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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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그림자의 다채로움으로 전하는 위로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은 미술가로, 미술원 교수로 역임한 안규철 작가님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자, 《사물의 뒷모습》의 후속작이다. 안규철 작가님의 저서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를 읽으면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이 전하시는 위로가 글의 시작 전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감싸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이 글들이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서 사물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봄눈 중에 나오는 파울 첼란의 시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2021년에 나온 《사물의 뒷모습》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은 사물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회색의 다채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우리의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해는 뜨고 지기를 반복한다. 태양은 어느 곳에 있어도 그 존재감을 뽐낸다. 내 눈앞에 지고 있는 그 순간조차 내 마음을 물들이고 다른 곳에서 떠오른다. 태양이 어느 곳에서 뜨고 지든지 태양은 자신의 할 일을 해내고 마는 것이다.

열쇠와 자물쇠의 사이를 우리의 인연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하신 문장에서는 작가님만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잠겨진 자물쇠와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 그들이 함께 한다면 각자의 역할을 해 낼 수 없기에 아주 짧은 시간 만남을 가지고 헤어져야 한다. 헤어져 있어야 비로소 서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 스치고 지나가는 짧은 만남도 나의 연인과 만나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에 불과하기에 그렇게 비유하신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눈으로 보면 우리의 삶도, 다가오는 운명의 그림자 속에서 펼쳐지는 한순간의 춤일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그들처럼 모든 것을 걸고 온 힘을 다해 춤을 추고 있는데, 그렇다는 걸 우리만 모르고 있는지 모른다. p.80

우리에게는 의미 없어 보이는 움직임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삶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위의 문장을 읽고 난 뒤에 화분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꽃과 나비가 들어올 수 없는 불임의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꽃을 피우는 행위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단지 꽃을 피우기 위한 것인 양 절망적인 꽃을 피우게 되는 화분을 떠올리면 어쩌면 우리도 얼마 되지 않는 행운을 쫓으며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상상력이 담긴 드로잉으로,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드로잉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위로와 충고를 건네고 있는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를 읽으면서 밝은 빛의 이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화려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어둠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어둠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둠도 나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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