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하고 잃어버린,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슬픔과 비극에 대하여 《영숙과 제이드》가 단순히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강렬한 여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오윤희 작가님의 《금붕어 룰렛》을 먼저 읽어보았던 터라 같은 작가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흙 수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사람들, 그리고 자식을 위해 하나라도 더 해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가족을 위해 희생하다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그런 마음을 노리는 간교한 말들에 넘어가버린 사람들, 그들이 겼었을 실망감과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던 《금붕어 룰렛》과 다르게, 《영숙과 제이드》는 한국인이었기에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이방인이라는 신분과 함께 자신의 과거로 인해 다른 사람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했던 영숙의 이야기를 엄마 영숙이 죽고 나서 딸인 제이드가 알게 되는 이야기였다. 딸인 제이드의 입장에서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며, 그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이방인과 다름없었던 학창 시절을 차마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서로 간의 관계만 멀어졌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아빠의 외도를 직접 목격하고 아빠에게 대들다 엄마에게 혼이 나고는 자신을 혼내는 엄마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골이 깊어진 두 사람의 사이는 제이드가 집에서 먼 곳에 위치한 대학을 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찾아오지 않는 제이드를 기다리면서 영숙이 보냈던 시간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프러포즈를 받고 나서야 엄마와 아빠를 마크와 만나러 가기까지 제이드는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나서야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제이드. 하지만 여전히 엄마인 영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영숙이 죽고 나서 유품 속에서 발견하게 된 초록색의 반지와 낯선 남자와 찍은 사진을 통해서 엄마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어떤 이는 엄마를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다른 이는 엄마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했다.하지만 내게 있어 엄마는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웠던 생존자였다." P.297 ~ P.298 제이드가 엄마인 영숙의 과거에 대해 궁금한 만큼 책을 읽으면서 너무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는 동안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영숙, 그리고 가족을 위한 영숙의 마음이 결국 따가운 시선과 함께 버림받아야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금붕어 룰렛》과 다른 소재로 세상에 외면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감싸 안는 작가님의 《영숙과 제이드》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잠시 읽고 덮을 생각이라면 책을 펼치지 말기를 바란다. 덮는 순간 《영숙과 제이드》에 대한 생각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없어질 테니 말이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