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다작 소설가인 동시에 추리 소설가이다. 다작 소설기라 소설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 작가라는 이미지의 소설가보다는 추리 소설가라는 이미지로 더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의 소설이 출간될 때면 언제나 설레인다. 다작 작가인지라 아직 다 읽어보지 못한 소설도 있지만 한편씩 읽어나갈때 마다 작가의 소설관을 알아 가는거 같아서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명이리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하면 추리소설 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추리소설이 아닌 것도 몇편있다.하지만 추리 소설이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추리 소설이 먼저 떠오르는게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걸작 "백야행", 불륜을 소재로 연애 미스터리 "새벽거리에서", 메티컬스릴러의 수작인 "숙명",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나오키상을 안겨다 준 "용의자 X의 헌신", 감동적인 형제애를 그린 "편지", 감성적인 멜로 판타지 "비밀" 등 많은 작품들 속에서 내게는 가가형사 시리즈와 갈릴레오 시리즈가 가장 흥미로웠다.
"도키오"는 "비밀"과 마찬가지로 판타지가 가미된 그의 소설이다.
「 "난요, 당신의 아들이라고요."
언젠가 도키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서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가장 적절한 대답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래에서, 형편없는 아버지를 도와주러 나타났다. 참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은 혼란속에서 살게 될것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상상 속 세계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우리는 그 세계를 엿보는 중이다. 표지 뒷면에 나와 있는 저 말들이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모든 일에 우연이란 없는것일까?
미야모토는 레이코에게 청혼을 하며 레이코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코는 눈물을 보였다. 미야모토와 같은 마음이지만 그가 꿈꾸는 미래, 아이를 낳고 여행도 다니면서 즐겁게 살고 싶다고 종종 하던 얘기들이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유전병으로 10대 후반까지는 아무런 증후가 보이지 않다가 그 무렵을 경계로 증상이 나타나 결국 죽음까지 이르는 병으로, 남자에게 나타나는 병)을 가진 레이코에게는 함께 꿈꿀 수 없는 미래였기에. 미야모토는 레이코를 포기할 수 없어 아이는 포기하겠다며 허락을 받고 결혼한 지 만3년이 되었을 때 아이가 생겼다. 병이 유전될 확률 50 프로인 상황에서 레이코는 지워야한다며 얘기했다. 미야모토는 고민 끝에 생각했다.
「 이윽고 그의 귀에 어떤 청년의 목소리가 살아났다.
-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에요.
그렇다. 미야모토는 깨달았다. 자신은 '그'의 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낳기로 결정하고 미야모토는 아이를 낳았을 때 도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세사람은 행복해보이기만한 나날들을 보인거같아보이지만 많은 눈물의 연속이었다. 잘 자라주던 도키오에게도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은 어김없이 나타나 뇌사상태까지 빠지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미야모토는 자신이 잊고 지내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그 얘기를 레이코에게 하게 된다. 자신의 아들과의 믿을 수 없는 일들. 미야모토는 지금에서야 그 일들이 떠올랐다. 아들의 의식이 잠시 돌아오게 되는 순간 꼭 해야만 하는 얘기가 있다는 그.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을 전하지 않으면 그의 새로운 여행은 시작되지 않는다.
미야모토는 목소리를 다해 외쳤다.
" 도키오! 아사쿠사 놀이공원에서 기다려야 한다." 」
어쩌면 그는 도키오와 허물없이 지내던 그때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들과 부자지간이 아닌 끌림으로 인해 사이좋은 친구같이 보내던 그때가. 그때의 기억이 지금 도키오가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생각났지만 그는 도키오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나보다. 나에게도 이런 타임머신과도 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아들의 미래를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해져버린 미래를 보고 살아가는 것은 재밌는 일이 아닐꺼란 생각도 드니 차라리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지금이 더 멋진게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