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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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고 눈부시고 애틋한 지난 계절의 우정에 대하여

김서해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작품은 위픽 시리즈 중의 하나인 《라비우와 링과》였다. 반복되는 일상과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도 같은 삶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던 주영에게 다가온 따스한 바람처럼, 나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게 만들었던 짧은 단편소설.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찾아온 《여름은 고작 계절》은 친구라는 관계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던 생각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관계가 가혹했던 만큼 강렬하게 다가와 그 시간이 여름으로 느껴지는 주인공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회고록이자 반성문이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읽다 보면 점점 빠져들어 김서해 작가님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제대로 된 비자 없이 지내야 했던 제니네 가족. 제니는 그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았다.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라는 이름으로 생채기를 내고 지나가던 시간들을 보내고 캘리포니아에서 하트빌로 이사 간 그들. 지낼 곳조차 마땅치 않아 아빠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기숙사방에서, 엄마와 제니는 신축 아파트의 반지하 호실에서 지내게 된다.

영어라는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곳에서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했으면서 화해라는 말을 쓰던 아빠, 영어를 배우기를 원하면서도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통화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엄마, 그리고 자신이 한국말이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자극과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던 제니.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되던 그때 한나는 영어가 아닌 한글로 말하며 곧잘 울어 괴롭힘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제니는 그런 한나를 외면하기도 했으나 같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마치 제니의 동생인 것처럼 따라다니며 도움을 청해왔다. 제니가 어울리고자 했던 그룹과는 너무나 달랐던 한나. 제니는 그런 한나가 살고 있는 환경이 부러워 질투하면서도 그 질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못되게 굴기도 한다. 한나에게는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되는 존재인 제니지만, 제니에게는 한나는 금방 잊히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했다.

🏷️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 때문에 꼭 다른 일들이 일어난대. 되게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다 이유가 있고, 그게 또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 p.154

나비효과를 연상케 하는 한나가 들려주는 이 말은 결국 그녀들에게 소용돌이처럼 다가온다.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알지 못한 채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유지해나간다. 한나가 조금은 귀찮으면서도 한나가 신경 쓰이는 제니, 제니를 친구로서 좋아하는 한나. 그들을 둘러싼 다른 친구들의 관계가 그 여름 강렬하고도 가혹하게 제니 곁을 지나갔다.

우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들만의 공감대와 이해로 뭉쳐진 세계 속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할 때의 거부감이나 호기심은 예상치 못한 관계의 변화를 일으킨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치달으면서 여전히 사고 이후의 아픔을 겪고 있을 제니. 그 시간을 떠올릴 때 여름은 고작 계절이었다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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