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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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느끼는 즐거움

《구월의 보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오베라는 남자》와 《스토너》를 떠올렸다. 먼저 부인을 보내고 홀로 살고 있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오베.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짠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 보통의 하루가 결국 삶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토너》는 '인생 별거 있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런 별거 없는 인생의 한 페이지 속에서 그의 삶이 실패다 성공이다를 나누기보다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던 그의 삶이 빛나지 않아도 따스함으로 다가왔다.

《구월의 보름》은 스티븐슨 가족의 연례행사와도 같은 구월의 휴가를 담은 이야기다. 스티븐슨 가족은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으나 시뷰의 허깃 부인과 맺어진 인연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어느새 자란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기 위한 스티븐슨 가족은 여행 떠나기 전날의 분주함과 설렘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그 기분을 그대로 안겨주었다.

오랜 기간 익히고 습득했던 경험을 살려 떠나는 날 아침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분담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여행은 스티븐슨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바꾸어놓는 일이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시뷰로 가는 풍경과 기차에서 겪은 일들은 때로는 당혹감을 안겨주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웃으며 넘긴다.

🏷️ 중요한 것들이란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p.74

🏷️ 더 나은 것들을 향한 갈망이 자라났기 때문이었나? 아니면 이 작은방들이 정말로 줄어들고 어두워지고 거의 추해지기라도 했던 건가? p.184

오랜 시간 이용해왔던 만큼, 아이들이 자라온 시간만큼 그곳의 물건들 또한 시간에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스티븐슨 씨와 그의 부인은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했다. 구월 휴가의 즐거움과 일상의 작은 변화를 사소한 일로 망칠 수 없었음이리라. 그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도 어느새 그 추억이 퇴색되려고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구월의 휴가를 위해 삼월에 허깃 부인에게 연락을 했던 스티븐슨 씨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들이 떠나고 나면 다른 방문자는 없다는 허깃 부인의 말을 스티븐슨 부인에게 전해 듣고 난 뒤에 느낀 허탈함은 어땠을까?

《구월의 보름》을 읽으면서 그들이 보내던 그곳에서 보낸 보름간의 시간 뒤에 다시 다가올 구월에 또 그곳에 들르게 될까 하는 의문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그곳에서의 시간이 마지막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독파 챌린지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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