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제본도서협찬 #남극 #클레어키건 #다산북스 #단편소설집 #도서추천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클레어 키건의 데뷔작

클레어 키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맡겨진 소녀》가 아닐까? 사소한 것들이 묵직함 무게감을 선사하다 그것이 해소되는 순간 비로소 희망이라는 빛을 마주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그린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원작 소설이기도 한 《맡겨진 소녀》는 장황하거나 길지 않은 문장으로 간략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보여준다. 소녀가 맡겨진 여름의 그 시간 동안 느낀 애정과 관심이 일생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이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곳에서 느낀 따스함은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가리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었다. 그 이후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와 《너무 늦은 시간》을 통해서 그녀의 단편 소설들을 만나보았다.

《남극》 역시 클레어 키건이 쓴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의 데뷔작이기도 하기에 이미 읽었던 책 속에 수록된 작품들도 있었다. 그때 읽었던 문장들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의 기분은 조금 색다르기도 했다. 게다가 그 문장들을 만나보았던 기억이 나 더욱 반갑게 느껴지며 그녀의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더욱 커졌다. 누군가를 비판하려고 한다기보다 실제 그런 일들이 있었을법하다 보니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으며 그녀만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에도 수록되어 있었지만 이 책의 표제작으로 등장하는 <남극>은 고정관념 그 자체였다. 여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행하는 남자의 행위, 그 행위를 거부하지 않는 여자. 결혼이라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는 모습 또한 그랬다. 그리고 <키 큰 풀숲의 사랑>에 등장하는 의사와 코딜리아의 불륜에서도 남자의 고정관념적 모습은 드러났다.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에게는 코딜리아와 헤어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코딜리아에게는 아이들로 인해 헤어질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모습은 어이없음 그 자체였다. 다행스럽게도 코딜리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 정신없이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의사 아내 역시 그가 자신을 떠나기를 바랐다고 코딜리아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을 통해 의사의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 어머니는 "자매가 분필과 치즈만큼이나 전혀 딴판"이라고 말했다. p.237 <자매>중에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다른 단편들과 다르게 두 여자, 자매인 베티와 루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지 않는 대신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간호를 하며 지내오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집을 물려받고 자신의 생활에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베티와 자신이 잘 살고 있는 허영심 가득한 이야기만을 전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그 집에 눌러앉아 마치 베티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여왕처럼 보호하고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루이자. 동생 루이자를 사랑스러워했던 어릴 적 마음은 이제 사라지고 루이자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들 에드워드의 행동마저 이해할 수 없었기에 베티는 참지 않고 폭발하고 만다. 당연한 듯 희생하던 베티의 변화는 반갑게 다가온다. 이제 더 이상 베티가 루이자에게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해 본다.

짧은 단편들 속에서 많은 생각을 안기며 많은 문장들에 머물러야 했던 클레이 키건의 《남극》, 또 어떤 작품으로 그녀가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을 통해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책블로그 #북블로그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