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끝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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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시대, 생존을 위한 그들의 선택

히가시야마 아키라 작가님의 전작인 《류》와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을 읽었던터라, 《죄의 끝》은 전작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SF 소설 장르에서도 활약하실 작가님의 작품이 기대하게 만들었다.

《류》는 1970년대부터 80년대의 대만을 배경으로,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여정을 그린 미스터리이다. 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10대와 20대 시절의 청춘 드라마에 주변 인물들의 인생사를 통해 굽이치는 중국의 역사가 담긴 온갖 장르가 넘실대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은 1984년의 대만과 2015년의 미국을 무대로 소년 네 명의 운명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보여준 그의 작품의 몰입감은 《죄의 끝》에서 보여준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소행성 충돌로 모든 문명이 파괴된 먼 미래의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로, 이야기는 네이선 발라드가 너새니얼 헤일런의 일생을 취재하는 과정을 논픽션으로 다루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죄의 끝》을 읽으면서 먼 미래에 정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너새니얼 헤일런의 이야기가 언급되기 전, 그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로 《죄의 끝》은 시작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고 싶었던 피아 헤일런. <성역의 쥐> 오디션을 보러 가기 위한 그녀의 여정은 히치하이킹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녀의 히치하이킹이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오디션을 꿈꾸던 피아 헤일런은 그 사건 이후 어떤 오디션조차 보지 않았고 쌍둥이를 낳고 아이들 곁에서 살았다. 그렇게 태어난 너새니얼 헤일런. 자신보다 조금 부족한 형을 돌보면 살아오던 그의 삶은 6.16 이후 바뀌게 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인간을 먹는 이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선택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생존 앞에서는 선이라고 믿는 것이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선은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인류의 위기 상황은 해결될 수 있을까?

《죄의 끝》은 내용을 읽어나갈수록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SF 소설 속에서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솟아났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 시대를 살아갈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는 《죄의 끝》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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